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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李小龙) 또는 브루스 리(Bruce Lee),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의 영화를 직접 본 세대는 이미 4~50대이긴 하다. 하지만 시대를 넘어 영원히 기억되는 영웅들이 그렇듯이 그는 어는 한 세대의 흘러간 인물이 아닌 듯하다. 서른을 겨우 넘긴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가 영화 속에 담아낸 독특한 캐릭터는 몇 세대가 더 지나도 늘 회자될 지도 모른다.

그가 사망한 지 35년이 지나 중국CCTV가 제작한 50부작 초대형 드라마 <이소룡전기(李小龙传奇)>로 다시 부활했다. 지난 10월부터 1달 베이징에 머물렀는데 황금시간대에 CCTV는 물론이고 각 방송채널마다 앞다투어 편성했으니 보지 않을래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소룡전기>는 CCTV1 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8년 이래 최고의 시청율(약간 과장일 듯)을 기록했다고도 전해진다. 최근 몇년 사이 가장 인기가 높았던 중국 군벌을 소재로 한 인기드라마였던 <량졘(亮剑)>의 최고기록인 11.58%를 뛰어넘었고, 올해 들어서도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던 20세기 초 산둥지방의 일가족에 관한 드라마인 <촹관둥(闯关东)>의 10.92%를 초월하는 기록이었다고 보도됐다. (16부가 방영된 시점에서 시청율 12.32%를 기록했으며 28부 시청율은 12.98%.)

50부작이나 되는 긴 드라마를 중국에서 다 보기 어렵지만, 다행히 요즈음은 인터넷을 통해 전 편을 아무 무리없이 다 볼 수 있다.
신랑다피엔(新郎大片)으로 차곡차곡 이 시청율 최고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우선, 이소룡 배역의 배우가 친근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 이소룡과 닮은 듯하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무술인이면서도 세계적 스타인 이소룡의 카리스마에 비해 한참 나약해보이는 인상. 어쩌면 <이소룡전기>의 주인공인 천궈쿤(陈国坤)이 주성치의 영화 <소림축구>에서 이소룡 쇼맨십을 벌리던 골키퍼를 떠올리니 답이 쉽게 나왔다.

<소림축구>의 천궈쿤



주성치가 강력하게 배역에 추천했다는 후문도 들리지만, 드라마 인기에 힘 입어 골키퍼 배역에서 일약 대스타 이소룡을 연기했으니 당연히 인기 급상승이다. 중국에서는 천궈쿤과 이소룡을 비교해, 얼굴, 신체, 무공, 성장배경 등을 놓고 얼마나 비슷한 지 조사까지 하기도 했다.

대체로 7~80% 정도 비슷하다는 인식인 듯하다. 어쩌면 드라마의 인기로 급상승한 이미지를 포함한다면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 연기가 좀 어색해보인다. 적어도 무술감독의 지도와 컴퓨터그래픽, 카메라스킬 등으로 처리된 화면을 빼고나면 분장도 그렇고 좀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감독 리원치(李文岐)는 '민족영웅 중국공산당' <조동지(赵尚志)>와 같은 드라마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주로 동북의 헤이룽장에서 활동한 감독으로 이번에 대작을 맡게 된 것도 특별한 느낌이다. '민족영웅'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검증된 때문일까. 하여간, 긴 호흡의 한 인간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적합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 드라마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 산하 중국국제TV총공사(中国国际电视总公司)의 리졘(李建) 총재의 책임 아래 제작됐다. 이 회사는 중국의 드라마, 영화, 다큐, 애니메이션을 해외에 판매를 하기도 하며 해외 비즈니스를 총괄하기도 한다. 당연히 세계적인 스타 이소룡의 상품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비를 끌어들이고 CCTV1 채널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영할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하는 듯하다.

드라마 <이소룡전기>는 그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열정을 다해 살다간 무술 스타, 철권도를 창시하고 쌍절곤이라는 영화적(?)인 무기를 개발해 세계인에게 쿵푸라는 것을 알린 영화배우이다. 학생시절부터 시작해 첫사랑 이야기와 스승들을 만나고 유명해지면서 미국 여자와 결혼을 하고 영화배우로 거듭나는 등 일대기를 무술과 생활 이야기를 두루 그려내고 있다. <당산대형>을 비롯해 <정무문>, <용쟁호투>와 <사망유희> 등 그의 대표작들에 대한 제작 스토리 등도 드라마 속에 있다.

<사망유희>의 한 장면

하지만 짧게 살다간 그의 죽음을 놓고 한바탕 옛 이야기들을 꺼내기도 한다. 언론을 비롯해 인터넷에서는 그의 죽음과 관련된 암살이냐 모살이냐 건강이상설 등 갖가지 이야기로 호들갑이다. 드라마는 마지막 결말에서 1973년 7월 20일, 그의 친구(女友)이던 딩페이(丁佩)의 집에서 두통 때문에 먹은 아스피린(阿斯匹林)으로 인한 약물과민반응으로 돌연사했다는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드라마 설정이 이뤄졌다.

본명 리전판(李振藩)인 이소룡, 브루스 리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 우리는 그의 현란한 몸놀림과 특유의 영화적인 고함 소리를 기억한다. 영화 속에서 무술을 통해 재미와 상상력을 팔았던 영화배우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중국 대륙에서 다시 '영웅만들기'의 스타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한다면 약간 어설프다는 느낌이 든다. 이소룡의 영화는 재미있지만 그의 일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왠지 영화만큼 재미가 없어보인다. 줄곧 참고 50부작을 다 보기가 아주 힘들지만 이소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봐도 좋을 것이다. 딱 30부작 정도면 깔끔할 것을 너무 늘어지게 만든 것이 아주 아쉽다.


"우리는 여전히 이소룡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다.(我们依然能听到李小龙的呐喊)"


댓글
  • cosmopolitan 이거 한창 할때 북경에 있었는데..당시에는 중국어 배운지 얼마 안되서 그냥 화면만 재밌게 봤었는데..
    한국 와서 cctv가서 다시 처음부터 다 봤었다는..ㅋ
    근데 얼마전에 SBS에서 밤에 방영해주더군요..
    2009.12.04 01: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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