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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테마여행’이 진행한 티베트 차마고도 여행…“검문검색조차 추억”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땅, 티베트에 사는 사람은 토템과 불교를 융합했다. 야크 버터의 지방과 푸얼차(보이차) 속 비타민을 섞어 마시는 지혜도 발견했다. 쥐나 새만 겨우 지날 수 있다는 길 대신 포장된 국도를 따라, 지금은 사라진 마방(馬幇, 말등에 차를 싣고 운반하던 상인)의 마음으로 티베트 하늘을 달렸다. 협곡과 강을 건넜고 설산을 넘어 7일간 달리고 달렸다. 지난 7월31일~8월11일 ‘한겨레 테마여행’이 진행한 ‘티베트 차마고도 여행’에 참가했다. 리장 호도협(후탸오샤)~샹그릴라~옌징~망캉~쭤궁~방다~바쑤~란우~보미~구샹~린즈(바이)~궁부장다~라싸, 가는 곳마다 검문검색으로 우리의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들조차 추억인 여행이었다.


한겨레 지면에서 보기 

푸얼차를 실은 마방은 다리, 리장을 거쳐 본격적으로 차마고도에 접어든다. 설산 사이를 흐르는 진사강은 호랑이도 건넌다는 호도협의 깊고 빠른 물줄기로 드러난다.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다. 마방은 푸얼차를 운반하는 데 가장 적절한 무게를 계산했다. 병차를 오른쪽, 왼쪽에 각각 84개씩 30㎏으로 균형을 맞췄다. 357g 병차 무게는 차마고도의 피와 땀이 만든 표준이다. 구름도 하늘도 온갖 조화를 부리는 호도협은 그저 무아지경이다.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 낭만적인 마을 중뎬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이곳을 샹그릴라로 개명했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이 1933년 펴낸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등장하는 히말라야 산속의 이상향 샹그릴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계산이었다. 샹그릴라는 티베트말로 ‘마음속 해와 달’이라는 뜻. 그 옛날 티베트 왕국이 만든 일광성과 윈난 왕부(지방정권)가 건설한 월광성이 나란히 위치한 샹그릴라는 차마고도 마방에게는 윈난과 티베트를 잇는 가교와도 같은 곳이다.


일행은 샹그릴라의 송찬림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샹그릴라에는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파 사원 송찬림사(쑹짠린사)가 있다. 5세 달라이 라마 시절인 1681년 준공됐다. 불교에서 길상을 상징하는 팔보 문양이 휘날리고 사슴 한 쌍과 법륜이 금빛 찬란하다. 본전은 ‘자창’이라 부르는데 지금도 약 700여명이 학습하는 승원이다. 주변 건물에는 미륵불을 비롯해 달라이 라마 7세, 종교개혁가 총카파를 봉공한다.


본격적으로 랜드크루저로 달린다. 때때로 산사태로 도로가 무너지기도 하고 가끔 비포장도로도 지나야 한다. 일부 구간은 대중교통도 다닐 수 없는 험로가 수두룩하다. 해발 4292m 바이마설산 고개를 넘어간다. 육자진언 ‘옴마니밧메훔’을 새긴 마니석, 바람처럼 휘날리는 타르초(불경을 적어 만국기처럼 줄줄이 매단 깃발) 앞에서 호흡을 고른다. 고산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지만, 반드시 나타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지만 경솔한 태도를 버리고 하늘에 순응하는 자세라면 별 탈 없이 지나간다.


말과 차를 맞교환하던 길 높고 험해 아름다운 절경

쑤유차 건네는 사람들 미소는 고산병·멀미도 잊게 만들어


연회색과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룬 하늘은 일행을 신비한 설산 앞으로 안내한다. 메이리설산을 관망하는 영빈대에는 13개의 티베트 불탑 ‘초르텐’이 나란히 서 있다. 평균 해발 6000m가 넘는 13곳 봉우리를 품고 있는 설산을 예우하고 있는가? 설산 앞에 높이 솟은 룽다(불경을 적어 장대에 매단 깃발)는 저마다의 색감이 하늘빛에 물든 듯 은은하다. 불경을 매단 타르초가 고원 바람 따라 부처의 진리를 전하려는 바람이라면, 깃대에서 펄럭이는 룽다는 마방에게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반가웠을지 모르겠다.


더친 마을 영빈탑의 룽다.


금단의 땅인 옌징에 이른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들어왔던 곳이긴 해도, 입경 허가제도가 생긴 이래 이번 테마여행처럼 외국인이 단체로 통과한 일은 없다고 한다. ‘천년 염전, 매력 옌징’ 앞에 섰다는 것은 곧 사건이다. 현지 가이드나 주변의 중국 전문가들 모두가 보내준, ‘불가능하다’는 염려와 시기를 뚫고 당당하게 관문을 통과한다. 해가 저물고 어둠 속에서 살포시 드러난 창문, 집안 불빛이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염전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다. 홍토와 황토가 섞여 있고 나무와 풀이 운치를 높여주는 마을로 들어선다. 검붉은 강물이 세차게 흐르지만 그저 마냥 한가로운 마을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으로 오로지 오롯하게 남은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11세기께 티베트 왕 게세르(게사르)가 나시족 왕 창바와 염전 이권 전쟁에서 승리했다. 얼마 후 창바의 아들 유라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나시족 민족향이긴 해도 티베트 문화와 나시족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토양의 영향을 받아 붉은소금과 흰소금이 생산된다니 흥미로운 공생이다.


천일염 생산지 옌징 마을. 좌우 산자락이 모두 염전지대다.


잇몸을 다 드러내고 웃는 나시족 아빠와 부끄러워 시선을 자주 돌리는 아들을 뒤로하고 옌징을 떠난다. 여전히 공사 중인 도로에서 아빠 따라 공사판에 나온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을 거쳐 나란히 흐르는 세 개의 강이 있다. 진사강에 이어 란창강을 따라 끝없이 돌진한다. 강만 있다면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해발 4000m도 넘어야 한다. 마침 산사태로 앞길이 꽉 막혔다. 덕분에 차에서 내려 란창강의 검붉은 질풍노도를 바로 옆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티베트 고원에서는 화장실을 찾기가 꽤 어렵다. 노상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방다 마을에서 화장실을 찾는 사이 화물차가 지나는 길로 오체투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온몸을 바닥에 붙이고 일어서는 동작으로 정말 몇천㎞를 끊임없이 걷는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성지를 찾는 사람이나, 우리처럼 자동차로 질주하는 사람을 민망하게 한다. 정말 말없이 지켜볼 따름이다.


북상하던 국도는 망캉을 지나 서쪽으로 향한다. 라싸까지 직진이다. 물론 직선도로는 어디에도 없다. 해발 4658m 예라산 고개를 지나자마자 바로 하늘로 가는 길, ‘천로’라고 불리는 ‘99고개’ 앞에 멈춘다. ‘길은 백 보도 평탄하지 않고 끊어질 듯 험난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차마고도에서도 가장 걸출하다.


예라산 천로.


굽이굽이 돌아 오르내리는 길은 좌우로 너무 돌아 정신도 혼미하다. 고산반응과 멀미가 여진을 지녔는데, 그 고통조차 ‘환상적인 드라이브’ 앞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다. 1시간의 주행 끝에 차가 멈춘 곳도 예사롭지 않다. ‘삼강병류’ 중 가장 서쪽을 흐르는 누강대협곡. 다시 한 번 호흡을 멈추고 대자연의 선물에 감사를 연발한다.


보미마을의 미퇴빙천.


고원은 협곡도 만들지만 호수도 만든다. 언색호(산사태·지진 등으로 계곡이나 강이 막혀 생긴 호수)인 란우호는 설산이 장관이라는데 구도에 맞춘 데칼코마니 장면이 없다. 여름철이라 눈도 쌓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쉬운 마음은 곧바로 풀린다. ‘미퇴빙천’은 보기 드문 절경이다. 융기한 산자락에 눈이 쌓이면 호수에 비친 설산은 ‘은빛 뱀이 요동치는 듯하다’는 과장조차 현실로 보인다. 이 마을에서도 마방은 여정을 숨 고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라싸까지는 하루면 도착한다. 해발 5013m 미라산 고개에서 멈춘다. 이제 고산반응 정도야 적응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호흡곤란은 줄기차게 따라온다.


티베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차마고도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누기 위한 줄기찬 운반이 아니던가? 집 안에 들어서자 모자는 감자와 함께 쑤유차(쑤여우차)를 내오고 술도 대접한다.


궁부장다 마을 민가의 쑤여우차 마시는 티베트인.


사람 키만한 죽통에 푸얼차와 버터를 넣고 소금을 살짝 넣어 맛을 낸 쑤유차는 맑은 미숫가루 같다. 매일 50잔 이상 마신다는데 나무 잔을 들고 온다. 외출할 때도 언제 어디서나 마시기 위해 잔을 들고 다닌다. 탕구라고 부르는데 비싼 잔도 많다. 평생 사용하는 잔이니 가격이 무슨 상관이랴. 티베트 고원에서 생산되는 보리과의 칭커 가루로 만든 짠바(참파)와 함께 주식으로 마시는 쑤유차. 환히 웃으며 쑤유차 마시는 모습이야말로 차마고도가 창조한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라싸에 도착해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을 보고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바르코르 광장의 오체투지도 본다. 이역만리 말과 함께 당도한 푸얼차는 티베트에게 영혼을 안겨준 것일까?


조캉사원 앞에서 만난 오체투지하는 사람들.


당나라 때부터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차마고도. 송나라에 이르러 말 한 필과 1080㎏에 맞교환되던 푸얼차, 가치 이상의 신비를 거두던 차마고도는 21세기의 문명으로 대체됐다. 지금은 사라진 마방의 마음으로 차마고도를 달렸다. 칭짱열차 타고 33시간을 달려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에 도착할 때까지 티베트 향기는 목젖을 타고 내리는 듯했다.


글·사진 최종명 작가·<13억인과의 대화> 지은이



라싸 조캉사원에서 바라본 바코르 광장.


산소 확보하려면 목욕도 삼가야


차와 말의 교역이 시작되자 마방은 라싸에 이르는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열었다. 리장에서 샹그릴라와 소금밭으로 유명한 옌징을 거쳐 라싸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 도로만도 1700㎞에 이른다. 외국인은 옌징부터 입경허가증을 받아야 진입할 수 있다. 허가를 받아도 각 마을을 통과하면서 반드시 행적을 등록해야 할 정도로 관리가 철저하다.


검붉게 요동치는 협곡과 해발 4000~5000m의 설산을 통과해야 하는 험로다. 사람마다 다르나 해발 3000m가 넘으면 고산반응이 가슴과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산소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목욕까지 자제해야 할 정도인데, 가끔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푸얼차와 소금,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쑤유차는 티베트 생명수로 일컬어진다. 보리과 식물인 칭커를 분말로 만든 주식인 짠바(참파)와 함께 먹어보면 티베트 여행의 재미가 솔솔 풍긴다. 온 천지에 펄럭이는 룽다와 타르초에 담긴 불심은 티베트 사람들의 영혼과 닮아 있다. 오체투지하는 순례자의 모습엔 고개가 숙여지고, 티베트 사원에 담긴 역사와 문화도 접할 수 있다. 차마고도,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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