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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중국대장정(07) – 궁부장다 지나 민가 체험 그리고 라싸 도착

 

바야흐로 티베트 수도 라싸()가 코 앞이다. 400km, 이제 오체투지로 가도 금방일 것 같다. 다시 아침부터 달린다. 차창 밖 니양허(尼洋河)도 유유히 흐른다. 하늘이 좀 묘하다. 구름은 운무로 변해 산 아래를 휘감고 자리를 비운 하늘은 새파랗다. 8월 한여름 아침에도 긴 팔을 둘러야 하니 고도가 높긴 하다. 이제 티베트 차마고도를 달리는 일은 일상처럼 편안하다. 길도 더는 공사 중이 아니다.

 

Mp-07-01 니양허와 하늘, 구름

 

휴게소 표지를 슬쩍 보이더니 차가 멈춘다. 그런데 웅성웅성 시끄러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궁부장다(工布江) 휴게소로 들어가는 길옆으로 10여 대의 차가 줄줄이 섰다. 경찰이 모두 세운 것이다. ‘통로 공사 중 진입금지 벌금 100위안인데 들어선 것이다. 팻말을 모든 차량이 통로로 들어선 후에 세운 것이 문제였다. 함정수사인지 모른다는 의심은 아무리 티베트이라도 그냥 넘어가긴 힘들다. 우리보다 경찰에게 고분고분한 중국사람들도 실랑이를 벌이니 도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Mp-07-02 공사 중인 휴게소 진입로에서 벌어진 사건

 

30분여 분만에 상황은 종결됐다. 모든 차량이 벌금을 내는 것으로 항복했으니 예상보다 빨랐다. CCTV, 블랙박스 다 동원해 증거 들이밀면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귀찮다. 벌금 100위안도 현지 경찰서에 가서 직접 내야 한다. 대부분 외지인이었는데, ‘억울을 빌어 항의한 이유는 시간때문이다. 아름다운 티베트 하늘을 달리고 있으니 정말 재수 옴 붙은 날’. 벌금 내고 오는데 다시 1시간, 라싸로 가는 길이 지체됐다.

 

Mp-07-03 라싸 가는 길에 본 태소고성 표지

 

도로 옆에 태소고성(太昭古城) 표지가 보인다. 청나라 말기 번성했던 상업과 교통의 요지였다. 티베트와 교역을 하기 위한 점포가 빽빽이 늘어서 차마고도를 따라온 푸얼차(洱茶)도 진열됐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거리도 생기고 등촉 타는 향기 가득한 사원도 세우게 된다. 벌금만 내지 않았더라면 다리를 건너 구경하자고 우기고 싶다. 구름이 사라지고 다시 하늘은 본디 모습으로 돌아온다. 구름 반, 하늘 반이 딱 좋다.

 

점심시간이다. 정확하게 1 30. 벌금이 날려버린 시간만큼 에누리 없다. 국도 옆 자그마한 동네 이름이 쑹둬일촌(松多一村)이다. 소나무와 아무 상관 없다. 티베트 말로 무슨 뜻인지도 궁금하지 않으니 식후경이나 해야겠다. 메뉴에 눈에 쏙 들어오는 게 나타난다. 바로 페이창펀(肠粉)이다. ‘페이창대단히강조나 비하할 때 쓰는 페이창(非常)’과 성조만 다르다. 보통 은 가루를 원료로 만든 국수다. 고구마 분말로 만든 국수에 돼지 내장으로 우려낸 육수가 합쳐져 맛이 페이창하오(非常好)’.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얼큰하고 시원하다.

 

Mp-07-04 ‘페이창하오인 페이창펀

 

1시간을 달려 미라산(米拉山) 고개에 이른다. 가파르게 오른다 싶더니 해발 5,013m. 여전히 숨이 가쁘다. 잊었던 심장도 박동을 시작하고 머리도 아프다. 블랙야크 조각상 옆에는 야크 뿔을 판다. 야크 목에 걸린 카딱()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려도 마냥 즐거운 인증이다. 고원을 바라보며 앉은 개는 무엇을 바라보는 것인가? 벌판으로 뛰어내려 달리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차마고도 마방처럼 숨 가쁘게 달리지 않고 고원을 바라보며 늘 파란 하늘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고 싶어진다.

 

Mp-07-05 미라산 고개의 블랙야크


Mp-07-06 미라산 고개에서 초원을 바라보는 개

 

해발 4,000m에 자리잡 은 르둬샹(日多) 마을에 온천지질공원이 있다. 일찍이 8세기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로 숭상되는 연화생대사(莲花生大师)가 르둬온천을 찾아 죄얼(罪孽)을 씻어내고 영혼(灵魂)을 정화해 자선과 관용의 마음을 간직하게 되니 공덕을 쌓게 된다.’고 불경에 기록했다. ‘백병(百病)’을 치유한다고 예언처럼 노래하기도 했다. 1,300여 년 전 조사()의 말씀 덕분인지 보물로 여긴다.

 

산천초목이 온통 약초인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어찌 보배가 아닐런가? 설산에서 흘러 깊게 가라앉았다가 끓어오른 물의 온도가 최고 83도나 된다. 겨울이면 더더욱 추운 고원에서 온천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천길 낭떠러지를 넘어온 마방에게도 신의 가호가 아니었을까? 수질도 청량하지만, 성분도 의료온천으로서 가치가 있다. 2002년 국토자원부에서 국제의료온천표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말 온천호텔에서 하루 푹 몸 담그고 싶다.

 

Mp-07-07 보물 같은 르둬온천

 

르둬샹을 조금 지나 국도 옆 티베트 민가로 들어간다. 사람 사는 일이 모두 비슷하겠지만 티베트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햇빛에 그을린 얼굴, 이목구비가 반듯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에게 우선 쑤여우차(酥油茶)를 따라준다. 청보리인 칭커 가루로 수분을 묻힌 참파(糌粑)와 함께 주식으로 마시는 음료다. 야크로부터 얻은 버터인 쑤여우는 지방질만 풍부해 비타민이 많은 푸얼차와 소금을 넣고 흔들어 섞어주면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이다. 대나무 통에 골고루 넣고 긴 작대기로 휘휘 젖는다. 고원지대에서 얻기 힘든 차를 짊어지고 끊임없이 피눈물을 흘렸던 보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5배 이상의 이문이 남는 장사이긴 했다.

 

Mp-07-08 티베트 민가에서 마신 쑤여우차


Mp-07-09 쑤여우차 마시는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

 

티베트 사람에게는 차와 소금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쑤여우차에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온다. 옛날 옛적에 A촌락의 토사(土司) 아들 원둔바(顿巴)B촌락의 토사 딸 메이메이춰(美梅措)서로 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두 마을은 오랫동안 원수 집안이었으니 문제였다. 결국, 딸의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원둔바를 살해했다. 원둔바의 장례가 화장으로 치러지는 때 메이메이춰는 불길로 뛰어들어 순정(殉情)하고 말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둘이 죽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사랑의 힘이 놀랍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결말이 좀 신비하다. 중국 4대 전설인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台)’는 결국 한 쌍의 나비로 승화한다. 티베트는 훨씬 강렬한 감동이 있다. 산화한 처녀는 차나무의 찻잎이 된다. 먼저 죽은 총각은 염호의 소금으로 환생한다. 티베트 사람들이 매일 쑤여우차를 만들 때마다 서로 다시 만나 하나가 된다. 나비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아닌가? 천추에 길이 빛날 영수불후(永垂不朽)라 할만하다.

 

Mp-07-09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와 아들의 목완


Mp-07-10 티베트 민가체험 중 만난 소녀의 미소

 

쑤여우차는 버터 향 짙은 미숫가루 같다. 하루에도 50잔 이상 마시는 게 보통이다. 티베트 사람은 집에서나 외출할 때나 틈만 나면 마시기에 잔도 늘 들고 다닌다. 두루마기에 모시고 다니며 한평생 사용하는데 대부분 목완(木碗)을 사용한다. 나무 사발은 신랑을 만나 종신계약에 사인하는 신부와도 같다. 그래서 재미난 민가도 있다.

 

연인과 함께 하니 부끄럽고             带着情人吧害羞,

연인과 헤어지려니 애타네              丢下情人吧心焦.

연인이 목완과도 같다면                  情人如若是木碗,

가슴에 품어야 더 좋으리라             藏在怀里该多好.

 

Mp-07-11 티베트 민가체험 중 찾아온 친척과 동네사람

 

어머니와 아들은 평생 친구인 목완을 꺼내 쑤여우차를 마신다. 손님이 오면 함께 마시는 게 예의이자 풍습이다. 바깥에는 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찻잎이 된 처녀와 소금이 된 총각을 떠올리며 모두 차를 마신다. 수 천km를 달려온 푸얼차와 소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사람들이다. 전설로라도 오래 잊지 말자는 인지상정이다. 사람 냄새 나는 시간을 보내고 발걸음을 돌린다.

 

이제 행정구역으로 라싸 시에 속한 모주궁카(墨竹工卡)를 지난다. ‘먹으로 그린 대나무용왕 거주지라는 복합적인 뜻인데 연상도 어렵고 이해도 불가! 국도에서 5km 남쪽에 자마샹(玛乡)이 있다. 서기 617년 티베트 왕 쑹첸캄포(赞干布)가 태어난 곳으로 자그마한 왕궁(王宫)도 있다.

 

Mp-07-12 라싸로 가는 길의 모주궁카 부근 들판

 

외아들인 쑹첸캄포는 부유한 환경에서 후계교육을 받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다재다능을 드러냈으며 도덕적으로도 완벽했다. 12세에 아버지 남리쑹첸(朗日松赞)이 살해당하고 귀족과 결탁한 주변 왕국의 협공으로 위기를 맞지만 왕위에 오른 후 타고난 지혜와 통솔력으로 사태를 진정시킨다. 곧바로 군사력을 결집해 인근 왕국을 평정하고 티베트 일대를 통일한다. 알룽창포(鲁藏布) 강을 건너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갖춘 라싸로 천도한다.

 

Mp-07-13 라싸로 가는 길의 라싸허

 

티베트 고원의 왕국 숨파(苏毗)와 샹숭(象雄)을 복속해 청장고원(青藏高原)을 통일한다. 네팔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이고 당나라와도 화친 결혼을 통한 외교정책을 펼친다. 청해성과 감숙성 일대의 선비족 토욕혼(吐谷)과 강족 일파인 탕구트()까지 복속해 굳건한 제국을 건설하지만 안타깝게도 서기 650, 33대 티베트 왕이자 최초의 제왕은 34살로 요절한다.

 

Mp-07-14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 부근


Mp-07-15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2호터널

 

이제 봉건시대 티베트 최고의 제왕을 따라 라싸로 들어간다. 미라산을 넘어서부터 라싸까지는 라싸허(拉萨河)가 계속 따라온다. 하늘은 강물에 투영돼 밝게 빛나고 있다. 라싸의 동대문인 다체(达孜)를 지나니 터널 3개가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산 너머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구름도 숨을 곳을 찾는다 싶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조금 지나니 구름을 뚫고 내리쬐는 햇볕이 보기에도 따갑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풍광이 새롭다. 여전히 터널 속인가 싶을 정도로 하늘이 까맣게 변한다. 하늘의 조화인가 환영 인사인가?

 

Mp-07-16 라싸로 가는 길의 변화무쌍한 하늘

 

마지막 터널을 나오니 햇살도 보이고 먹구름도 보인다. 멀리서 봐도 비다. 라싸대교(萨大桥)를 건널 때는 날도 갠 상태다. 도무지 한눈을 팔기 어려운 변화무쌍이다. 갑자기 창밖에 펼쳐진 엄청난 환영(幻影)’에 차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무지개다! 쌍무지개!!”

 

누군가 외쳤다. 이 화려한 환영(欢迎)’을 위해 그다지도 오랫동안 오락가락 천변만화(千变万化)했단 말인가? 대기 중의 자연현상 무지개, ‘물이 펼쳐진 문이어서 무지개라 하던가? 중국어로 차이훙(彩虹)이라 한다. 쌍무지개는 그냥 솽훙(双虹). ‘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떠올리다가 다채롭고 찬란한 색채빈분(色彩缤纷)을 연상한다. ‘빈분손님과의 연분(宾分)’()’로 묶여있는 꼴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는 손님과의 인연, 어찌 오색찬란하지 않을 소냐? 드디어 도착한 티베트 수도 라싸다. 쑤여우차에 들어온 찻잎과 소금이 된 듯 흥분된다.

 

Mp-07-17 라싸대교에서 만난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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