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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28 윈난 1 빗속을 뚫고 간 창산 산악 트레킹



윈난 성은 다양한 소수민족의 생활터전으로 역사적으로 대를 이어오며 부락을 이루고 살고 있는 민족은 최소한
15개 민족이 넘는다. 그 중에서 이족(彝族) 바이족(白族) 하니족(哈尼族) 다이족() 좡족(壯族) 먀오족(苗族)은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다. 다이족, 좡족과 먀오족, 리쑤족(傈僳), 티베트짱족(藏族), 바이족, 이족은 자치주를 이루고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원전 279년 초나라 장수가 윈난으로 와서 전국()을 세웠다. 그래서 지금 윈난을 약칭으로 뎬()이라 합니다. 서기 8세기에는 통일국가인 남조(南詔)가 통치했으며 남조를 대신에 은사평(段思平)은 바이족 나라인 대리국(大理國)을 건국했으며 13세기 원나라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민족정권을 통치했다.

 

청나라 말기부터 군벌시대에 이르러 윈난에서도 스스로 무장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으며 마오쩌둥의 내전에도 참여했으나 지금은 신중국의 서남부 성으로 편입됐다.

 

윈난 성의 수도인 쿤밍, 다리, 리장으로 이어지는 이족, 바이족, 나시족 등 독특한 자연경관과 색다른 민족문화체험으로 떠나보자.

 

1)   쿤밍 昆明 2 8천년 바위에 새긴 슬픈 사랑 이야기

 

윈난 쿤밍에서 약 80km 거리에 있는 스린(石林)에 도착하니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곳은 루난(路南) 현 내에 있다고 해서 루난스린이라 부르며 세계문화유산이다.

 

지금의 지구 모습이 생기기 전 바다가 융기한 카르스트(科斯特) 지형이며 거대한 돌 숲을 이룬 스린은 약 28천년 전 바다의 모습이다. 기이한 암석들이 숲을 이뤄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거대한 바위 한가운데石林이라 새겨진 곳이 입구다. 돌로 이뤄진 병풍 같은 모습이라 해 스핑펑()이라고 부릅니다. 이족 출신으로 전군()에 참여해 나중에 윈난 성을 통일하고 그 주석이 된 윈룽(雲龍)이라는 사람이 쓴 발문에서 따온 것인데 그 필체가 스린과 딱 어울린다 할 정도로 멋지다.

 

거대한 바위 가운데 작은 연못에 방울방울 빗물이 떨어져 맺히고 있는 곳은 졘펑츠(劍峰池). ‘검봉(劍峰)’ 두 글자는 1935년에 이 지역 현장이던 왕싱윈(王行雲)이 쓴 것으로 연못에 깊이 박힌 검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세차게 비가 쏟아져 잠시 돌 숲 사이에 몸을 피했다. 빗물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의 모습은 생명이 느껴지듯 푸르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초록 잎사귀도 스린의 역사만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으리라 생각해 본다. 바위에서 연못 위로 물이 졸졸 떨어지기도 한다.

 

잠시 비가 약해지자 다시 돌 숲 사이를 뚫고 간다. 잘 꾸며진 길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니 마치 그 옛날 바다 속을 거니는 듯 착각에 빠진다. 그러다가 하늘을 한 번 바라보니 갑자기 코끼리 코 모양의 암석이 보인다. 샹쥐스타이(象據石台).
 

스린(윗쪽), 이족 복장을 입은 아이들(아래 왼쪽), 쥬장 동굴 모습(아래 오른쪽)


그리고 바위 위에 높이 솟아 있는 정자가 불쑥 나타난다
. 바위 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정말 온 사방의 바위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전망대 왕펑팅(望峰亭). 바위들이 바다를 뚫고 나온 듯한 착각이 든다. 바위 위에 바위가 떨어질 듯 말 듯 붙었는데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아래로 내려와 샤오스린으로 간다. 관광객들이 잔디가 깔려 있는 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소수민족 복장을 한 가이드도 우산을 들고 앞서간다.

 

롄화츠(蓮花池)라는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에 들어가 팬티에 비옷만 걸치고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팔뚝만한 크기의 고기를 잡자마자 바구니에 넣더니 들고 뛰어간다. 아마 음식점에서 이 요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스린은 소수민족 이족의 터전이다. 스린도 멋지지만 이족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이 참 예쁘다. 거대한 바위 아스마스(阿詩瑪石)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앞에서 소수민족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이들이 분명 한족인데 이렇게 이족 옷을 입으니 색다르다. 흰색과 붉은색 바탕에 원색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이족 소녀인 아스마(阿詩瑪)의 전설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치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 예쁜 아스마와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헤이(阿黑)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아헤이는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간 아스마와 함께 도망을 치게 되고 폭풍우를 만나 이곳 스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아헤이는 흰 돼지와 흰 수탉을 잡아서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면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흰 수탉은 구했지만 흰 돼지를 구하지 못했고 겨우 검은 돼지를 찾았다. 검은 돼지에 흰 색 점토를 칠해 돌아왔는데 다시 용왕이 큰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비 때문에 검은 돼지에 입혔던 흰색 점토가 다 씻겨졌다.

 

결국 절벽에서의 제사를 올리지 못하게 됐고 아헤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후회를 한다. 이후 아스마는 영영 내려오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그리곤 오랜 세월이 지나 침식이 반복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아스마 석상 아래 있는 이 연못은 당시 돼지를 씻겨버린 빗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스마'는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소수민족 이족의 장편서사시이기도 하다.

 

스린을 나와 30여분을 더 가면 거대한 종유동굴(溶洞)인 쥬샹()이 나온다. 종일 비가 내렸으니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강물이 폭포보다도 더 세차고 아주 폭발적이다. 계곡 바위 색깔이 붉은 빛을 띠고 있고 황토까지 다 긁어서 흐르는 듯 물 빛깔이 사뭇 야릇하다.

 

엄청난 굉음을 내는 물살을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치 고고학자가 신비한 동굴에 처음 발을 딛는 기분이 느껴진다. 동굴 속에는 조명에 비친 종유석들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융기된 계곡 사이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동굴 속에 만들어진 자연 연못도 아름답다. 층을 이루며 만들어진 밭과 같이 생겼는데 보라색이나 초록색 조명을 비추니 환상적인 모습이다. 동굴 위에서 아래로 만들어진 특이한 종유석마다 잘 보이도록 조명을 비추고 있다.

 

이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따라 배를 타기도 한다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운행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동굴을 빠져 나와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왔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쌍의 연인이 케이블카에서 너무도 다정한 표정이라 약간 샘이 난다.

 

우리 일행은 쿤밍으로 되돌아오는 도중에 길거리에서 무를 샀다. 한 바구니에 10위엔 인데 막 밭에서 뽑은 무가 아주 싱싱하다. 해발 2m가 넘는 쿤밍의 정겨운 농촌 풍경을 따라 2시간을 달려 시내로 되돌아왔다.

 

2)   쿤밍 昆明 소수민족의 기타소리에 담긴 서정

 

쿤밍 시내에 있는 쿤밍민족촌(昆明民族村)을 찾았다. 쿤밍민족촌도 민족놀이공원이라 보면 된다. 가는 곳마다 민족적인 정서가 담긴 건축물들이 만들어져 있다. 전통가옥이 설치돼 있고 가끔 민속공연도 펼쳐진다.

 

라후족(拉祜族) 마을로 들어서니 정겨운 기타소리가 들린다. 전체 인구가 채 50만 명이 안 되는 한 소수민족인 라후족 남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마도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의 연가를 불러주는 모습이다. 라후족은 북방에서 이주해온 강족(羌族) 계열의 민족으로 미얀마와 윈난 성의 경계를 가르는 란창강(瀾滄江) 유역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노래를 참 달콤하게 부르고 있다.

 

몽골족과 바이족처럼 민족인구가 많은 소수민족은 공간도 넓고 건축물들도 아주 크다.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은 그저 전통가옥 한 채만 달랑 있다. 민족촌 내에도 차별이 있는 것이다.

 

민족촌에서 볼거리는 역시 민속공연이다. 마침 쿤밍을 터전으로 살아왔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표의문자도 보유하고 있는 이족의 전통 문화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술 항아리도 보이고 전통가옥 벽에는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의 형상이 걸려 있다.

 

전통복장을 입고 민속악기를 연주하는 남자 5명과 여자 4명이 함께 나와 노래하며 춤을 춘다. 악기는 만돌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크기는 조금 작다. 이족 아가씨들은 연분홍과 보라색이 많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있다.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아주 흥겹다.


이족 공연(왼쪽 위), 코끼리 공연(오른쪽 위), 라후족 노래(아래쪽)

 

다시 남녀 출연진들이 다 나와서 연주와 함께 춤을 춘다. 노랗게 색칠을 한 악기는 길게 생긴 현악기인데 기타처럼 목에 걸고 연주하는데 춤을 출 때 마구 흔드는 것이 꽤 재미있다.

 

공연 막바지에는 관객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이것은 다거(打歌)라는 독특한 형태의 춤이다. 이족들이 결혼식 후 뒤풀이를 할 때 추는 춤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려 손에 손을 맞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관객들이 모두 나와 함께 춤을 추다 보니 서로서로 마음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공동체놀이가 이족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시간표를 보니 코끼리 쇼가 있다. 지도를 보고 급히 찾아갔는데 작은 노천극장에 관객들로 빈 자리 없이 꽉 찼다. 코끼리 코에 올라타 사진도 찍는다. 아이나 어른이나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사서 던져준다. 코끼리 세 마리가 재롱을 부린다. 예쁘게 인사도 하고 책상다리를 한 채 앉기도 한다. 두 마리 코끼리 코 사이에 앉아 보기도 한다. 코끼리 입이 가까이에서 보니 꽤 무섭다.

 

바닥에 누운 여자 배 위로 코끼리가 코로 장난을 치며 때린다. 배도 누르고 가슴도 누르는 등 재미있게 장난을 친다. 이번에는 남자가 누웠는데 아주 예민한 부분까지 마구 두드리니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린다. 이렇게 코끼리가 직접 공연을 하는 것을 처음 봤는데 아이들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흥겨운 시간이었다.

 

쿤밍민족촌에 있는 소수민족들을 세심하게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공연시간이 다 다르고 이곳 저곳에서 동시에 공연하니 아쉽기도 하다. 소수민족들의 정서를 조금 느낀 것으로 만족한다. 기회가 있다면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3)   다리 大理 빗속을 뚫고 간 창산 산악 트레킹

 

다리고성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창산(蒼山)을 올라 산악트레킹을 떠났다. 창산은 10킬로미터가 넘는 긴 코스가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중간 능선을 따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산 정상에는 몹시 덥고 뙤약볕이라 해도 눈이 녹지 않는다(炎天赤日雪不容)’는 설산이 있다.

 

산 입구에 아담한 사원 간퉁쓰(感通寺)가 있어서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사원으로 들어서니 뿌연 연기가 진동을 한다. 향을 피웠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그 연기가 사원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원 옆에서 아주머니들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오르고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운치 있게 서 있는 아담한 사원이다. 서기 9세기경에 처음 세워졌다 하는데 남조(南詔)시대의 이름난 사원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해발 2600미터 고지에 펼쳐진 등산로를 윈여우루(雲遊路)라 하고 이 라인을 옥대(玉帶)’라는 멋진 별명을 가지고 있다. 남쪽 셩잉펑(聖應峰)에서 북쪽 샤오천펑(小岑峰)에 이르는 16킬로미터 길이의 구비구비 산 계곡 길이다.

 

계곡을 따라 눈 녹은 물과 빗물이 폭포처럼 내리꽂다가 어느덧 자그마한 샘을 만드는데 그 샘물이야말로 새하얗다 못해 온몸이 시릴 정도이다. 창산에는 모두 18곳의 아름다운 시냇물이 있다. 칭비시(碧溪)에는 한가운데 살포시 불상이 떠 있다. 창산에는 온 산마다 대리석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리석이 바로 이곳 다리(大理)에 있는 돌을 말한다. 대리석으로 만든 불상이 시원하게 번지는 물 위에서 유유하게 산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빗속에서 걷는 산악트레킹은 정말 환상적이다. 가파른 계곡을 돌면 또 색다른 계곡이 다시 나타나고 구름도 절벽도 풀들도 생생하고 시원스럽다. 가끔씩 비가 멎으면 산 아래로 마을이 보이고 파란 하늘 사이로 구름도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등산로 옆으로 생기 넘치게 피어난 이름 모를 풀잎 마다 빗물인지 눈 녹은 물인지 모르지만 물기를 머금고 있는 모습도 눈을 맑게 해준다. 이렇게 파릇파릇한 기운을 느끼며 구비구비 돌고 돌아 3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폭포와 샘을 다 구경하려면 더욱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창산 깐퉁쓰(왼쪽 위), 바이족 공연(왼쪽 아래), 창산 돼지(오른쪽 위), 산악트레킹 길(오른쪽 아래)

 

등산로 중간 지점에 있는 휴게소 겸 식당에서 국수와 계란을 먹었다. 대나무 통에 궐연을 넣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아주 맛있어 보인다. 주방으로 들어가보니 연탄으로 불을 지피고 있다. 처마로 떨어지는 빗물 사이로 앞집 안방에는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고 있다. 이렇게 오지인 이곳에서 우리 드라마를 얼핏 보니 감개무량하다.

 

이곳에서 치룽뉘츠(七龍女池)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산 아래 넓은 호수인 얼하이()를 다스리는 용왕의 일곱 공주가 매년 여름 보름달이 뜨면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하던 곳이라 한다. 공주들이 용궁으로 돌아간 후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선율소리가 들렸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폭포수가 떨어져 모두 7군데에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물살이 셌지만 조금씩 물길을 걸어가 봤다. 시끄럽게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시원하다 못해 발목까지 얼얼해져 온다. 비도 계속 내리고 폭포수 소리가 점점 더 커지니 다소 겁이 난다. 더 이상 올라갔다가는 폭포 속에 갇힐 지도 모른다.

 

다시 트레킹 길을 따라 걷는데 빨간 파라솔이 하나 보인다. 그 밑에 돼지 한 마리가 마치 비를 피하듯 꾹꾹 거리고 있다. 줄로 돼지를 목을 매달고는 파라솔 밑에 둔 것이다. 창산을 등산하면서 멋진 자연에 흠뻑 취했지만 이 모양만큼 웃기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다.

 

하산 길에는 중허쓰(中和寺)를 지났다. 남조 시대인 8세기경에 처음 세워진 도교사원으로 청나라 강희제가 하사한전운공극(雲拱極)’ 편액이 걸려 있다. ‘은 모두 이 윈난 지역의 왕조와 지역을 뜻하고 있으며공극(拱極)’이란최상의 예를 다해 절을 한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오삼계 주도의 삼번 난을 평정하고 청나라의 영토로 편입한 후 지역민들의 정서에 맞춰 통치하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창산을 오를 때는 불교사원을 봤고 내려올 때는 도교사원을 봤다. 등산로 양 끝에 서로 다른 사원이 있으니 나름대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날씨가 맑으면 시내에 있는 호수와 하늘 그리고 구름이 장관이라 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내려오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보일 듯 말 듯 구름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저녁에는 다리고성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샤관(下關) 시내에서 바이족의 대형가무극인 후뎨즈멍(蝴蝶之夢) 공연을 봤다. 후뎨는 나비이니 '나비의 꿈'이란 뜻인데, 화려한 의상과 전통 가무, 빛나는 조명이 어우러진 꽤 볼 만한 공연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형상화한 장면이나 달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그리고 전통 춤사위에 맞춰 흥겹게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면 다른 민족의 정서를 호흡하면서 이국적인 감상에 젖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비가 내리는 창산을 하루 종일 등산하고 저녁에는 바이족의 아름다운 공연도 본 즐거운 날이었다. 바이족의 터전 다리고성은 쿤밍과 리장을 잇는 중간에 위치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날로 늘어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4)   다리 大理 김용의 천룡팔부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터

 

다리고성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천룡팔부(天龍八部) 영화성(影視城)이 있다. 이름에 걸맞게 천룡팔부 현판의 편액 글씨는 작가 김용(金勇)이 쓴 것이다. 천룡팔부는 중국의 위대한 작가로 칭송 받는 김용의 무협소설 중 하나이며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기록했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성문이 열리고 장수와 병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황제와 황후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 성곽 위에 나부끼는 깃발과 맑은 하늘을 보면서 한껏 과거로의 여행을 즐겨 볼 만하다.

 

이곳은 허난 성 카이펑(開封)에 있는 문화놀이공원인 청명상하원(明上河園)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다양한 문화공연이 일정표에 따라 진행되는데, 민간절기를 비롯 서커스와 같은 잡기와 결혼풍습을 재현하기도 하고 범인체포장면, 탈 묘기, 피잉(皮影) 등이 펼쳐진다.

 

우산을 이용해 공 굴리기를 하거나, 공이나 곤봉, 원판 여러 개를 양손으로 올리고 받는 묘기를 선보인다. 창 묘기도 있는데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끄는 그런 공연보다는 짧지만 재미있는 공연이다. 동그랗게 생긴 물건이라면 뭐든지 다 돌리고 있다. 특히, 우산을 이용한 묘기를 싼지(傘技)라고 하는데 동그랗게 생긴 물건에 불을 붙여 돌리는 장면이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릴사위 결혼 풍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 지역의 돤자(段家) 집안의 결혼 적령기에 든 아가씨가 있는데 공 모양으로 수를 놓은 장식물인 슈츄(繡球)을 던져 그것을 받은 총각을 데릴사위로 들인다. 단청을 한 예쁜 2층 차이러우(彩樓)에서 아가씨의 아버지가 나와 이 사실을 발표하면 아래에 있는 총각들은 가슴을 설렌다.

 

장식을 잡은 총각과 아가씨가 서로 맞절하고 교배주를 마시면 이 집안의 데릴사위가 된다. 그 옛날 이런 방식의 결혼풍습이 있었다는 것은 꽤 흥미롭다. 대갓집의 데릴사위가 된다는 것은남자신데렐라일 것이니 사뭇 총각들이 평생 한 번 설레는 경쟁이 이뤄졌을 듯하다.

 

사자 탈을 쓰고 가파른 무대 위에서 현란한 탈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름은 스왕정바(獅王爭霸),즉 사왕쟁패이다. ‘황비홍과 같은 중국영화에서도 간혹 등장하는 장면. 이 공연도 약10분 정도 선보이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영화에서보다 훨씬 신기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야경꾼순찰(更夫巡)과 범인체포(捉拿要犯) 장면이 있다. 순찰 복장을 한 야경꾼들이 거리를 감시하고 있다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싸우는 장면이 실감난다.

 

길거리 공연 중 하나인 덤블링 묘기도 있다. 사발을 겨드랑이와 머리에 이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물이 담긴 물잔을 머리에 이고 뛰어내리는데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창과 봉을 들고 나와서 무공 시연도 잠시 보여준다.

 

피잉은 가죽으로 만든 인형으로 흰색의 막에 그림자놀이처럼 보여준다. 민간예술의 한 형태로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전래되어 왔다. 장이머우(張藝謀)의 초창기 영화이며 중국에서는 상영금지작인 <인생>(원제 活著)에서 중국 근대와 현대를 조명하는데 절묘한 키워드로 묘사되기도 했다.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는데 다리에서 보게 됐다.
 

천룡팔부 성에서(왼쪽), 성 입구(오른쪽 위), 사왕쟁패 공연(오른쪽 가운데), 피잉 공연장(오른쪽 아래)

 

피잉은 한 사람이 조작한다. 악기연주를 하거나 조명을 맡은 보조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피잉 연기는 혼자 시연하는 것이다.

 

영화성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성곽도 멋지지만 성밖에서 바라본 호수와 하늘은 정말 쾌청하다. 성 밖에는 가볍게 말을 타고 다리고성까지 돌아갈 수도 있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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