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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6일, 다음블로그 시절에 쓴 글이 하나 있었다. 독일이 선정한 중국 '최우수 블로그'에 빛나는 '칼라풀한 세상'의 '쥐꼬리풀'을 쓰고 한참이 흘렀다. 이 '쥐꼬리풀' 위엔샤오쥐엔(原晓娟)은 미식가이면서 요리 전문기자이면서 방송에도 출연하는 다재다능한 블로거이기도 했다.

중국 최우수 블로그에 빛나는 <칼라풀한 세상>의 쥐꼬리풀 위엔샤오쥐엔

나는 그녀의 재능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위암에 걸렸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투병하면서 그 생생한 이야기를 병상일기를 통해 많은 네티즌들과 공유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그녀의 블로그 글들을 밤새 가며 다 읽었고, 이메일을 보내 회신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그러니까 지난 11월, 베이징에 갔을 때 문득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블로그를 찾았고, 최근 글들부터 하나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생활을 알고 나면 그녀를 만났을 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데, 말투나 내용이 사뭇 이전에 비해 달랐다. 그녀의 약칭인 쥐엔즈(娟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당황했는데 자세히 읽다보니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글을 쓰고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생활과 아들 캉캉(康康)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랬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건강이 아주 호전됐으며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건강하게 잘 살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설마 설마 했는데 2007년 5월 7일자 글에서 그녀의 비문을 발견하고는 눈 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짜릿해지는 것이 잠시 아노미 상태가 됐다.



그리고, 5월 4일에 올라온 글에는 '엄마 모시고 집으로 가자(回家,陪妈妈)'는 제목과 함께 아들 캉캉이 엄마의 묘비명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더이상 블로그의 글을 읽기가 힘들어졌다.


엄마의 영정을 들고 있는 모습의 아들 캉캉. 차마 더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가 어려웠다.

.......

그리고, 한참 지나 최근에서야 다시 그녀의 블로그를 열 수 있었다.

"4월 18일 아침 9시반, 쥐엔즈가 우리를 떠났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줄곧 아무런 고통도 없이 잠을 자고 있다. 어제 저녁 진정제를 놓기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집에 가고 싶어'라고 했고 나는 '내일 꼭 데리고 집으로 갈게'라고 했다. 병이 난 이래 쥐엔즈는 주(主)를 믿었기에 그녀가 아주 사랑을 받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주께서 일찌기 그녀를 천당으로 데려갔으니 말이다. 쥐엔즈가 갔다. 그녀는 이미 해탈했다."  

4月18日早晨9点半,娟子离开了我们,昨天晚上到现,她一直在睡,没有痛苦,昨天晚上打镇静剂前,我拉了她的手,她说:“我要回家”,我说,“明天我一定带你回家。”生病以来,娟子信了主,我想她是太让喜爱,主早早地让她回到天堂。
娟子走了,她就解脱了.

그녀의 남편이 쓴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둘이 처음 만나게 된 때부터 시작되는 사랑과 존경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니 왜 이들이 하늘과 땅에서 서로 마음을 잇듯이 계속 블로그를 이어가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 9월 쥐엔즈가 18살일 때, 인민대학 입학식 행사에서 처음 만난 시절부터 '워먼(我们)' 시리즈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까지의 애뜻한 느낌과 사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남편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증을 비롯해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들과 함께 모두 16편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보면 짧지만 깊이 사랑했던 쥐엔즈의 삶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그녀에 관한 블로그 글을 쓰고 나서 불과 6개월 만에 그녀가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참 인생이란 뜻밖인가. 그녀의 블로그를 소개한 것이 우연한 일이었지만 아마도 그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서 만나게 됐는데, 이것도 엄청난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남편의 소망과 믿음처럼 고통이 없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까. 지금 이 시간 이 글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뒤늦게나마 그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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