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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국내 최초 풀 액션 피규어라는 상품으로 다시 탄생한 2009년도 판 로보트태권브이(이하 태권브이) 캐릭터를 만나러 갔다. 이종근 대표(36)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인 피규어(figure)란 말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

‘관절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캐릭터 장난감’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의 캐릭터들을 피규어 스타일로 기획 제작돼 유통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브이가 로봇 캐릭터로는 첫 시도라고 한다.

어떻게 마음 먹은 대로 자유롭게 움직일까. 이번에 개발해 발표한 모델(FS-76 Genesis)은 20센티미터 크기로 태권도 동작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관절이 있는 부위는 모두 다 움직인다는 것이다. 팔과 손목, 다리와 발, 허리몸통 그리고 목도 자유자재로 돌아가고 손도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다. 발 부위를 다소 넓게 만들었기에 완벽하게 자세를 잡고 서 있을 수도 있다.

태권도의 기본동작들을 구현해 봤다. 차려 자세, 정권 찌르기, 발차기, 막기 동작까지 이리저리 돌리고 맞추고 하니 정말 신기하게도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하는 로봇이 된다. 아파트와 빌딩 숲이 보이는 유리창문에 태권브이를 두고 날아가는 자세를 만들어보니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다.

1976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러닝타임 76분의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로보트태권브이>는 30년이나 더 지나 디지털복원 된 후 2007년 다시 개봉됐다. 이미 한 세대의 가장이 된 부모들은 추억을 더듬으며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관람하는 ‘특이한’ 현상까지 생겨났다.

2007년 당시에도 태권브이의 피규어 캐릭터가 선을 보였는데 삽시간에 전량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 40센티미터 크기의 캐릭터는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올랐다고 하는데 이번에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20센티미터 크기의 제품으로 먼저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표에게 다시 물었다. 왜 우리나라 캐릭터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인지 비용의 문제인지.

“생산 인프라가 이미 중국으로 다 건너갔고요. 단가 맞추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이미 중국은 미국 일본 등 유명 캐릭터를 생산해 왔기에 기술면에서 노하우가 축적이 돼 있어서 우리보다 앞서갑니다” 라고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태권브이는 중국 션전(深圳)의 한 공장에서 생산했다. 1년 동안 현지에 상주하면서 기술자들을 교육하고 원자재를 확보하고 가공 생산해 품질검사까지 거쳐 이제 시장에 막 유통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개발 및 제작 과정에서 많은 고충이 있어 보였다. 게다가,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을 대표하는 로보트태권브이와 관련해 많은 고민도 엿보인다.
 
그의 고민은 우리 문화산업의 매우 진지한 각성과 함께 우리 문화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즉석 토론을 이끌어 냈다. 마침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이중원박사(43)와 함께 취재 인터뷰를 간 것도 한 몫 했다.

강남의 한 양고치 집으로 옮긴 우리는 논의를 더 발전시켜 보기로 했다. 두 공동대표와 중국전문가 2명이 함께 한 자리였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것이 공간적인 부분이지 콘텐츠 자체가 어디 꺼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이대표의 말에 이박사는 ‘맞습니다. 바로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지 생산지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라고 동조했다.

이어 이박사의 태권브이는 ‘1세대가 있고 2세대가 있는데 지금 생산된 것은 2세대가 아닌지?’라는 질문이 이어지면서 곧바로 태권브이를 캐릭터 상품으로 기획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처음 1세대는 마징가Z 비슷했고 왜색이 너무 짙지 않나 하는 시점에서 김청기 감독이 세대를 확 뛰어넘는 작품, 곡선이 처리되는 로버트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당시에 생산한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라는 이박사의 지적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이대표는 30년 전 태권브이 로봇을 현재의 피규어 캐릭터로 만드는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2D 애니메이션에서는 구현이 되지만 관절이나 몸이 움직이는 범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작됐기에 자연스런 동작이 필요하고 심지어 태권도 하는 자세를 표현해 내려다보니 서로 상충하는 점들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죠’

이대표가 개발과정을 설명하자 이번에는 공동대표이기도 한 홍영기 대표(43)가 나섰다. 태권브이를 피규어로 탄생하는 데에는 개발 외에도 경영 측면에서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에 따른 모든 준비를 마쳐갈 즈음에 세계 경영위기와 더불어 환율의 폭등이 왔던 것이다. 위안화 급증으로 추가투자 자금을 확보하느라 예정보다 생산이 늦어진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렇지만, 3월초 본격 출시를 앞두고 예약주문은 물론 선 주문도 이뤄지는 등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니 다행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동작이 구현되는가 궁금했다. 그저 ‘혼자서도 가지고 잘 놀아요’ 정도로 자유롭게 관절을 이리 저리 조정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다. 국내 최초로 개발돼 적용된 피규어용 관절 ‘네오-브이 조인트(NEO-브이 Joint)’ 덕분에 한쪽 발로 선 채 120도 회전이 가능하다. 그러니 태권도의 다양한 품새 동작들을 응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작들을 구현하면서 몸매를 매만지니 아주 반질반질하며 만지는 감촉이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한 느낌을 준다. 기본 원자재가 PVC(폴리염화비닐)와 함께 자동차부품 등에도 사용하며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닌 ABS수지를 사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 태권브이 관절은 일본에는 유명한 관절인 '리볼텍'에 버금가는 것으로 특허출원까지 했으며 이소룡 캐릭터의 피규어 제작유통사를 통해 홍콩에서도 동시 판매될 것이라 한다.

이는 우리 캐릭터의 해외수출이라는 성과이기도 하니 문화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0년 하반기로 예정된 로보트태권브이 실사영화 개봉에 맞춰 영화와 캐릭터가 밀접하게 결합된 마케팅 및 해외수출의 기대를 부풀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게 과연 실사영화로 제작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헐리웃은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으로 시작된 <트랜스포머>를 실사영화로 제작해 완구와 피규어를 전 세계에서 약 10억 개를 판매했으며 일본도 도에이 사의 <가면라이더 덴오> 극장판이 흥행에 성공했고, 50만개의 피규어가 판매됐습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문화산업의 새로운 수익공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캐릭터를 가지고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그리고 완구와 피규어 상품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날 토론을 함께 한 사람들은 모두가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했다.

“나이키와 지오다노는 동일한 방법으로 옷을 제조하지만 가격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브랜드 때문입니다” 라고 하고 나서 “하청을 수십 년 해서 그림은 그릴 줄 알지만 크리에티브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를 우리도 고민해야 하며 중국 역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 한류가 이름값을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적인 제작 시스템 때문이다. 비록 모방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과 미국 헐리웃 영화로부터 오랫동안 정신적, 문화적 속박 속에 시달렸지만 어느덧 민주주의와 정보화, 소통의 대중화를 통해 문화산업의 부흥을 창조한 것은 결코 가볍게 평가될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한국형 애니메이션, 캐릭터 비즈니스에서도 새롭고도 ‘크리에이티브’한 발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태권브이 피규어를 개발한 네오스톰엔터테인먼트는 주목할 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는 투 톱 시스템이다. 이종근 대표는 동양무예학과를 졸업한 후 캐릭터 상품 기획과 원형설계 및 상품화한 경력이 지니고 있고 홍영기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이랜드에서 마케팅 업무를 거쳐 한중기업연합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지금은 중국 생산현장에 있지만, '잠꼬대도 중국어로 한다'는 김철이사(41)까지 태권브이 캐릭터는 이 트로이카가 움직인다고 한다.

즉, 상품생산과 경영능력이 통합돼 있다는 점은 태권브이가 한국형 캐릭터로서 자리잡고 세계적인 문화 아이템으로 발전할 힌트를 보는 듯하다.

태권브이 피규어 가격은 49,000원이다. 약간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1시간 정도 가지고 놀아보니 처음에는 이 비싼 완구가 싱거워 보이기도 했다. 좀 자세히 관절을 돌리고 태권도 품새 동작을 만들어서 세우고 눕히고 날리고 던지고 하니 점점 친근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어른도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듯하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부심을 함께 심어줘도 좋겠다 싶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로 시작되는 흥겹고 감동적인 노랫가락과 멜로디가 그들과 헤어진 후에도 귓전에 오래오래 머물고 있다. ‘실제로 태권도 하는 로보트태권브이’가 세계 속의 태권도처럼 유명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중국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부디 중국에도 실사영화와 함께 캐릭터 상품이 중국 사람들 손에서 만끽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해봤다. 두 공동대표는 한 목소리로 ‘당연합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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