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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기고/오마이뉴스

양에게 배운다, 아름다운 행복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2015.01.01 12:02


2015년을 맞아 양에게 보내는 진혼곡



▲ 2015년 청양해를 맞이해 중국 각종 그림 사이트에서 공유되고 있는 그림ⓒ 쥐투왕聚圖網

 

2015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뜨고 저물고 달이 솟고 사라지는 하루가 어디 오늘뿐이겠는가? 천지 만물이 생기고 세상의 온갖 동물이 인간과 더불어 살기 시작하자 털조차 눈처럼 정겨운 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양은 고기가 됐고 똥오줌은 밭을 가꾸었고 가죽은 인간의 피부를 감싸주었으며 뿔로는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도록 악기가 됐다. 그래서 양은 토템이 되기도 했고 양의 피는 하늘에게 바치는 경배로 승화했다.

 

동한시대 학자 허신이 평생 심혈을 뿌리며 연구한 한자의 교본 <설문해자文解>를 펼치면 양은 곧 상이라 해설하고 있다. 경사가 날 정도로 운이 좋아 행복하다고 해야 할 길상吉祥이자 매우 기쁘고 좋은 징조인 상서祥瑞이다. 이보다 더 좋은 뜻이 또 있을까? 양의 해를 맞아 덕담으로 꽤 믿음직한 동물임이 분명하다.


▲ 동한시대 학자 허신許愼의 한자 교본 <설문해자說文解字> ⓒ 오성서국


▲ 양羊의 고대 글자체, 왼쪽부터 예서隸書(전국시대), 소전小篆(진나라), 금문金文(주나라), 갑골문甲骨文(상나라), 골각문骨刻文(뼈에 새긴 상형) ⓒ 바이두

 

12간지의 양이 기분 좋은 양일까? 그 힌트는 시/에게 있다. 나라의 거북이 껍데기에 긁은 갑골문甲骨文이나 주나라의 청동기에 새긴 금문金文 모두 횡으로 모양을 하고 있는 제사장이 제물을 앞에 두고 행하는 제사祭祀를 뜻하는 상형象形 문자임을 기억해두고 있다. 우리의 가깝고도 쓸모 많은 친구가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있었을 것이 100% 분명하다. 양은 스스로 인내하며 맑은 눈을 감으며 나약하고 사악한 인간을 대신해 천지신명에 드리는 제사의 희생양犧牲羊이 된 것이다.

 

과 비슷한 등급의 한자는 수없이 많다. 분봉分封국가 주나라가 창안했으며, 장자인 대종大宗의 세습과 소종의 분화로 상징되는 종법宗法제도은 조상이자 가족, 숭배의 뜻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말하면 제사 지내는 집이자 종묘宗廟. 하늘의 신 과 땅의 신 에도 당연히 제사 행위가 착 달라붙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멋진 양을 위한 제사의 언어는 축복祝福이다. ‘은 주문을 비는 주을 뜻하고 은 양손으로 술을 술잔에 따르며 제사를 지내는 뜻이라고 갑골문에 새겨져 있다. 역시 갑골문에 나타나는 는 위 왼쪽 상형은 희생된 고기이며 위 오른쪽 는 손()이었다. 제사상에 올려진 고기를 어루만지는 행동이니 당연히 양이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갑골문이나 금문에서 두 개 이상의 상형이 어우러진 글자를 회의자意字라고 한다.

 

2015년을 책임질 양의 가장 기분 좋은 회의자는 미. 과 대가 하나로 결합한 글자가 아름답다이니 정말 아름다운 글자가 아닐 수 없다. ‘양이 크다거나 커다란 숫양같은 개념을 고대인이 생각했다면 착각이고 평범한 해석이다. 정말 아름다운이유는 지금껏 위에서 설명한 주인공의 희생정신과 더불어 큰 대자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갑골문에서 형상하는 것은 사람이 정면으로 서 있는 모습으로 손과 발이 펼쳐진 모양새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양을 앞에 두고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다사람 인 갑골문에서 그저 두 손을 모으고 예를 올리는 모양새인 것에 비해 대 내포한 뜻은 훨씬 크고신앙적이고 아름답다.


▲ 산동 곡부의 공자사당 공묘孔廟에서 공자에 대한 봉공 제사의식을 올리는 중. 제사는 고대에 '희생양'을 두고 올리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 산동 곡부의 공자사당 공묘孔廟에서 공자에 대한 봉공 제사의식을 올리는 중. 제사는 고대에 '희생양'을 두고 올리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 산동 곡부의 공자사당 공묘孔廟에서 공자에 대한 봉공 제사의식을 올리는 중. 제사는 고대에 '희생양'을 두고 올리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자가 크다라는 뜻이 된 것은 제사를 지내는 사람의 모습이 위대하기 때문이니 바로 제사장을 보고 새겼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모계사회의 전통이라면 제사장은 여자일 수도 있다. 사마천司馬遷이 남긴 <사기史記> 중 오나라 군주 태백과 후세를 기록한 오태백세가太伯世家에는 여러 번 미를 경탄하고 있다. 오나라 계찰季札이 사신으로 주유하는 도중 주 나라 왕실의 음악과 춤을 듣고(아마 만찬이라도 했을 터) 수 없이 아름답구나美哉!”라고 했다. 사마천은 계찰의 입을 통해 맛, 색깔, 소리, 모양이 좋은() 것이라 했다.

 

오 나라의 공자로 아버지와 형들과 조카까지 왕위를 주려고 했으나 끝내 사양했던 계찰이 첫 사신의 길로 나섰을 때 서나라를 경유하게 됐는데 서왕이 자신의 보검을 갖고 싶어하지만 감히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검은 주유 중에 꼭 필요하므로 귀국하는 길에 주고자 마음 먹었는데 다시 서나라를 찾았을 때는 이미 서왕은 죽고 없었다. 그럼에도 계찰은 검을 풀어 서왕 무덤 옆 나무에 걸어놓았다. 마음속으로 다짐한 약속을 지킨다는 심허心許는 계찰괘검季札의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신의의 상징 계찰이 칭송한 아름다움이 그 이상인 것은 이런 사람 됨됨이가 전해져서 일 것이다.


▲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에는 마음속으로 다짐한 약속을 지킨다는 심허心許, 계찰괘검季札掛劍의 고사가 기록돼 있다.

 

새해에는 양띠거나 아니거나, 가정이나 사회, 기업, 나라의 대통령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양은 인류의 탄생부터 옆에서 줄곧 신의를 지켜왔기에 아름다운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간 양이 출연한 무대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제사는 축제祝祭였기에 위대한 사람이 주관하는 행사는 아름다운 불꽃축제였을 수도 있고 씨족 모두가 함께 즐겁게 노는 행사였다. 사마천이 말하고 싶었던 것도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아름다운 축제가 아니었을까?

 

중국을 다니다 보면 온 사방에서 양 떼와 만난다. 물론 어스름 저녁 무렵에는 야시장에서 맥주 한 잔에 양고기 꼬치를 안주 삼기도 한다. 초원에 가노라면 양 바비큐 한 마리도 여럿이 주문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2년 전 하북 성 공중초원空中草原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였다. 윈도 바탕화면에 나올 듯한 멋진 초원에서 양 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토끼처럼 도망 가지도 않고 소처럼 노려보지도 않는다. 저녁에 양 한 마리를 주문하고 나서 갑자기 양을 어떻게 잡는지 궁금해졌다. 주인이 양 떼를 몰아 우리로 몰아가더니 제일 나중에 문으로 들어가던 놈의 목덜미를 꽉 잡았다. 주인이 하는 말이 양들도 자신의 친구가 희생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 하더라.



▲ 하남성 개봉 야시장에서 본 양고기 꼬치 파는 회족 아가씨


▲ 북경 연화산 등산 후 마을에서 먹은 양 바비큐


▲ 우루무치 다바자 시장에서 만난 양

 

양을 보면 참으로 감사하다. 양과 함께 있으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글자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모태에서 생명의 탄생을 응원하는 양수羊水가 아닐까 싶다. <역경易經>의 천일생수天一生水 세상은 물이 근원이라는 뜻이니 양과 만나 참으로 놀랍고도 경이로운 낱말이다. 양수는 음양이론과 서로 연결되며 양수와 서로 통하며 발음도 같다. 인류 생명의 시작과 함께 양과 뗄 수 없다고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것이다.

 

인류의 탄생과 성장을 도와준 든든한 친구이자 생명의 상징이기도 한 양! 2015년 해가 돋는 날을 맞아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축제는 물론 상서로운 행복을 주는 양에게 감사하자


▲ 하북 성 공중초원에서 만난 양 떼


▲ 운남성 리장에서 샹그릴라 가는 길에 갑자기 도로(국도 G214)를 뛰어넘어 가고 있는 양 한 마리.


▲ 흙탕물을 건너고 있는 양 떼들. 하북성 파상초원壩上草原의 아침


▲ 가장 최근 2014년 11월 중순 북경 봉황타 산행에서 만난 양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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