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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 패션사진작가 사라 문 국내 최초 사진전


 

사진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까지 담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패션사진이라니 그저 모델의 늘씬한 몸매를 떠올렸지만 어두워서 침울해 보이기조차 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볍게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낯선 이름의 사라 문(Sarah Moon), 누군가 한국계라고 생각했다지만 그녀는 패션모델이자 사진작가, 영화감독,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모델이었지만 그녀의 1997년 작품 <샤넬>에는 얼굴도 없고 모습도 없다. 그저 파인 등을 드러내고 상상하기 힘든 역동적 동작이자 정지로 관객 앞에 툭, 이미지로 던져졌을 뿐이다. 사진전 카탈로그는 수채화로 그린 듯 화사해서 도무지 더 이해하기 힘들다.

 

쉽게 칼라사진과 흑백사진으로 나눠보면 된다. 가을 햇살을 머금고 찾아간다면 사진의 색감에 잠시 멈춰서야 한다. 노랗게 옷을 입었지만 채도가 조금 떨어진 노란 감촉도 있고 연한 하늘에 아스라하게 묻어난 연두가 하얀 느낌을 보듬고 있기도 하다. 아주 강렬한 빨강과 초록도 있고 검정도 있다. 옷에 색깔이 있듯이 패션사진에도 칼라 이미지가 들어있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큰부리새>는 패션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다. 이제 사진전에서 온갖 색에 대해 주저리 말한 이유이다. 아마추어 관객과 한치도 벗지 못한 나는 붉은 바탕 가운데 동그란 원에 발을 딛고 몸과 큰 부리를 직각으로 꼿꼿하게 세운 새를 보고 아 회화 전시회구나 하는 생각, 아니 착각도 재미있다. 이 ‘패션 새’는 날아가려는 의지조차 완전 상실한 채 섰으니 사진보다 더 비본질적인 그림이려니 했다. 사진이나 그림이나 실제를 옮긴 것이라면 사진에 비해 그림이 더 상상답지 않을까. 그래서 이 새가 보금자리처럼 마음에 든다.

 

흑백사진들은 낱개가 흩어지지 않고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한데 어울려 있다. 특히, 사라 문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작업한 사진들은 세피아 톤으로 물들어 있고 그 속에 담긴 이미지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배치돼 있다. 큐레이터 최연하씨는 폴라로이드가 가져다 준 사라 문의 작업을 “과거로부터 현재를 떼어내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사진이 곧 진실이거나 기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새겨보라고 한다.

 

마침 사진전에는 한 대학교 패션학과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하고 있다. 최연하씨는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사진에 대해, 그리고 패션사진의 이미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사라 문의 패션사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생들과 함께 사진 속에 담긴 진실을 열심히 새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최연하 큐레이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라 문 사진전은 아마도 큐레이터나 도슨트의 도움을 조금 받으면 좋겠다 싶다. 직감이나 즉흥으로 사진의 깊이를 다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어렵기도 하거니와 스스로의 시선으로 잡아낸 이미지와 전문가가 던져주는 이미지 사이에도 간격도 있고 공감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이 예술로 승화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더 깊숙하게 사라 문의 마음으로 다가가기에도 좋다.


 

전시장 한 복판에는 영화 <서커스>를 상영한다. 15분 필름을 보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흑백필름, 우울한 샹송, 등장인물들의 해학과 진실에게로 빠져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모티브가 생생하면서도 마법 같은 상상을 발휘하게 해주는 영상의 힘이 있다.


▲ 사라 문 한국특별전

 

구름처럼 떠다니는 듯 피에로를 향한 카메라, 문을 벗어나면서부터 본 모습으로 드러나는 피에로의 연출은 순간적으로 이 영화가 삶의 진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는 자각에 빠지게 된다. 카메라는 정직하게 주인공 제인의 삶과 죽음을 뒤따라간다. 빛과 그늘을 따라 펼쳐지는 영상미를 보면 사라 문이 패션사진의 전설로 부각되는 이유를 살짝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화 <서커스>를 옮겨놓은 사진에도 이야기가 있다. 서커스 장면이나 제인이 철길을 질주하고 있고 죽어서 귀퉁이 누워있는 모습은 영화와 연관해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성냥팔이 소녀의 이미지는 쉽게 찾을 수 없고 사라 문이 만든 소녀의 이미지는 색다르다. 제인은 슬픈 듯, 꿈을 꾸는 듯, 그리고 서서히 얼굴은 사라지고 철길이나 거리에서 한쪽 귀퉁이에 그저 뛰어가거나 누워있기에 더욱 애처롭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던 사라 문 전시회는 사진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빠져나올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시 또 한 바퀴 둘러보면 또 다른 이미지로 튀어나오는 순간마다 방금 전에 본 기억이 나의 것이었던지 되새겨 보게 된다.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이 몇 분 전에 현실을 담았건만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온 편린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 낯설고도 독특한 사진전에서 ‘꿈’을 발견한다면 성공한 것이다.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로 소통된 예쁜 꿈을 꿀 수 있다면 사라 문의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마법은 평범하지 않지만 정직한 시선으로 다가간다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꿈 속으로 빠져들지 모르겠다. 이 가을, 상큼한 기대를 지니고 갔다가 그녀의 마법 때문에 마냥 정겨운 감성에 빠져들어도 좋겠다.

 

‘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신화’ 사라 문 한국특별전은 예술의 전당에서 11월 29일까지 열린다. ‘파리보다 매혹적인’ ‘이미지의 마술사’ 사라 문의 마법이 가을바람과 함께 펼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 문 한국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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