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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42 안후이 2 오악을 다 합쳐도 황산만 하랴



4) 황산 黃山 오악을 다 합쳐도 황산보다 더 멋질 순 없다 


황산 아래 마을에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겼다. 큰 배낭에 모든 짐을 넣고 작은 배낭에는 카메라와 캠코더 그리고 두꺼운 옷 하나만 넣었다. 그리고 탕커우(湯口)터미널 앞 식당에서 다음 행선지 버스표를 예매하고 짐을 맡겼다.


황산 지도를 폈다. 너무 볼 곳이 많아서 1박 2일로 다 볼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올라가는 코스와 내려오는 코스만 정하고 터미널에서 윈구쓰(雲谷寺) 가는 버스를 탔다. 황산 아래 동네를 한 바퀴를 돌아 사람들을 잔뜩 태우더니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간다. 입장료 200위엔, 케이블카 65위엔. 참 비싸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파르게 날아올라 간다. 한국 관광객들이 케이블카 안에 많아서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산에 온 듯하다. 산 아래는 구름인지 안개인지 온통 하얀 세상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 좋기는 한데 점점 날씨가 춥게 느껴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바이어링(白鵝嶺)이다.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세차서 마치 초겨울 같은 날씨다. 긴 옷으로 갈아 입고 본격적으로 황산을 유람하러 떠난다. 낯선 산에 오르면 처음에는 방향을 잡기가 어려운데 평면지도를 보고 이 광활한 산봉우리의 입체감을 상상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황산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구름이 만들어놓은 공간을 바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둥하이(東海), 시하이(西海), 베이하이(北海)가 있고 톈하이(天海)도 있다. 검은 호랑이가 나무 꼭대기에 앉았다는 전설이 있는 헤이후송(黑虎松)을 지나 스신펑(始信峰)으로 올랐다. 삼면이 바다처럼 훤하게 뚫렸다. 맞은 편은 십팔나한이 남쪽 바다를 향해 있는 모습이라는 바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황산 둥하이를 바라보고 서 있는 곳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봉우리 끄트머리에 불쑥 자라기도 하고 길가에 그저 서 있기도 하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이름의 뜻을 새기면 볼수록 참 그럴 듯하다. 용이 누운 듯한 소나무는 워룽쑹(臥龍松)이라 하며, 바다를 찾고 있는 소나무는 탄하이쑹(探海松), 접견하는 모습의 소나무는 제인쑹(接引松)이라고 부른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계단 길을 따라 베이하이를 향해 이동한다. 등산로마다 소나무 그늘 속에 빨간 열매가 예쁘게 폈다. 한 알 따서 먹어보니 시큼합니다. 이 열매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마가목 나무 열매다. 얼핏 앵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열매 끝이 십자로 그어져 있는 것이 앵두와는 다르다. 스신펑이 해발 1,668미터이니 높기도 하지만 9월 말의 황산은 꽤 춥다. 그런데도 상쾌한 숲 내음을 마시며 오르내리며 걸어가니 어느새 땀도 난다.


산길을 타고 넘으니 베이하이 호텔이 있는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간. 해가 남아 있을 때 빨리 여러 곳을 둘러봐야 한다. 황산에서 구름의 향연이 가장 멋지다는 베이하이를 보러 오른다.


계속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니 허우즈관하이(猴子觀海)라는 팻말이 붙은 칭량타이(清涼臺)를 발견했다. 스즈펑(獅子峰) 가는 방향에 있는 능선으로 '원숭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형태의 기묘한 암석이 보인다는 곳이다.


한두 평 정도 되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다. 뿌옇게 구름이 사방을 가리고 있어서 도대체 무얼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함께 5분 정도 기다리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出來了)"고 소리친다.


깜짝 놀라서 보니 정말로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왼쪽에 온통 바위 덩어리인 산봉우리에 원숭이처럼 생긴 바위가 달랑 서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참으로 멋진 발상의 이름이라는 생각이다. 오른쪽으로는 구름에 살짝 가린 듯 낙타 등처럼 생긴 퉈베이펑(駝背峰)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순간에 베이하이의 멋진 경관이 거짓말처럼 펼쳐 나온 것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사진 작가들이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 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10여 분 동안 벌어진 깜짝 공연이다. 구름이 끼었다가 어느 순간 잠시 잠깐 동안 사라지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구름이 다 사라지고 나면 황산의 온갖 절묘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황산의 구름바다는 이곳에서 보는 것이 제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진작가들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과 함께 카메라와 캠코더를 번갈아 가며 환상적인 황산의 바다를 담을 수 있을 만큼 담았다.


구름은 바람 속도만큼 사라졌다가 또 채우길 반복하고 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구름이 생겨났는지 궁금할 정도다. 눈높이와 거의 비슷한 구름들 속으로 날아가 뛰어들고 싶다. 손오공처럼 날아서 저 하얀 바다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서해대협곡 하늘(왼쪽), 황산의 사진작가(오른쪽 위), 황산의 구름(오른쪽 아래)


아직 해가 지려면 한두 시간 남은 듯하다. 천천히 다시 길을 따라 내려와서 시하이 호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0여 분 내려가니 계곡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호텔이 나타났다. 그 건물을 끼고 서쪽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파이윈팅(排雲亭)에서는 시하이를 볼 수 있다. 베이하이의 변화무쌍한 구름 바다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구름들이 산봉우리에 힘껏 솟아난 소나무 옆에서 뭉게뭉게 묻어있는 듯 조용하다. 파도가 세지 않고 물살도 고요한 바다의 모습 그대로다. 이곳 전망대는 넓은 편이라 사람들도 아주 많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사진 찍느라 산만하기도 하다.


날카롭게 뻗어 오른 길쭉한 바위들이 눈 아래에 펼쳐 있다. 하늘을 날아가다가 그저 계곡에 머문 듯한 구름의 형상이다. 구름을 뚫고 올라온 바위들 모양도 다 기기묘묘하다.


서쪽 능선을 따라 걸어갔다. 걷다가 멈춰서 보면 어느새 바위들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5분 정도 걸었는데 바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풍경이 드러나니 역시 황산의 오묘한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옆으로 나란히 가지를 펼친 소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처음부터 지금 이대로의 자태일 것이니 수 많은 사람들마다 비슷하게 공감했을 듯하다.


서쪽으로 아직 해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땀이 난다. 갑자기 바로 앞에 절벽 속을 뚫고 지나가야 할 듯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동굴 속을 지나는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바위 하나를 지나면 햇빛이 나오고 또다시 바위 속으로 들어서니 또 계단이 나온다. 바로 협곡인 시하이다샤구(西海大峽谷)로 가는 길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계곡 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


갑자기 하늘이 파란 빛깔을 띠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구름이 새털처럼 흩날리고 있다. 오른쪽 봉우리 위에 한 그루 소나무가 쓸쓸하면서도 의연한 자태로 홀로 서 있다. 직선으로 뻗은 절벽에는 나무들이 실루엣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다. 이 협곡 등산로 따라가면 하산 길이다.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데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바로 옆 봉우리 이름이 붉은 노을이라는 단샤펑(丹霞峰)이다. 봉우리가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만 드러내고 있고 봉우리 사이로는 구름바다가 출렁이고 있는데 등 뒤로는 붉은빛 광채를 띠기 시작한다. 노을 위로 구름이 쏘다니니 노을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듯하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니 완전 깜깜한 밤이다. 시하이 호텔로 되돌아왔다. 호텔에는 패키지 여행을 온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다. 방값도 꽤 비싸지만 빈 방도 없다. 이 호텔 슈퍼마켓 옆에 도미토리가 있다. 하룻밤 침대 하나에 100위엔이다.


8인실로 들어가 침상에 짐을 놓자마자 다른 일행이 들어왔다. 끼니와 취침을 위해 가게에서 먹거리를 사서 돌아왔더니 중국 사람들이 이미 판을 벌여 놓고 있다. 산둥에서 온 사람들인데 호탕하고 인간적이다. 자기네 동네에서 사 온 훈제 닭고기를 꺼내더니 함께 먹자고 한다. 유명한 더저우(德州) 지방의 파지(扒雞)다.


밖으로 나와 보름달 아래에서 고향 생각에 젖어본다. 황산의 멋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번져 간다. 빨리 잠을 자야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볼 터인데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5) 황산 黃山 봉우리를 헤아리며 내려오니 인사하는 소나무가 있네 


황산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친해진 산둥 친구들이 함께 가자고 하는데 어제 보고 왔던 칭량타이로 간다고 해서 아쉽게 헤어졌다.


어둠 속에서 앞사람이 가는 발자국을 따라 엉금엉금 기어서 산자락을 오른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거의 1시간 만에 광밍팅(光明亭)에 도착했다. 해발 1860미터이니 황산 최고봉인 롄화펑(蓮花峰)보다 불과 4미터 아래다. 롄화펑은 입산 금지라고 하니 황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온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하늘은 온통 구름인지 안개인지 희뿌연 모습이라 과연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일 지 걱정이다. 빨간 글자로 황산의 날씨 정보를 제공해주는 전광판을 계속 주시했지만 갑자기 날씨가 바뀔 리가 없다.


한참을 애닯게 기다렸건만 안타깝게도 황산 일출을 볼 수 없었다. 타이산(泰山)에서 봤던 일출이 새삼 그리워진다. 사람들도 모두 아쉬운 듯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등산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아가씨 두 명도 끝까지 남아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황산을 내려가야 한다. 사방이 안개로 덮여 있는 등산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아가씨들의 등산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산에 오를 때는 등산복을 입고 오는 것이 멋있다. 중국사람들은 대부분 평상복으로 산을 올라오니 이렇게 제대로 차려 입고 온 아가씨들이 흔하지 않다.


톈하이를 가로질러 위핑펑(玉屏峰)까지 가는 길은 황산이 보여주는 또 다른 멋진 그림 같은 풍광이다. 이셴톈(一線天)은 가파르면서도 온 사방을 다 조망할 수 있게 탁 트였다. 하늘은 어느새 새파란 천연의 빛깔로 변해 있다.


군데군데 흰구름이 양념처럼 떠다니는 것도 보기 좋지만 바위를 뚫고 나온 소나무 가지들이 휘날리는 율동 역시 정겨운 장면이다. 거대한 바위가 통째로 하나의 봉우리인 모습이 보이는데 꿋꿋하게 비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 버틴 의연함까지 엿보인다.


이제 해가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눈이 부시다. 점점 색다른 절경이 나타나니 빨리 걸음을 옮겨 가기가 아쉽다.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이나 다 절경이니 한번 만에 다 보기도 힘들고, 보면 볼수록 이 장관을 한꺼번에 시야에 넣어 보려고 애를 써 본다.


황산을 오악에 넣지 않고 오악을 다 합친 모습이라 칭찬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두루 퍼져 있는 사해와 황산 72봉 모두 한번 보면 도저히 잊을 수 없고 뜻을 품은 생김새로 서 있는 소나무의 잔치가 바로 황산의 제멋이 아닐까 싶다.


황산 72봉 중에 36봉은 샤오펑(小峰)이고 36봉은 다펑(大峰)이라 한다. 어느 것이라도 봉우리답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크고 작다는 크기의 기준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황산 관광지도를 펴고 봉우리를 세어보니 60개가 조금 안 된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봉우리 작명은 왜 이럴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중국 어느 작가가 관광지에서 아쉬운 점이 바로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문제라고 했던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봉우리 이름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가장 멋진 이름이 무얼까 한번 골라 보기로 했다.


부처님 손바닥 포장펑(佛掌峰), 최고의 명품 이핀펑(一品峰), 비취색 은은한 추이웨이펑(翠微峰), 겹겹이 겹쳐진 뎨장펑(疊嶂峰) 등 참 멋지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소박하면서도 가장 황산다운 이름인 윈와이펑(雲外峰)이 가장 마음에 든다. 황산 서쪽 끝자락에 구름을 벗어나 있으니 그렇게 이름을 지은 듯 하다. 멋진 봉우리들을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일일이 이름과 맞춰보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그저 환상적이다.


일출 기다림(왼쪽 위), 황산 하산 길에서(왼쪽 가운데), 황산 광장(왼쪽 아래), 핸드폰 돌(오른쪽)


바위 속을 뚫고 가는 듯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높은 산의 벼랑처럼 생긴 이 길 이름은 바이부윈티(百步雲梯)다. 아마도 황산에서 가장 멋지고 인상적인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단을 살피면서도 시선은 자꾸 산봉우리로 향한다. 저 멀리 산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길고도 멋진 모습이다. 사람들 뒤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한다. 가마를 타고 오르내리는 노인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다.


신기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모양이 흡사 핸드폰과 꼭 닮은 셔우지스(手機石)이다. 바위 위에 누가 날라다 놓은 듯 살포시 기대어 서 있는 이 바위는 핸드폰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원래 이름이 없던 바위인데 최근에 등산로를 새로 만들면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황산의 쾌청한 파란 하늘이 아주 보기 좋다. 구름도 너무나도 파란 빛깔의 하늘을 보느라 멈춘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마치 남성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도 보였다. 너무나도 리얼한 모습이라 사람들의 얼굴빛이 붉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위핑펑으로 방향을 잡았다. 약간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이 길에는 2개의 소나무가 있는데 800년 이상 변함없이 자리잡고 있는 잉커쑹(迎客松)과 길옆에 외롭게 서 있는 쑹커쑹(送客松)입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소나무와 보내는 소나무 이름이다.


특히 바위가 중첩돼 겹겹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위핑러우 옆에 있는 잉커송은 황산의 상징과도 같다. 커다란 바위에는 별의별 글자들이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한 빛깔로 새겨져 있다.


넓은 광장에는 등산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쉬어 가고 있다. 모자 쓰고 배낭 메고 산을 올라온 사람들이 환한 미소를 띠며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황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한 사람들의 감동과 여유가 전해 온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내려간다. 구름을 뚫고 가는 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케이블카 쇠줄만이 보일 뿐이다.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마치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느낌이다. 가끔 아래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바위에 걸쳐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황산 4절(絕) 중 비록 온천(溫泉)에 몸을 담그지는 못했지만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를 실컷 봤다. 황산의 진면목을 다 보려면 며칠이 걸릴 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오악을 다 합친 것만큼 아름답다는 황산이란 말이 실감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황산을 바라보니 산 정상 부근은 온통 구름에 가려져 있다. 산 아래에서는 황산의 멋진 모습을 도저히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6) 허페이 合肥 조조의 부하 장수 장료의 돌진에 황급히 도망가는 손권 


안후이 성 수도인 허페이의 아침을 맞았다. 북송 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포청천 포증(包拯)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청나라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이홍장(李鴻章)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훨씬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조의 용맹스런 장수이던 장료(張遼)는 단 8백 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10만 대군을 이끌고 온 손권에게 돌진해 혼을 빼놓고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 샤오야오진(逍遙津) 전투가 바로 허페이다. 지금은 공원이 됐으니 삼국지의 현장을 만나러 간다.


공원 입구인 남문에는 구샤오야오진(古逍遙津)이라는 현판이 멋지게 걸려 있다. 이 편액은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宣統)제의 스승 육윤양(陸潤癢)이 쓴 책에서 따온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양 옆으로 수없이 많은 등이 걸려 있으며 빨간 색 천이 마치 만국기처럼 걸려 있다. 정면에 장료가 말을 타고 있는 조각상이 위세를 떨치는 자세로 서 있다.


조각상 아래에는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장료가 ‘샤오야오진을 진동시키다(威震逍遙津)’는 이야기를 인용한 글자가 새겨 있다. 말에 올라 타고 돌진하는 꼿꼿한 모습이 정말 삼국지의 한 장면 같다.


버드나무가 축 늘어서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넓은 샤오야오후(逍遙湖)가 보인다. 호반 벤치에는 다정한 연인 한 쌍이 앉아서 밀어를 나누고 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어 간다.


호수 건너편에는 평탄해 보이는 아치형 다리가 보이고 그 옆에는 커다란 누각과 자그마한 정자가 하나 있다. 호수를 따라 가면서 보니 예쁜 꽃으로 장식한 하트 문양이 보인다. 연인들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장료에게 쫓겨 손권이 혼비백산 달아났다는 두진챠오(渡津橋)가 나타났다. 삼국시대 역사 상 가장 적은 수로 큰 수와의 싸움에서 승리한(以少勝多) 가장 전형적인 전투이니 이 다리를 건너 달아나는 손권의 절박한 심정이 전해 오는 듯하다.


다리 옆에는 높이가 22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샤오야오거(逍遙閣)이 서 있다. 이 누각은 겉에서 보면 3층이지만 실제로 안에서 보면 5층인 명삼암오(明三暗五)의 양식으로 건축된 것이다.


한낮의 더위를 참지 못하고 호수 옆 정자 안에서 한 사람이 잠을 자고 있다. 정자의 모습을 갖췄지만 별장이라는 뜻의 샤오야오슈(逍遙墅)다. 홍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사진 한 장이 흔들리고 있어서 자세히 보니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술 광고사진이다. 푸른 버드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호수의 경관과 잘 어울리는데 붉은 등이 있으니 생뚱 맞아 보인다.


샤오야오거와 다리(왼쪽), 장료 조각상(오른쪽 위), 샤오야오진 공원(오른쪽 아래)


다시 다리를 지나 공원 서쪽으로 갔다. 안내판을 보니 장료의 묘가 있다. 어린이 놀이시설을 지나 한적한 공원 길을 따라간다. 묘를 수호하는 동물 조각상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작은 정자 하나가 나온다. 다시 정자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장료의 의관총(衣冠塚)이 나온다. 무덤을 한 바퀴 빙 둘러보는데 무덤 속에서부터 자라난 나무가 놀랍다. 10만 대군을 위협한 장수의 무덤치고는 한산하고 평범하다.


무덤 옆으로 난 오솔길에는 있는 작은 하천에는 초록빛깔의 풀잎이 떨어져서 마치 푸른 잔디밭처럼 보인다. 나무 한 그루가 휘어져서 하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마치 옆으로 자라는 나무 같다.


다시 돌아 나오는 길은 아늑한 분위기에 새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멋진 산책로다. 잔디밭에 총총거리며 뛰어다니던 새 한 마리가 풀쩍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새 두 마리가 바위 위에 앉았다가 나란히 날아오른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참 앉아 있는데 평범하면서도 아늑한 시민 공원이지만 역사를 담은 곳답게 나름대로 격조가 있다. 공원 길도 잘 다듬어져 있고 나무와 풀, 새와 바위 모두 역사의 기억을 담고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다. 시끄러운 중국의 공원에서 한 시간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이렇게 조용하면서 자연과 잘 어울리는 공원이라면 아주 오래 머물러도 좋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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