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라이프차이나

드라마 촬영지 <치아오지아따위엔>의 고풍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2008.05.13 18:39

핑야오에서 약 30분 거리에 '치아오지아따위엔'이 있다.

무려 300년 가까운 세월, 이 지역의 유지이며 전국적 거상이었던

성이 '치아오'라는 집안의 오래된, 그리고 큰 집이다.

소개 자료를 보면, 이들은 청말기 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큰 장사를 한 집안으로 국민당 정부가 들어서고,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이 집을 떠났다고 전한다.

이곳은 동명의 중국 드라마로 유명하기도 하다.



'고풍'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단조롭지만 은은하게 흑백으로 붙어있는 게 붉은 색에 지친 눈을 편하게 해준다.

大院(따위엔)답게 입구도 우렁차게 높아, 그 가세가 떠들썩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대칭을 이룬 듯 집구조가 좌우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왼편, 오른편도 크게 3등분돼 있으니 모두 여섯채의 집으로 이뤄진 '따위엔'인 것이다.

집벽이 엄청 높다.

비록 가느다란 그늘이라도 고맙기 그지 없다.

분명 이 관광지는 전체가 금연임에도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들이 존경스럽다.



각 집마다 정면에는 홍등이 걸려있고 아담한 간판과 지붕이 격조가 있다.

좌우에도 방이 있지만 아무래도 정면이 집주인이나 아들들이 살던 곳일 거다.

세월이 많이 흘러 벽도 조금 연한 회색으로 변해가지만

오히려 드라마를 찍어도 좋을 만큼 품격이 있다.



좀 더 가까이 보면 더욱 아름답다.

보통 문을 몇개 지나야 제일 안쪽에 침실이 있다.

홍등 색깔이 워낙 강해 오밀조밀한 주위의 배치들이 좀 기가 죽어보인다.

장이모 감독의 영화 '홍등'도 핑야오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졌는데, 이곳은 아니고

핑야오 현 내의 다른 집에서 찍었다고 알고 있다.

정말 핑야오 전체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살아날 만하다.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작은 통로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연결로가 있고 문마다 다 간판이 있다.

노란 깃발을 든 친구는 중국인 가이드이다.

영어도 좀 할 줄 알고, 아주 친절한 대학생이다. 그리고 잘 생겼다.

일행을 이끌고 다니며 설명도 하고 챙기자니 꽤 힘든데도 열심히 일하던 친구다.



오른편 제일 안쪽에는 정원이 있다.

정원 입구에 큰 돌 하나를 놓아두니 관광객들의 사진촬영지가 됐다.

이 노인도 어렵사리 한 장하고는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다.



이 방은 아마 이 집의 가장 귀한 딸이 살았던가 보다.

거울도 있고 침대도 고급스럽다.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거울만 보면 즐거운 건 나를 비추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저기 포근해 보이는 곳에 누워

그 옛날 청나라 거상의 역사와 가정의 내막을 그려보고 싶기도 하다.



집 입구에 창살처럼 생긴 문이 있어 문틈으로 바라보니 여전히 아름답다.

사실은 옆에 사진 찍으려고 대기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한 컷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발견한 시선이니 이것도 꽤 즐거운 노획물이다.



여기는 곡식창고이다.

별다른 장식도 없고 그저 햇살에 자신의 누추한 생김새를 숨기고 있지만

붉어서 화려한 색 없이, 묵묵하게 사람들을 먹여 살렸던 곳이어서 인지

우리의 농촌처럼 인간적이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서 안쪽을 다 보고 오른쪽을 보고 나오면 한 바퀴 돈 거다.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이 입구이고 출구이니 이제 나가야 하는가 보다.

하늘과 높은 지붕과 벽, 벽에 기대 피어난 나무 한 그루, 홍등

뭔가 사진 속에서 잘 어울리지 않는 이 장면도 그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다.

이 정도 큰 집은 짓고 살아야 떵떵거리고 산다 하겠지.

여길 다녀간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나가기 전에 좀 아쉬워, 사진 한 장을 찍어봤다.

입구를 배경으로 하니 영 그림이 아니어서

재빨리 폼을 잡으니 역광이어서 아쉽다.

중국에서 중국인들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면 늘 불안하다.

과연 내 얼굴이 나오긴 했는지. 그래서, '씨에씨에' 하자마자 바로 확인한다.

영 사진이 이상하면, 무릅쓰고 다시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는 그 중국인 이미 귀찮은 듯 돌아선 후였다.



'따위엔'을 나오자마자 친근한 얼굴을 만났다.

바로 드라마 '치아오지아따위엔' 여주인공 '짱친친'이다.

'짱친친'은 차이나TV가 한국에 소개한 '마지막황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2004년 천진에서 어렵사리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스촨성 출신인 그녀는 생각보다 겸손하고 소박해 연예인답지 않으면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예쁘고 연기도 잘 하는 배우이다. (칭찬이 좀 과한가)

작년 베이징에 와서 인터넷으로 예상보다 좀 많이 벗은

사진집을 보고 좀 실망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루한 종업원 옆에서 촌티 나게 걸려 있으니 좀 안타깝기도 하다.



낙타야 미안하다.

나처럼 여행 온 사람들을 위해 무거운 치장을 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구나.

돈 번 주인이 제대로 먹여주고 재우기는 하는지 모르겠구나.

너의 야윈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타까워, 너를 찍었으니 용서해라.



이곳 거리에는 관광상품들이 많다.

여러 표정을 한 녀석들이 다 귀엽고 정이 간다.

문제는 이 녀석들을 가는 곳마다 본 거 같다는 거다.


작년 2005년 진황도 산해관에서 본 '왕지아즈위엔'은 아기자기하면서 정갈한 느낌이었는데

'치아오지아따위엔'은 훨씬 집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왕'씨 집안의 집도 소개하겠다.


글|사진^여우위에 newonoff@한메일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