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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중국영화캐기-07] 쟝원 감독의 <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

 

6세대 감독으로 평가되지만 연기파 배우로 더 유명한 쟝원(姜文)의 2007년 작품 <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太照常升起)>는 중국영화계에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감독이자 배우로 출연한 쟝원을 비롯 베를톨로치 감독의 <마지막황제>에서 황후(婉容) 역을 맡았던 천충(, Joan Chen), <소림축구>의 황츄셩(秋生), 청룽(成) 아들 팡주밍(房祖名), <천지영웅>의 신예 여배우 저우윈(周韵), 중국 록음악의 대부 추이졘(崔健) 등이 참여했고 기대가 컸다.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황금사자상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으나 리안(李安) 감독의 <색계(色戒)>에 밀렸다. <색계>보다 훨씬 더 영화적 상상력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스토리 역시 짜임새 있어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담은 수작으로 평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와 중국에서 모두 흥행에서 <색계>에 밀렸다. 탄탄한 원작소설의 스토리라인이 역시 노출로 승부한 영화를 당해내기에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쟝원 감독은 장이머우(张艺谋)의 <붉은수수밭(高粱)>에서 궁리()와 함께 주연을 맡았고 화제작에 자주 등장한 연기파 배우로 알려졌지만 <햇빛 쏟아지는 날들(灿烂的日子)>과 <귀신이 온다(鬼子)>의 감독으로도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영화의 주제의식에서 6세대 감독의 범주에 고스란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무 판 위에 유채화로 그리고 병풍처럼 펼쳐 그린 그림인 ‘폴립티크(polyptych)’ 형식을 빌어 만든 이 영화는 중국 남부, 동부, 서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서로 다른 시간에 발생한 사건들이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4가지 이야기를 엮었다. 펼쳐진 이야기가 병풍을 접으면 서로 붙듯이 이야기들을 서로 연관 짓고 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만 놓고 보면 가리운 듯 생경하지만 전체로 펼쳐보면 완결된 스토리라인이 잘 드러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전에 보지 못하던 독특하고 영롱한 색채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사로잡는다. 마치 내셔날지오그래픽채널(NGC)을 닮은 듯 자연 그대로의 풍광과 토속적인 색감 그리고 변화무쌍한 햇살의 색채를 카메라 속에 스며들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스크린에 펼쳐진 눈 부신 파노라마라고 해도 좋다.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 미친 엄마의 아들로 등장하는 둥팡이 햇살이 떠오르는 산골마을 뛰어다닌다. 오른쪽의 포스터는 엄마의 슬픈 얼굴과 아들이 엄마를 구하려고 사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 Taihe Film Investment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따스한 감성으로 가녀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다. 현실의 속박과 억압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따뜻한 성품의 인간성임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조차 시린 영상을 배경으로 인간미가 묻어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첫 번째 이야기 펑() – 1976년 봄날의 중국 남부

 

사랑스러운 말투지만 ‘미친 엄마’(疯妈, 周韵)와 ‘사랑스러운 아들‘ 둥팡(, 房祖名)의 이야기이다. 미친 엄마의 귀여운 광기로 인해 발발하는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항상 뒷감당을 해야 하는 아들은 엄마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도 지치지 않고 엄마를 충직하게 보살핀다.

 

어느 날 엄마는 꿈을 꾼다.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철길을 따라 꿈결처럼 걸어간다. 노란 수염이 달리고 헝겊으로 만든 물고기 문양의 예쁜 신발 한 짝이 놓여있다. 늘 신발을 신지 않는 엄마는 꿈 속에서 보았던 신발을 사서 들고 다닌다. 나무에 걸어두고 볼 일을 보다가 잃어버린다. 나무 주변에 있던 앵무새는 ‘난 알아(我知道), 난 알아’ 하며 흉내 내며 사라진다. 앵무새를 쫓아 나무 위에 올라간다. 그리고 ‘태양이 떠오르니 아이가 웃네요’ 라며 고함을 친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러시아 출신 공산주의자 연인이 비명에 살해되자 그 유품을 지니며 아들을 키우는 미친 엄마는 높은 나무 위에 오르기도 하고, 땅을 파내고 돌들을 온동네 옮기기도 하고, 흙 뗏목을 타고 강 위에 서 있어서 아들을 놀라자빠지게 만든다. 오른쪽 포스터는 아들이 뛰어가는 모습과 엄마가 누워있는 모습이다. ⓒ Taihe Film Investment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늘 엄마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긴장하고 있는 아들은 엄마를 등에 싣고 다니기도 한다. 오른쪽 포스터에 나오는 모습은 어느 날 꿈 속에서 본 신발(물고기 문양의 헝겊신발)을 사서 옛 연인에 대한 사랑을 못 잊어하며 죽음을 생각한다. ⓒ Taihe Film Investment


 

너무나도 생기가 펄펄 넘치는 엄마는 늘 높은 나무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고 급류가 흐르는 강물 위에서 흙 뗏목을 타기도 하고 땅에서 파낸 돌을 산 온 동네로 나르기도 한다. 말투까지 귀여운 미친 엄마는 순박한 아들을 늘 마음 졸이게 만든다.

 

엄마의 온갖 행동거지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끔직하게 사랑하는 아들은 엄마가 늘 당나라 시인(崔)의 시 ‘黄鹤一去不返,白云千空悠悠(황학은 가더니 돌아오지 않고, 흰구름만 천년만년 지키고 있네)’를 읊조리는 것에 귀를 쫑긋한다. 노래를 부르는 듯한 시 가락이 들리지 않으면 아들은 긴장한다. 소리가 사라지면 또 사고가 나는 것이니 말이다.

 

엄마는 편지조각을 불 태우며 아빠 얼굴이 동그랗게 잘라진 사진을 보여주며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엄마는 숲 속에 돌로 쌓은 아담한 집을 지어놓고 그 안에 각종 살림살이들을 가져다 놓았다. 금 가거나 깨진 거울, 찻잔, 주판, 항아리들이 수두룩하다.

 

어느 날 엄마의 상태가 지극히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전 신을 신지 않던 발에 고이 간직하던 물고기 문양 신발을 신고는 환한 미소로 아들을 대한다. 아들은 뭔지 모를 불안감이 가득 했으나 사냥꾼 손님을 안내하기로 되어 있어서 나갈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밖에서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소리친다. 강물에 무언가가 떠내려가고 있다. 엄마의 예쁜 신발, 뒤를 이어 엄마의 옷.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이야기 롄() – 1976년 여름날의 중국 동부

 

앞 이야기의 물결 따라 흘러가는 엄마 자취를 따라 흐르며 흘러나오는 노래 ‘아름다운 솔로강(美的梭)’은 중국 동부의 어느 캠퍼스에서 량선생(梁老, 秋生)이 부르는 가락이다. 량선생과 탕선생(唐老, 姜文)은 20년 전부터 알던 오랜 벗이자 동료 교수이고 린선생(林大夫, )은 의무실에 근무하는 엽기적이며 섹시한 의사이다. 그녀는 량선생을 연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하고 구애를 펼치지만 량선생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어느 날 량선생은 야외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누군가의 엉덩이를 만진 치한으로 누명을 쓰고 도망친다. 사람들의 손전등에 쫓겨 달아나다가 건물 아래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잡히게 돼 조사를 받는다. 그런데 어두운 밤 영화를 보는 도중 엉덩이를 만졌다고 주장하는 여인이 5명이 등장한다.

 

탕선생은 동료가 억울한 상황에 처하자 실상을 듣고자 하지만 량선생은 당시에 한 여인 뒤에 서서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엉덩이를 만지지 않았고 그 여인이 소리친 것도 아니라고 호소한다.

 

영화도 보러 가지 않았던 린선생은 그를 구명하기 위해 오히려 량선생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누워 있는 량선생을 찾아온다.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그녀에게 의심을 품지만 누명을 풀기 위한 위장이었고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자백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마치 10대 소녀가 사랑을 고백하듯 순진무구하게 구애를 하자 그 진심을 깨닫는다.

두 번째 이야기 중 한 장면으로 량선생이 '아름다운 솔로강'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익살 맞고 귀엽게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 모습. 오른쪽 포스터는 량선생이 침상에 누워있고 의사인 린선생이 범인을 찾기 위해 용의자들이 직접 엉덩이를 만지게 해 그 감촉으로 색출해내는 모습을 담았다.



두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의사인 린선생이 정부인 탕선생이 분 트럼펫 소리를 듣고 섹시하고 육감적인 모습으로 찾아오는 장면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린선생이 오는 모습을 보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두 사람이 쳐다보고 있는 장면인데 이때 탕선생이 노크신호로 구두로 바닥을 탁탁 칠 것이라고 한다. 둘 사이가 부적절한 사이인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다.


 

량선생의 깁스를 푸는 것을 도와주던 탕선생은 방에서 총열과 총대가 나눠진 총 한 자루를 발견한다. 20년 전 신장(新疆)에서 본 총 같다고 하니 량선생은 총을 탕선생에게 준다.

 

학교 당국으로부터 혐의를 풀게 됐다고 하자 량선생은 탕선생에게 ‘너와 린선생을 함께 식사 초대’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탕선생은 린선생은 부른다며 트럼펫을 들고 와서 분다. 그러자 린선생은 육감 넘치는 섹시한 동작으로 량선생 방을 지나쳐 탕선생 방 앞에 선다. 탕선생만 아는 둘만의 신호인 듯 구두로 바닥을 리드미컬하게 탁탁 치며 노크를 한다.

 

탕선생 방에서 셋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름다운 솔로강’을 부르며 웃고 즐긴다. 그리고 량선생은 셋 사이의 진실, 린선생은 탕선생의 정부였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동안 ‘빠라빠라 빠라빤 빠’ 하며 트럼펫을 불어서 늘 방으로 불러서 함께 밀회를 즐겼던 것을 알게 된다. 량선생은 자괴심에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세 번째 이야기 창() – 1976년 가을날의 중국 남부 (첫 번째 이야기와 같은 장소)

 

량선생의 자살로 인해 불건전한 관계가 불거진 것인지 모르지만 탕선생은 아내(孔)와 함께 미친 엄마의 사랑스런 아들 둥팡()이 사는 마을로 사상개조 또는 사냥 여행을 온다. 그날은 미친 엄마가 사라진 날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끝이 곧 세 번째 이야기의 시작인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1976년 한 해에 일어난다.

 

탕선생과 아내는 둥팡이 철로()에서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기차(火)여행 중에 태어난 것이라 되묻지만 엄마가 기차가 아니라 철로 아래에서 낳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철로 아래에서 낳았으니 기차를 보긴 했겠지만 기억 나지 않는다는 둥팡이 세상 물정 모르고 외지에 한번도 나가보지 않는 촌사람이지만 순박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한다.

 

어느 날 밤 늦도록 동네 꼬마들과 사냥을 하고 돌아온 탕선생은 아내가 없는 것을 알고 미친 엄마가 만들었던 보금자리이자 둥팡이 즐겨 찾는 곳으로 찾아간다. 아내와 둥팡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자신의 배가 벨벳(天鹅绒) 같다’고 한 20년 전 자신의 말을 그대로 둥팡에게 전하는 소리를 엿듣는다.

세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미친 엄마가 강물에 빠져 사라진 날 사냥꾼의 행색으로 총을 들고 온 탕선생과 아내를 마중 온 둥팡이 엄마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급히 뛰어가고 있다. 오른쪽 포스터는 아내의 꼬임에 빠져 밀회를 즐긴 것을 알게 된 탕선생이 총구를 겨누고 있다. ⓒ Taihe Film Investment



세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탕선생은 사냥을 하면서 일과를 보낸다. 마을로 가는 다리 아래 강물에 비친 하늘과의 대칭이 아름답다. 오른쪽 포스터는 탕선생이 총구를 겨냥하는 모습이다. ⓒ Taihe Film Investment



세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탕선생은 미친 엄마의 아들인 둥팡이 사는 마을에 와서 사냥을 하면서 생활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어린 둥팡을 친근하면서도 유혹하는 듯한 모습의 탕선생 아내이다. ⓒ Taihe Film Investment

 


다음날 아침 탕선생은 아내의 젊은 정부 둥팡을 총으로 쏴 죽이려 한다. 그런데 둥팡은 벨벳이 뭐냐고 묻는다. 한번도 벨벳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자 왠지 모를 측은함일까 순진한 모습에 그는 벨벳을 갖고 돌아와 보여주는 날 죽이겠노라고 한다.

 

그리고 베이징으로 온 탕선생에게 친구(崔健)가 말하길 아내가 바람 난 것이 결혼 20년 동안 아내 홀로 남겨두고 밖으로만 돌았던 것이 잘못이지 둥팡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고 한다.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결심한 채 벨벳을 구하지 않고 다시 산촌으로 돌아온다. 아내에게 좋은 감정으로 즐겁게 대해주고 선물로 거울을 건네 준다. 그녀는 곧 떠나겠으며 남편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한다.

 

다시 둥팡과 탕선생이 만났다. 탕선생은 벨벳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이 총으로 사냥해 잡은 새만 둥팡에게 전해주고 지나친다. 바보인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모를 둥팡은 외지에 나가서 가져왔다며 자랑스레 벨벳을 펼친다. 당신 아내의 배가 전혀 벨벳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섬광처럼 총 소리가 하늘을 가른다.

 


네 번째 이야기 멍(
) – 1958년 겨울날의 중국 서부

 

20년 전 이야기가 이 영화의 시작인 셈이다. 러시아 변경 신장(新疆)지역의 민요와 함께 붉은 빛 석양의 사막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탕선생 아내 ‘탕치(唐妻)’와 미친 엄마 ‘펑마(疯马)’는 사막을 건너는 길 동무로 만나 낙타를 타고 사막 길을 간다. 탕치는 쉬지 않고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떠들어 대지만 펑마는 어두운 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펑마는 임신한 채로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공산당 중 열사였던 아이 아빠의 이름은 ‘아랴오사(, 중국이름 李不空)’.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남긴 편지 꾸러미와 3곳에 구멍이 뚫린 옷가지, 장화, 체르니솁스키의 소설 책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드림’이라고 새겨진 물잔을 비롯한 유품들 앞에서 펑마는 한없이 울기만 한다. 그의 옷을 입고 유품을 모두 챙겨 만삭의 몸으로 되돌아 나온다.

 

한편 탕치는 오래 전 사귀다 갑자기 사라진 연인의 편지를 받고 무작정 결혼하러 사막으로 가는 중이다. 그녀의 낭만적인 연인은 사막 한가운데로 와서 결혼하자는 편지를 보내왔고 눈 쌓인 사막 한 가운데 꼭대기에 젊은 탕선생이 사냥꾼 모습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기 많은 남자와 무작정 먼 길을 달려온 여인은 결국 만나서 서로를 끌어안고 행복해 한다. 이때 남자가 감동 어린 말을 한다. 20년 후 이 말 때문에 둥팡은 총 맞아 죽게 된다. “너의 배는 벨벳 같아”

네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중국 서부의 고원 사막지대를 지나는 기차의 모습이다.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고 실루엣으로 표현된 기차의 모습이 환상적인 장면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20년 전부터 사냥을 즐기는 탕선생의 모습을 실루엣과 붉은 빛으로 형상화했다. ⓒ Taihe Film Investment



네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지평선과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실루엣으로 질주하고 있는 기차의 모습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기차에서 내려 철로에 떨어진 아기를 구하려고 뛰어가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 총구를 겨누고 있는 탕선생의 모습이다. ⓒ Taihe Film Investment

 


그날 저녁 사막 한 가운데서 그들은 결혼하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자살한 친구 량선생과 그 지역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잔치를 벌인다. 량선생은 춤추며 젊은 여인들의 엉덩이를 슬쩍슬쩍 만진다.

 

그때 그들 옆으로 구름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는 기차 안에는 만삭의 펑마가 타고 있었다. 그녀는 용변을 보다 그만 아이를 낳게 되고 기차 밑으로 빠뜨린 걸 알고는 급히 기차를 세운다. 온통 꽃밭인 철길을 따라 달려가보니 사내 아이가 꽃밭에 누워 우렁차게 울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기차 지붕 위에 올라서서 죽은 연인을 향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외친다.

 

“걱정 말아요. 아랴오샤, 기차는 멈춰 섰고, 아이가 웃으니까 태양이 떠올랐어요”

 

이 말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 펑마가 나무 위에 걸터앉아 매일 하늘을 향해 외치던 대사이다.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며 영화는 장엄하게 막을 내린다.

 

마지막 이야기는 영화 속 출연 캐릭터들이 사막 한 자리에 모여 자연스레 전체 이야기의 연결구조가 드러난다. 특히, 환상적인 색채를 스크린에 담아 마치 꿈 속을 밟아가는 듯하다. 해가 떠오르는 사막의 지평선을 따라 기차가 실루엣으로 달려간다. 그 여주인공도 지평선 위의 한 점이 돼 뛰어가는 모습이나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달리는 기차 위에서 소리치는 장면은 가히 감동적인 영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자오페이(), 리핑빈(李屏宾), 양타오(杨涛)로 구성된 3명의 촬영감독 팀은 공동 작업을 통해 최고의 장면들을 담아내고 있다. 중국남부의 계단식 논밭과 푸른 하늘과 맑은 하천을 따라 펼쳐지는 장면들은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 6세대 감독들과 빈번하게 작업하고 있는 촬영감독들로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독창적인 촬영 구도와 기법들이 묻어나 있어 장면 그 자체로 미술이다. 거기에 다양한 소품들이 산뜻한 색채를 담아내고 있으니 영화가 그야말로 하나의 훌륭한 예술품전시관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음악을 맡은 일본의 ‘히사이시 조(Joe Hisaishi, 중국명 久石)’가 영화 음악을 맡아 아름다운 풍광에 어울리는 선율을 가미했으며 조선족 동포가수이며 로커이자 젊은 소장파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친 추이졘(崔健)은 탕선생의 베이징 친구로 특별 출연했으며 트럼펫(小) 연주작업에도 참여했다.

 

이 영화 속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의 동기들은 다소 애매모호해 보인다. 미친 엄마의 죽음이나 자살한 량선생, 전사한 아빠 등. 그래서 영화가 개봉된 후 많은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저마다의 해석도 다 유효하다는 말로 세세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에 관객으로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

 

20년의 세월과 서로 다른 공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과 진솔한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는 것이 그저 염세적인 문구가 아닌 태양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언제나 떠오르듯 힘차게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담았다는 적극적인 뜻을 병풍처럼 담아낸 영화로 읽어갈 필요가 있다.

 

중국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영화일 것이다. 중국어를 전공했거나 중국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포스터만 봐도 당장 보지 않으면 미칠 정도라면 과장일 지도 모른다. 이런 강력한 추천에 대해 우리 공동필자는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봤다. 기립박수를 쳐야 하는 정말 좋은 영화다.

 

영화 <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의 감독 쟝원(姜文). 그는 장이머우의 <붉은수수밭> 등에서 열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 바람기 있는 사냥꾼이면서 교수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을 <영화는 다시 떠오른다>라고 번역됐고 영어제목도 <The Sun Also Rises>이지만 '照常'의 뜻이 '다시'라기 보다는 '평소와 다름 없다'에 더 가깝기도 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비관적인 상황에서 '다시 희망이 보인다'는 것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갖는 '그 어떤 변화무쌍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늘 언제나 떠오른다'는 것이 더 정확해보여서 '언제나'로 해야 옳다고 생각했다. ⓒ mtime.com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0000)

The Sun Also Rises 
8.7
감독
강문
출연
조안 첸, 최건, 황추생, 방조명, 주운
정보
드라마 | 중국, 홍콩 | 116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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