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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22] 정딩 룽씽쓰

5월 12일. 습관처럼 오전6시 30분에 눈을 떴다. 씻고 짐 맡기고 다음 행선지 티켓 확보하고 시간에 맞춰 취재를 한다. 여행하는 사람에게 늘 아침이 바쁜 이유다. 특히 중국여행은 교통편을 미리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필수이며 기본이다.

기차 역에 들어가 한 5분 정도 줄을 잘못 섰다. 가만 보니 1시간 이내 출발하는 티켓 발매하는 곳이다. 바로 옆에 복무원이 있어 물어보니 퉁명스럽게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바깥에 있다고 한다. 아니 모르니 묻지. 밖 어디? 다시 물으니 '여우비엔'(右边) 한 마디다.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표 파는 곳이 있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2시 부근에 출발하는 표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 꼭 그런다. '메이여우(没有)', 없다고. 2시에 출발하는 기차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시아우리양디엔줘여우(下午两点左右)'. 오후 2시쯤 말이야. 그래도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제서야 외국인인 걸 알아차렸는지 다시 찾아보더니 1시 기차가 있다고 한다. 줄을 빨리 서지 않아도 되면 미리 기차 표 시간과 요금을 꼭 확인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표 판매원들은 대체로 불친절이 습관이라, 목적지 교통편 시간을 3배수 정도로 미리 알고 가는 게 좋다.

기차의 경우는 예매를 잘 하려면, 판매원의 고성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 좌석마다 다른 요금도 잘 알고 있는 게 좋다. 버스의 경우는 예매가 단순해서 편한데 가끔 직행과 완행의 요금이 다르니 미리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좌석이 있는지, 기차시간과 요금을 다 파악하려면 몇 분 걸린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줄을 차지하면 그만큼 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잘 판단해야 한다. 오전 9시 전후 복잡한 시간대에 가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베이징 가는 오후 1시 기차를 예매했으니 조금 시간이 빠듯하다. 오늘 갈 곳은 스쟈좡에서 4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룽씽쓰(隆兴寺)이다. 정딩(正定)이란 작은 도시로 가는 버스를 찾으러 버스 정류장에 가니 아무리 찾아도 없다.

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뭐 하러 정딩에 가냐?"고 한다. 자기 고향인데 볼 게 없다나. 참 이상한 아주머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50미터 정도 더 가서 '홍처(红车)'를 타라고 알려준다.

100미터 정도 걸어가니 정말 붉은 색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201번 버스. 3위엔을 내고 앉았다. 옆자리에 젊은 학생이 나를 보더니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자기가 태어나서 한국사람 처음 보는데 너무 반갑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환찡하오칸(环境好看)'인데 정말이냐고 하더니 이곳이 자기 고향인데 '뿌하오(不好)'라고 한다. 이야기를 하며 가니 심심하지 않다. 게다가 참 착실한 친구다. 한국의 원앙새 한 쌍 무늬의 책갈피를 선물로 주니 너무 고마워한다.

버스에서 내려 작별인사를 하는데 따포쓰 가는 삼륜차를 부르더니 타고 가라고 하며 5위엔을 3위엔으로 깎으려고 한다. 고맙긴 한데 시간이 많지 않아 그냥 택시 타고 알아서 가겠다고 하고 악수를 청했다. 연분이 있으면 다시 만날 거라면서 그 착한 친구는 연신 미소다.

정딩은 사원들이 많아서 오전 시간만 투자하는 게 조금 아쉽다. 거대한 대불만 볼 셈이다. 택시를 타고 '따포쓰(大佛寺)'라 하니 '10위엔'이라며 바로 출발이다. 사원 이름은 원래 룽씽쓰(隆兴寺)인데 대불이 있다고 해서 대부분 따포쓰라 부른다.

중국 관광을 주관하는 궈지아뤼여우쥐(国家旅游局)은 전국의 관광지를 A의 숫자로 표시한다. A 숫자가 많을수록 위생이나 환경, 운영실태 등에서 그 관리방침이 까다롭다. 보통 A가 4개이면 수준급 관광지이며 그만큼 입장료도 비싸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로 A를 5개로 표시하지는 않지만 통상 5개 급이라 할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현재 대략 66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룽씽쓰로 가는 길

▲ 국가AAAA급 관광지 룽씽쓰 입장권
ⓒ 최종명

허베이(河北) 정딩(正定)의 룽씽쓰 입장료는 40위엔이다. 국가AAAA급 관광지라 그런지 조금 비싼 편이다.

입구인 티엔왕디엔(天王殿)안으로 들어서면 여느 사원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기 586년 수(隋)나라 때 롱장쓰(龙藏寺)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으며 왕조를 거치며 재건되었고 청나라 강희제 때인 1709년에 지금의 롱씽쓰로 이름이 바뀌었다. 8만2500㎥가 되는 큰 사원이다.

▲ 룽씽쓰 입구
ⓒ 최종명

모니디엔(摩尼殿)에는 중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인 루쉰(鲁迅)이 '동방의 아름다운 신'이라 칭송했던 화려한 관음 좌상이 멋진 미소를 지니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는 직원에게 혼이 나면서 간신히 찍었다.

▲ 모니디엔
ⓒ 최종명

모니디엔을 지나 츠스거(慈氏阁)에 이르면 송나라 시대에 목조 양식의 미륵보살 상이 서 있다. 높이가 7.4m에 이르는 큰 불상이다. 원나라, 명나라를 거치면서 중건됐고 1958년에 다시 복원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상의 상태가 깨끗한 편이다.

▲ 목조 미륵보살 입상
ⓒ 최종명

따포쓰를 유명하게 만든 곳은 다섯 처마에 3층 건물인 바로 따베이거(大悲阁)다. 높이가 33m나 되는 웅장한 건물 안에는 동으로 주조한 22.28m의 천수천안관음보살상(千手千眼观音菩萨像)이 있기 때문이다.

▲ 3층 건물 따베이거
ⓒ 최종명

따베이거에 들어서자 웅장한 불상의 다리가 보인다. 고개를 쳐들어 머리 부분을 바라보니 어두워서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크다. 사진을 찍지 못하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다. 유명한 유물일수록 까다롭게 구는 중국의 관광지답다.

계단을 올라가니 각 층마다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2층부터는 관리가 소홀하니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3층까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따통포(大铜佛) 또는 따베이푸사(大悲菩萨)라 하기도 하는 천수천안관음이 우뚝 서 있다.

▲ 따베이거 1층과 3층에서 바라본 천수천안관음 동상
ⓒ 최종명

송나라 시대인 서기 971년에 세워진 이 불상은 그 몸체도 훌륭하지만 모두 42개의 팔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팔도 있고 팍 꺾인 팔도 있다. 보듬은 듯 한 팔도 있고 쭉 펼친 팔도 있다. 둥근 원을 그리는 듯 빙 두른 팔이 아름다운 리듬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각 팔의 동작도 다 다르지만 손에 든 물건들도 다 다르다.

어떻게 이 큰 불상이 건물 안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알고 보면 쉬운 답이다. 불상을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따베이거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 전설 속의 나무 룽화이와 펑화이
ⓒ 최종명

이 따포쓰, 즉 룽씽쓰에는 재미있는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름하여 펑화이(凤槐)와 룽화이(龙槐)이다. 800여년이 된 나무라 하는데 이곳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노예가 주인집 딸과 눈이 맞아 도망을 쳤는데 이를 안 주인이 사병을 내어 쫓아왔다고 한다. 룽씽쓰로 도망 온 두 사람은 각각 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의 위는 천상에 닿아있고 나무의 뿌리는 천하를 아우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나무가 신기를 띠고 있어서인지 붉은 천으로 소원을 담아 나무 뿌리까지 두르고 있다. 이 역시 사원을 지을 때 나무 두 그루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재미있다.

건물과 어우러진 하늘과 나무가 사원의 맛갈을 더욱 시원하게 해준다. 이 큰 사원, 그리고 높디 높은 대불을 지을 때도 짙푸른 하늘을 벗 삼았을까. 날씨는 여전히 덥다.

아침에 마신 얼음 물 때문에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사원을 나올 때가 되니 다시 도진다. 빨리 스쟈장 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직 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작은 도시 정딩을 좀 둘러볼 셈으로 거리를 걸었다. 시간만 더 있다면 이곳 저곳을 마구 돌아다니면 좋을 만한 도시인 듯하다. 아랫배가 아프더니 점점 심해진다. 화장실을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헉~ 설사인 듯하다. 꽤 깨끗한 음식점으로 급히 들어갔다.

화장실 바로 앞에서 긴장이 풀렸던가. 팬티를 내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태가 안 좋다. 결국 화장실에 팬티까지 버리고야 말았다. 손 씻고 나오는데도 영 찜찜하다. 게다가 노팬티니 불안하기도 하고. 천수천안관음 대불 앞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더니 그 결례한 턱을 톡톡히 치르는 것인가.

▲ 오이, 허즈, 딴딴미엔
ⓒ 최종명

음식점에 들어왔으니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 오이(黄瓜)와 국수 딴딴미엔(担担面), 그리고 달콤하고 쫄깃한 빵 하나를 먹었다. 허즈(合子)라 하는 빵인데 정말 맛있다. 여느 중국의 다른 지역의 빵과는 달리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맛 있다. 설사하고 배가 아픈데도 배가 고픈 것은 또 못 참나 보다.

삼륜차 5위엔 오케이하고 터미널로 가자고 했다. 덜컹거리며 15분이나 달렸다. 에구 천천히 가도 되는데. 오늘 영 배 상태가 좋지 않다.

▲ 정딩 터미널 주변
ⓒ 최종명

다행히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막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어서 급히 올라탔다. 다시 반대 수순이다. 스쟈좡 역에 도착해 걸어서 호텔에 가서 짐 찾고 다시 기차 역으로 가서 터콰이(特快) 베이징 행 기차를 탔다. 베이징까지는 3시간.

중국에서 3시간이면 앉았다 일어나는 시간이다. 베이징 역에 도착해 택시 타고 코리아타운 왕징(望京)에 도착했다. 왕징에는 아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맥주 한 잔 하고 저녁 먹고 피곤을 좀 잊고자 발 맛사지 하고 다시 개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니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우리 말을 하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 친구 집에서 침대에 누울 때가 되어서야 앗! 아직! 팬티를 하나 찾아 입었다. 아~ 오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품어주고자 자비의 미소 그윽한 대불, 천수천안관음을 만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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