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23회 쓰촨 중국 최고의 공연 <변검>에 푹 빠지다



대지진으로 잘 알려진 쓰촨은 역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쓰촨은 춘추전국시대에 개명(開明)이란 나라가 왕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진나라에 의해 멸망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쓰촨의 동쪽지방은 촉한의 영토였다가 중국의 역사에 편입됐다.


하지만 원래 현재의 쓰촨 지방은 강족(羌族, Qiang)을 비롯해 많은 민족들이 살아오던 터전이다. 신중국 성립 후 중국정부는 모두 동서남북으로 4곳의 영토를 하나의 성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강족과 티베트 장족과 이족의 영토를 기존의 촉한 땅과 묶어 하나로 합친 것이 현재의 쓰촨. 소수민족의 힘을 분산시키고 정부의 통제가 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쓰촨에는 예부터 파(巴)씨족의 왕국이 있었으며 진나라가 촉군(蜀郡)을 설치한 이래 형성된 문화를 파촉(巴蜀)문화라 부른다. 중원과 가까운 파촉 지방과 북쪽의 강족자치주, 서쪽의 장족자치주, 남쪽의 이족자치주를 포함하는 4개의 문화를 다 아우르는 곳이다.


쓰촨 성 수도인 청두에는 전통적인 파촉 문화가 풍부하며 역사적으로 그 기원이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문명인 싼싱두이(三星堆)가 있으며 중국의 국보라는 팬더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1)   청두 成都 꼭두각시 노름이 너무 귀엽다


청두의 문화거리 친타이루(琴台路)로 갔다. 늦은 오후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넘치는 거리이다. 이곳에는 매일 밤 1시간 동안 아름다운 공연이 벌어진다. 지금껏 중국에서 본 공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시대 촉나라의 이름을 딴 공연장인 슈펑야윈(蜀風雅韻) 입구는 화려한 빛깔의 조명으로 사람을 흥분시킨다. 공연장 분위기는 관객들로 다소 어수선하지만 홍등과 초록색 조명이 어울린 무대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창문 뒤로 파란색 조명까지 조화를 이루니 정말 환상적인 공연이 기대된다. 무더운 여름이라 선풍기도 물기를 내뿜고 있으며 홍등 아래에서 관객들은 어서 무대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오타이(鬧台)는 공연 분위기를 띠우려는 합주연주이다. 뤄(鑼)와 구(鼓), 친(琴)과 디(笛)로 구성된 악기들이 불고(吹), 켜고(拉), 튕기고(彈), 두드리는(敲) 소리가 중국이 아니면 듣기 힘든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디즈(笛子, 피리), 양친(揚琴, 두드림악기), 피파(琵琶, 만도린), 쒀나(嗩呐, 태평소), 샤오뤄(小鑼, 작은징), 다구(大鼓, 큰북), 다셩(大笙, 생황) 등 민속악기들을 동시에 보고 또 듣는 즐거움이 있다.


베이징에서 발달한 것이 경극이라면 쓰촨에서는 천극(川劇)이라 한다. 그 중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 선보이는 저즈씨(折子戲), 일종의 토막극이다. 사회자가 양(楊)씨 집안의 장수이야기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여자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송나라 시대의 양문여장(楊門女將)을 주제로 한 것 같다. 등에 깃발을 꼽고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영화 <패왕별희>에서도 본 모습이다.


고전 이야기를 민속악기의 반주와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펼쳐지는 무대극인데 경극과 천극은 손이나 몸동작 등에서 차이가 있다. 경극이 좀더 기교적이고 아기자기한 반면 천극은 정통극에 가까울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붉은색과 연보라와 연녹색, 파란색 등이 섞여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무대 복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좀더 대중화된 천극도 있다. 곡예나 쿵푸의 동작을 곁들여 재창조한 공연인데 정통 무대극에 비해 훨씬 재미있다. 기본기를 잃지 않으면서 붕붕 날고 싸움도 하고 코믹하면서도 다이나믹한 한판의 무대이니 흥미진진하다.


이어서 두 줄 현악기인 후친(胡琴) 독주이다. 바이올린보다 더 맑고 또 때로는 경쾌한 소리를 낸다. 후친은 서역 지방에서 중원지방으로 전해온 악기인데 지금은 한족화된 전통악기로 취급된다. 몽골족은 마터우친(馬頭琴)이라 부르는 등 중국 내 민족마다 생김새와 음색이 다소 다른 자신만의 전통악기를 지니고 있다.


후친은 두 줄 현악기의 통칭이며 중음을 내는 중후(中胡), 고음을 내며 경극에서 많이 사용하는 징후(京胡), 광둥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오후(高胡), 송나라 이래 북방 지역에서 사용해 온 얼후(二胡), 동북지방에서 유래해 전해 온 반후(板胡)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 후친이라 하면 대체로 얼후로 알려져 있다. 짙고 둔탁한 소리부터 슬프고 처량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심금을 울리는데 탁월한 악기이다. 왼쪽 무릎에 악기를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현을 들고, 왼손으로는 줄을 잡고 온몸을 흔들며 신들린 듯 연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슈펑야윈 공연장(왼쪽), 나오타이(오른쪽 위), 천극(오른쪽 가운데), 나즈 독주(오른쪽 아래)


손으로 인형을 조종하는 꼭두각시 놀음, 무어우시(木偶戲)이다. 장터우(杖頭), 즉 나무막대를 가지고 조종한다고 해서 장터우무어우시(杖頭木偶戲)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나라 시대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이라 하는데 쓰촨 지방 특유의 유머가 접목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아리따운 아가씨의 간드러진 춤사위를 보는 듯 착각이 든다. 나무막대와 연기자만 보이지 않는다면 꼭 그렇다. 분장조차 사람 같아 더욱 아름다운 인형은 동작이 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공중으로 수건도 날리고 또 받고 발 재간도 하고 애교도 만점이다.


꽃도 뽑아 들고 머리에 꼽기도 한다. 나비도 잡으려 하고 인사도 참 예쁘장하게 한다. 관객을 향해 입맞춤도 하니 박수소리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퇴장하는 뒤 태 역시 여성스럽고 교태가 환상적이다.


갑자기 무대 조명이 꺼졌다. 손으로 하는 그림자놀이, 셔우잉시(手影戲)가 시작됐다. 어릴 때 할머니가 밤 불빛에 문풍지를 무대 삼아 해주던 기억이 날 지도 모르겠다. 그림자 놀이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사람 손만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종이인형으로 하는 즈잉시(紙影戲)도 있고 가죽인형으로 하는 피잉시(皮影戲)도 그림자 놀이의 일종이다.


그러나, 손의 마술과 손동작으로 하는 마술의 차이이니 어쩌면 아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새가 사람의 입을 쪼고 날갯짓을 하고 거위도 나타나고 강아지가 멍멍 짖기도 한다. 토끼도 등장하고 닭도 등장한다.


최고의 히트는 올빼미이다. 올빼미의 눈이 등장하자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다시 새가 나타나 머리를 쪼더니 두 마리의 새가 서로 사랑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슬금슬금 말이 나타나는데 점점 빨라지더니 마구 달리기도 한다.


두 마리의 토끼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한 마리는 사라지고 늑대가 나타난다. 토끼를 냉큼 삼키더니 목구멍까지 집어넣고서는 켁켁 거리는 늑대. 환하게 불이 켜지자 무대 앞으로 등장하는 연기자의 두 손이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인다.


고음을 내뿜는 악기인 나즈(呐子) 독주이다. 나즈는 날라리라고도 부르고 쒀나(嗩呐)라고도 하는 태평소와 같은 악기의 통칭이다. 높은 소리를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새소리를 흉내 낼 수 있나 보다. 마치 새가 날아드는 듯 슬프게도 울고 화들짝 거리며 날아오르며 울기도 한다. 혼신의 힘으로 고음을 아주 절묘하게 불어대고 있다.


신기한 것은 후반부이다. 갑자기 태평소 대신에 손에 감춰두고 있던 작은 나즈로부터 나는 소리인데 때로는 사람 목소리가 그냥 터져 나오는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나즈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것을 카시(卡戲)라 부른다. 쓰촨 서북지방에서 전래되어 오던 연주이었는데 사라졌다가 슈펑야윈이 다시 발굴해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슈펑야윈의 1부 공연을 함께 봤다.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공연도 있지만 쓰촨 지방의 정통 무대극도 있다. 그만큼 대중적인 버라이어티를 지향하는 공연이 한여름 밤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2부에서는 쓰촨의 독보적인 무대극 2편을 선보인다.


2)   청두 成都 중국 최고의 공연 <변검>에 푹 빠지다


청두에는 쓰촨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다. 촉나라 정서가 가득 담긴 아름다운 소리라는 뜻의 슈펑야윈은 한여름 밤의 낭만을 가득 담고 있다. 묘기와도 같고 오페라와도 같은 멋진 1부 공연에 이어 2부에서는 쓰촨을 대표하는 공연인 곤등과 변검을 함께 관람하겠다.


어릿광대 무대극인 곤등(滾燈)은 흔들리는(滾) 촛불(燈)을 머리에 얹고 어리광과 묘기를 섞어 연기하는 무대극이다.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 와서 쓰촨의 독보적인 절기이기도 하다.


어릿광대로 분장한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인 피진(皮筋, 또는 皮金)이 도박에 연연하는 것을 알게 된 부인이 화를 내며 버릇을 고치려 한다. 머리 위에 촛불이 있는 사발을 올리고 나무걸상을 오르내리라고 벌을 준다. 이 벌이 바로 곤등이라는 묘기로 둔갑한 것이다. 배꼽 빠질 정도로 웃기는 코믹한 연기이다.


이어서 머리 위에 있는 촛불을 끄라고 한다. 남편이 훅 불어서 촛불을 끄지만 뒤에 있던 부인이 다시 불을 붙인다. 이를 눈치 챈 남편과 부인이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사발 위에 있는 촛불을 가지고 어릿광대 놀이를 펼치는 곤등, 쓰촨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이다.


곤등이 끝나고 나자 어린 총각이 변검토화(變臉吐火)라는 글자가 써 있는 판자를 들고 나온다. 체인징페이시즈(Changing Faces)와 스피팅파이어(Spitting Fires)라고 영어로도 써 있다.


슈펑야윈 입구(왼쪽), 공연 홍보물(오른쪽 위), 곤등(오른쪽 가운데), 변검(오른쪽 아래)


변할 변(變)자에 뺨 검(臉).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이 변검을 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TV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본 적이 있으며 베이징의 라오서(老舍)차관의 단골메뉴이니 열 번도 넘게 봤다. 그런데 쓰촨에서 직접 보니 그 격이 다르다.


우선 등장하는 배우들이 아주 많다. 다른 곳에서는 그저 한 명이 연기하는 것을 봤을 뿐이다. 무대의상에서부터 음악, 세련된 동작과 다양한 기술이 선보이는데,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 난다.


깃발을 든 사람들에 이어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온다. 먼저 변검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토화를 선보인다. 변검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토화는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기술이다.


순식간에 얼굴, 즉 표정이 바뀐다. 아마도 변면(變面)이라 하지 않고 변검이라고 하는 것은 얼굴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쓴 가면이 바뀌는 것이니 표정이 변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표정 변화의 무기는 열 가지 이상 되는 홍(紅), 뤼(綠), 란(藍), 황(黃), 헤이(黑), 바이(白), 즈(紫), 화(花)로 변하는 리엔푸(臉譜)라 할 수 있다.


변검이 무대극에서 선보인 것은 청나라 건륭제 시대라고 한다. 당시 쓰촨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새해 맞이 축제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20세기에 이르러 보다 그 기술이 세련되기 시작해 천극을 대표하는 공연 레퍼토리가 된 것이다.


변검 기술을 전수하는 데는 매우 엄격한 규정이 있다. ‘남자에게는 전수하되 여자에게는 전수하지 않고, 내부인에 전수하되 외부인에게 전수하지 않고, 장자에게 전수하되 서자에게 전수하지 않는다(傳男不傳女、傳內不傳外、傳長不傳庶)’고 한다. 지금은 이 원칙이 많이 바뀌어서 변검을 시연하는 여자배우도 있고 한국사람도 가끔 시연한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가 펼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얼굴 표정이 하나씩 바뀐다. 갑자기 관중들에게로 다가가서 코 앞에서 불쑥 표정을 확 바꾸니 환호를 보낸다.


바뀔 듯 말 듯 약간의 뜸을 들이기도 한다. 반주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다. 쩌렁쩌렁 울리고 빠르게 두두두두웅 울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느 순간 확 바꾸는데, 그 과정이 보면 볼수록 절묘하다.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연기력도 있다. 이 감동은 단순히 ‘변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농축된 연기, 고도의 훈련, 창조적 예술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연속으로 얼굴이 팍 팍 팍, 띵 띵 띵 바뀌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배트맨처럼 반만 얼굴을 가린 가면을 쓰고 있던 배우의 진짜 얼굴이 나타나자 또 박수가 쏟아진다.


어느 평론가가 변검의 가면을 평하길, ‘미와 추의 모순이 통일’되어 있다고 했다. 굉장히 어려운 말이지만 그만큼 변검이 보여주는 예술적 감동이 크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변검을 볼 때 얼굴만 보지 말고 부채나 옷과 같은 분장도 보고, 손을 비롯해 걸음걸이, 앞뒤로 도는 동작도 유심히 본다. 그러면 더욱 재미있고 신기하다.


정말 숨돌릴 틈도 없이 멋진 공연이다. 변검의 원조를 본 것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1,2부에 걸쳐 민속악기와 함께 다양한 레퍼토리가 한 곳에서 어우러지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커튼 콜을 하러 나온 출연진들을 눈 여겨 봤다. 오래도록 가슴 속에 담아두고 싶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다음에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는 인사말과 함께 공연이 끝난다. 언젠가 꼭 아들을 데리고 다시 이 슈펑야윈을 찾아와 이 멋진 공연에 대해 설명해주고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청두 成都 중국의 보물 팬더 귀여운데 너무 게을러


청두 시내에는 세계 최대의 팬더생태공원이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국보로 취급 받는다. 그 행동이 귀여워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게으르기가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팬더를 만나러 갑니다.


한창 더운 계절이었지만 이슬비가 내려 날씨가 서늘하다. 날씨가 더우면 꼼짝하지 않는다는 팬더를 볼 기회가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슝마오다다오(熊貓大道)의 예터우산(爺頭山) 자락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크다는 팬더동물원이면서 번식연구기지가 있다.


보통 슝마오라 부르는데, 다른 종류와 구분을 위해 다슝마오를 ‘자이언트팬더’, 몸 빛깔이 붉은 샤오슝마오를 ‘레드팬더’로 구분한다.


동물원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레드팬더’를 만나게 된다. 다람쥐보다는 덩치가 크지만 보통 상상한 팬더와 비해 몸짓도 작고 하는 짓도 빠르고 귀엽다. 털도 붉은 빛과 갈색 빛이 서로 엉켜 있고 코와 눈썹, 귀도 앞부분만 하얀 것이 정말 깜찍하게 생겼다.


갓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 팬더는 정말 안쓰러워 보인다. 살짝 일어나려는지 몸을 들어보지만 이내 쿵 앞으로 쓰러진다. 신생 팬더는 털이 나지 않는다.


자이언트팬더(왼쪽), 레드팬더(오른쪽 위), 사육사와 팬더(오른쪽 가운데), 팬더와 어린이(오른쪽 아래)


해발 2천 미터 이상의 고원에서 서식하며 대나무와 조리대만 먹고 사는 동물이라 양육과 번식이 아주 까다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은 천혜의 조건이 다 갖춰 있다고 한다. 주변이 온통 대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고 조리대는 온 천지에 널려 있다.


역시 최고의 인기는 ‘자이언트팬더’이다. 사육사들은 먹이도 주고 운동도 시킨다. 하도 게을러서 온갖 방법을 다 써서 팬더를 움직이게 한다. 사육사들이 오히려 살이 왕창 빠질 듯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팬더의 느릿하고 귀여운 몸짓을 보는데 정신이 없다. 팬더는 늘 잠만 자고 먹을 때만 겨우 움직인다. 심지어 하루에 14시간을 먹기만 한다. 왕성한 식욕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대나무나 조리대를 먹는 것이다. 그렇게 먹는 양이 하루에 12킬로그램에서 많게는 38킬로그램이나 먹는다고 한다. 싱싱한 먹이가 없으면 정말 살아남기 힘든 동물인 것이다.


멀리서 보면 귀엽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눈과 코, 입을 보면 야생의 모습도 띠고 있다. 워낙 게을러서인지 그렇게 무서울 것 같지는 않다.


외국 아이들 몇 명이 팬더를 보고 있다. 역시 아이들은 다 똑같나 보다. 생태공원에서는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에게 야영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물론 비용을 내야 하지만, 귀여운 팬더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일 듯하다.


4)   광한 廣漢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박물관


청두에서 동북쪽으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가면 작은 도시 광한 시가 나온다. 다시 시내버스로 약 15분 더 가면 난싱전(南興鎮)이 나온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지인 싼싱두이(三星堆) 박물관이 있다.


1930년대 처음 세상에 알려졌지만 1980년대에 본격적인 발굴을 하자마자 엄청난 유물들이 나왔다. 거의 5천년 전, 중국 역사로 보면 하나라 다음인 상나라 시대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박물관에는 5천년 전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잔뜩 있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그 수준과 내용이 새롭고도 독창적이라 새로운 문명이라고까지 평가된다.


4대 문명 발상지인 황하문명의 교집합에 전혀 들어가 있지 않으니 중국학자들도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옛 촉나라 문명 속에 포함시키며 ‘고촉(古蜀)문명’이라고 부른다.


부리부리한 눈매의 청동 가면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가면들이 많다. 도저히 중원 민족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든 인상이다.


아주 크고 섬세한 청동신수(青銅神樹)가 보인다. 이렇게 큰 청동나무가 설마 유물일까 궁금했는데 원래 40센티미터 약간 못 미치는 크기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두 손의 동작이 아주 멋진 청동입인상(青銅立人像)이 보이고 금으로 만든 가면들도 있다. 금 가면을 쓴 사람 얼굴도 독특하다. 새 다리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든 것도 있다. 청동으로 만든 새도 있다. 태양 숭배를 한 흔적이 엿보이는 청동으로 만든 바퀴도 있다.


광한 싼싱두이 박물관의 입장권과 유물들


박물관 안에는 각 유물에 대해 설명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 있다. 또한, 습도와 온도를 체크하는 기구가 각 유물마다 붙어있기도 하다.


보면 볼수록 참으로 예술적으로 만든 옥기 및 석기, 품격 있는 청동 검, 도자기에다가 상아, 조개, 금으로 만든 유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게다가 크고 작은 사람의 머리 동상은 물론 동으로 만든 새나 사슴 등 동물들까지 그야말로 이전에는 본 적이 없던 새로운 문명이라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학계가 뒤죽박죽인 듯하다. 심지어 외계인이 와서 만든 문명일 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 싼싱두이에는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未解之謎)가 있다.


5천년 전에 형성된 문명인데 기존 중원문명과는 도대체 비슷한 점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청동기 어디에도 단 한글자의 문자도 남기지 않았으니 정말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출토된 사람의 모습도 코가 높고 눈도 깊으면서도 안구가 돌출돼 있으며 넓은 입과 큰 귀는 중국인과 전혀 닮지 않은 외국인의 형상이다. 중국학자들은 다른 대륙에서 온 잡종문명일지 모른다고도 한다.


이 문명은 약 1,500년간 존속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이후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진 이유도 수수께끼이다. 이 지방 북쪽에는 두 개의 강이 성 가운데를 흐르고 있는데 홍수로 인해 사라졌다는 가설과 유적지에서 발견된 도구들이 불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전쟁으로 인해 멸망했다는 가설, 별다른 증거는 없지만 다른 곳으로 천도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


출토된 청동기 중 대부분 생활용품이 전혀 없다는 점도 이상하다고 한다. 청동조각상이나 금장 등은 마야문명이나 이집트문명과 아주 비슷해 어쩌면 세계의 종교 성지의 중심이 아니었을까 추측도 한다.


5천여 개에 이르는 바닷조개는 인도양에서 온 것으로 판정됐으며 성지 순례를 온 사람들이 가져 온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60여 개의 상아는 학자들 사이에서 외래에서 온 것인지 본래부터 이곳의 것인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물건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금장(金杖)이 발견됐는데 거기에 새겨진 물고기나 화살촉 같은 도안이 문자인지에 대해서 논란도 많다. 그 도안이 부호인 것은 사실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지 80여 년, 수 차례에 걸친 대규모 발굴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그 비밀은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최근에 중국 학계가 싼싱두이에 관한 세미나를 자주 열고 있으며 관련 보고서도 출간되고 있다. 부디 고고학과 역사학의 관점에서 양심적이고도 과학적인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