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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일상의 구속, 매일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기쁨


여행(旅行)이란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일이다. 어디를 가고 어떻게 가며 또한 무엇을 하고 돌아와야 하는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여행 계획을 짜는 시간이 가장 흥겹고 돌아와서 사진 보며 추억 바라는 때 역시 우쭐하다. 여행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가끔 중국사람은 왜 여유(旅游)’라고 할까 궁금하다. 여행을 주관하는 기관은 여유국이다. ‘자에 어떤 묘미가 있어 보인다. 문득 소요유(逍遙遊)’가 떠오른다. 절대 자유를 추구한 『장자(庄子)』의 곤붕(鲲鹏)’처럼 물고기와 새가 되어 유유히 헤엄치고 훨훨 날아오르는 일, 그런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여행에도 철학이 있다면 소요야 말로 제 격이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바로 소요다. 일상의 구속, 매일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기쁨이다.

 

머리 복잡하게 고전을 들먹였으니 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행에는 비용이 드는데 사람들은 늘 따지고 또 따진다. 싸고 좋은 여행? 사실 그런 여행이란 꿈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금액을 따져 보고 저렴해야 좋은 여행이라고 빈번하게 주장한다. 그렇다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여행? 나는 무조건 중국여행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별다른 경쟁자도 없다.


공묘 대성전 앞


가깝지 않은가? 너무도 간명해서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칭다오는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우루무치나 쿤밍도 직항으로 4시간이면 충분하다. 중국 방방곡곡, 직항이 없더라도 한번 경유하면 한나절이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나는 13년째 배낭을 메고 중국을 다니고 있다. 얼마 전 헤아려 보니 350여 도시나 되더라. 그 흔적을 참 많이도 취재했더라. 시간이 갈수록 대중교통은 날로 편해지고 빠르다. 고속열차가 조금 비싸지만 대부분은 저렴하다. 거리마다 만두, , 꼬치도 서민적이라 적성에도 맞다.

 

싸다고 나쁜 여행이거나 불편한 여행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고 가볼 만한 도시가 너무도 많은 중국은 평생 다녀도 다 가기 힘든 문화여행의 보물이다. 특별시의 구()를 빼더라도 2천 곳이 넘는 현()이 있다. 우리나라의 군 단위와 비슷한 곳이 무수히 많은 셈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 태백만 하더라도 인터넷 검색하면 가볼 만한 곳이 10군데가 넘는다. 하물며 135천만 명이 거의 천만㎢에 육박하는 나라니 명소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고차방정식으로도 그 숫자를 풀기 힘들 것이다. 중국여행을 함께 다닌 지인들도 가성비 최고의 나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공자님 말씀 같다고 지적하지 말자. 가까운 산동으로 떠나보자. 나는 13년 전부터 이상하리만큼 산동 지역과 연분이 많다. 2007 180일 동안 중국여행의 출발지가 인천과 직선거리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도로와 엇비슷한 룽청(荣成)이었다. 2014년 여름에는 졸저 『13억 인과의 대화』 출간 기념으로 지인들과 56일 산동여행을 하기도 했다.


룽청 장보고기념관


전복국수


인천에서 밤새 배를 타고 도착한 아침. 장보고 유적지가 있는 적산(赤山), 중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성산두(城山)와 육해공이 다 있는 신조산(神雕山) 야생동물원을 보고 360도 펼쳐지는 실경 테마 무대 <신유화하(神游华夏)> 공연을 즐겼다. 웨이하이(威海)에서는 모래사장에서 해수욕으로 몸매를 뽐냈고 원덩(文登) 천목온천(天沐温泉) 리조트에서는 4대미인 이름이 붙은 온천을 만끽했다. 스다오()의 해산물 뷔페에서는 마음껏 배 터지게 먹었다. 특히 전복국수는 환상적인 맛이어서 음식칼럼의 소재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인들 6명이랑 행복한 여행의 추억을 쌓는데 1인 비용이 69만원 소요됐다.

 

2014년 겨울 칭다오(青岛)에 온 예술고등학교 사진과 학생 4명을 데리고 출사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학생들 어머니로부터 약 30만원씩 받고 인솔을 했다. 웨이팡(潍坊), 칭저우(青州), 취푸(曲阜)를 거쳐 칭다오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비용도 안성맞춤이었지만 흥미롭던 이유는 여행의 맛이 그렇지만 뜻밖에 마음에 꼭 드는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대의 구주(九州) 중 하나와 이름도 같은 칭저우에서 만난 자오더구제(昭德古街) 거리였다. 중국정부는 전통문화 보호를 위해 역사문화거리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2009년 첫해에 뽑힌 거리 10곳 중 하나다. 알만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베이징 국자감 거리, 라싸 조캉사원 바코르광장 거리 등과 함께 선정된 것이다. 회족이 많이 사는 거리인데다가 재래시장과 서민적인 골목과 가옥이 이국적이어서 사진 출사로 아주 좋았다. 이렇듯 산동 땅만 해도 풍부한 역사문화가 가득하다. 공자 고향이라는 것만으로도 당장 배낭을 꾸려 떠나고 싶지 않은가?


칭저우 자오더구제

 

2012년에 베이징에 거주할 때 버스 두 대로 70여 명이 국경절 산동문화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가는 곳마다 역사 이야기가 넘쳐나서 정말 기뻤다. 사람들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인솔하는 사람으로서 신바람 나는 일이다. 34일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강의를 했다. 일행들도 약 30만원 비용만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지난(济南), 취푸, 텅저우(滕州), 짜오좡(枣庄)을 두루 유람했으니 대만족이었다.

 

배우고 싶었던 역사 인물을 만났고 풍성한 경치도 마음에 담았다. 지난에서 찾아간 바오투촨(趵突泉)의 샘물은 정말 깨끗했으며 천고의 재녀라 불리는 이청조(清照)와도 만났다. 취푸의 공묘, 공부, 공림은 그야말로 공자의 향내로 그윽했다. 텅저우에서는 건축과 목공의 비조인 노반(鲁班)과 사상가 묵자(墨子)을 배우기도 했다. 중일전쟁 당시 전장이던 짜오좡 타이얼좡(儿庄)은 풍물이 넘쳐나는 화려한 고성으로 변해 있었다.


타이얼고성 입구


타이얼고성 붓글씨


최근에 사드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중국문화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 수교 24년이 지났고 서로 성숙한 청년의 나이가 됐으니 제대로 서로의 문화를 배울 때도 되긴 했다. 중국문화 강의 시간에 빠지지 않고 꼭 이야기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월마트 창업에 동기부여를 한 동양의 한 작은 가게이야기다. 창업자 샘 월튼이 자서전에서 밝힌 가게는 비단가게 루이푸샹(瑞蚨祥)이다.

 

베이징 다스뢀(栅栏, 현지인들은 다자란이라고 하지 않음) 거리에 자주 다녔다. 그때마다 1876년에 개업한 루이푸샹에 감탄했다. 맹자 후손 맹락천(孟洛川)의 상인 정신을 존경했고 1949 10 1일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개국 행사에서 나부낀 오성홍기가 루이푸샹 비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파랑강충이라는 곤충을 가게 이름으로 쓴 것도 독특했는데 고사인 청부환전(青蚨还钱)도 깊은 뜻도 배울 수 있었다. 돈에 곤충의 피를 묻히면 돈이 다시 되돌아온다는 발상이 바로 샘 월튼이 감명을 받은 핵심이다. 장사를 하려면 꼭 이렇게 하라는 동기 부여를 핏빛보다 진하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한마터우로 불리는 저우춘상성


저우춘의 비단가게 루이푸샹


루이푸샹에 대해 알면 알수록 중국문화, 특히 상인문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무조건 달려간 곳이 산동 땅 저우춘(周村)이다. 기원전 주()나라 건국의 일등공신 강자야(姜子牙)의 분봉 영토인 제()나라의 고도 쯔보(淄博) 시에 위치한다. 쯔보는 아름다운 요정이 등장하는 <요재재이(斋志异)를 집필한 청나라 문학가 포송령(蒲松)의 고향이기도 하다.

 

쯔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저우춘 고상성(古商城)이다. 실제로 하천이나 바다도 없지만 육상()의 마터우(码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통의 중심이던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비단가게 루이푸샹이 성장했다. 중국문화를 알고자 하면 상인정신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공자의 후손 공상희(孔祥熙)나 맹락천은 모두 유교적 규범으로 무장한 유상(儒商)이다. 장사를 하는데도 ()’가 있다면 공맹지도(孔孟之道)야말로 배우고 익힐 일이 아니겠는가?

 

산동만으로도 책 몇 권은 쓰고도 남는다. 아무리 여행을 자주 다녀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머리 속에 남지 않는 기억이란 쓸모가 없다. 중국여행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13억 중국인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여유가 아닐까?

 

최종명, 작가 및 중국문화여행 동행 / 「꿈꾸는 여행, 차이나」 「13억 인과의 대화」 , 「민,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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