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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참 기분좋게 감상한 <쿵푸전기>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2008.05.13 18:40

2시간 가량의 공연은 시종일관 조명이 적절하게 공간과 시간을 암시하면서

배우들의 무공, 아니 매서운 안무가 눈을 사로잡는다.


전반전 마지막은 주인공이 전면을 향해 우뚝 서서 갈등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이제 주인공은 어른이 되었고

악의 무리와 싸워 가면서 서서히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깊은 의미를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소림 무예를 익힌 주인공은 속세에서 많은 난관에 부닥친다.

그때마다 지혜와 무예로 적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한다.

무대에서는 붉은 삿갓 조명 아래 노승이 마치 속세를 한눈에 응시하는 구도를 보여준다.



가끔 조명이 꺼지고 파랗고 녹생이며 빨강 조명이 혼란하게 뒤섞인 장면도 연출된다.

이 와중에 주인공들은 적들을 무공으로 제압한다.

3색 조명을 뚫고 마치 꿈 속에서나 본 듯한 환상적인 몸동작들이 볼수록 현란하다.



때로는 흰색 조명도 빛을 발한다.

이때는 새롭게 무예를 선보이기 위한 조명효과이다.

조명과 무예가 하나되어 치열한 삶의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인생의 기나긴 여정이거나 험난한 고난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은 과거의 속박을 벗고 선의 상징으로 재탄생하려는 듯 끈기 있게 승리한다.



온통 붉은 조명과 절묘하게 구현된 실루엣은 삶의 고난을 표현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패한 악의 그림자는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소림 무공을 소재로 나름대로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구조를 구현하고 있는

이 '쿵푸극'을 어떤 예술적 장르라 불러야 하는가.

최근 중국은 올해를 문화예술의 보존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어서인지

베이징티비에서 이 '쿵푸극'을 방영하는 걸 보았다.

역시 무대극은 좁은 TV수상기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영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바뀌는가보다.

내가 본 그 감동이 전혀 살아있지 않으니, 꼭 극장에 가서 볼 일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나서, 갑자기 나타난 장면이다.

어린아이와 한판 무술을 겨루는데, 정확히는 무술을 전수하는 것이다.

추측하건데, 결말에 가서 주인공이 도를 통하고 성인이 된 후

새롭게 자신처럼 또다른 어린아이에게 머리를 깍아주는 예를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쿵푸극'에서 어린 동자승은 인생 윤회를 상징하는 장치로 출현한다.



주인공은 이제 소림사를 떠나는 하직 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 '쿵푸극'의 시나리오 구성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즉, 이 주인공은 또 다른 주인공일지 모른다.

오히려 이전 주인공은 이미 저 높은 곳에 서 있는 노승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제일 아래의 어린 동자승과 함께

3대에 걸친 인생 스토리를 다 묶고 한 곳에 표현하면서

시간을 초월하는 구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쿵푸극'의 메시지는 무예의 기교보다는 인생을 더 많이 상징하고자 노력한다.



하직인사 후 어머니가 나타나 반갑게 해후한다.

소림사는 그들이 떠나는 걸 사자춤으로 배웅하고 있다.

붉은 홍등은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전반전에서도 말했듯이 높이 오른 사다리는 속세와 연결통로이다.

이제 주인공은,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생은 마치 고난의 일생을 마치고 안락한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들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청년일 수도 있고

하늘 같은 삿갓 아래 이미 도를 완성한 노인일 수도 있고

막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어린이일 수도 있다.

속세를 대각선으로 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이와 남아있는 이를 구분하면서도

세대 전체를 하나로 아울러 하나의 장면 속에 소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쿵푸전기'의 하일라이트라고 보면 된다.



이제 주인공은 세사람, 삼대 모두이다.

어린아이와 서 있는 청년, 머리를 깍아주는 노인 모두 인생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름답다기 보다는 진부해 보이고 약간은 종교적이다.



해가 지고 달이 뜬다. 더 무대답다.

어둠 속을 밝히는 촛불처럼 인생의 등불이 필요한 것이다.

소림무공은 어쩌면 인생을 설명하기 좋은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이 '쿵푸극'에는 나름대로의 암시가 많다.

다만, 인생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여기 '쿵푸극'은

쿵푸라는 탄탄한 연기력을 기초로 했으니 미적 승화가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좀 극찬하는 감이 있긴 한데

대중문화를 경험하고 다소 오버하는 측면이 있으니 감안해서 느껴주기 바람.


이렇게 '쿵푸극'은 끝난다.



출연진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다.



모든 출연진들이 제각각의 포즈로 박수갈채에 답하고 있다.



커튼콜이 아름답다.

막 윗부분에 빨갛게 극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고

동시에 막이 서시히 내려오는 가운데 마지막 인사들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한편의 인생을 경험한 듯도 하고

훌륭한 '쿵푸' 영화를 본 듯도 하다.

여러가지 진한 색깔의 조명에 내 눈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으나

한동안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역시 화려하다는 기억만이 남는다.


이 '쿵푸극'이 첫 공연을 한 게 1년 정도 된 걸로 안다.

1년 365일 매일 공연한다니, 참 대단하다.

최근 베이징 한인촌에서는 티켓비용을 할인하는 마케팅을 하는 걸 봤으니

이미 베이징 사람들은 이 공연을 제법 봤을 것이다.

더불어, 한국에서도 충분히 이 공연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니 누군가 관심을 둘만하다.



극이 끝나면 극장을 나서는 관객을 위해 출연진들이 멋진 서비스를 한다.

2시간 내내 몸을 사리지 않는 공연 후에도 겸손하게, 어쩌면 중국식 마케팅이겠지만

이렇게 관객들과 어울리는 것은 배울만 하다.

관객이 다 빠져나갈려면 거의 30분 이상 걸리는데도 끝까지 관객을 배웅한다.

'쿵푸극'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면, 좋은 것이다.

'쿵푸전기'가 어색한 점들을 개선하고 보다 참신한 감각을 보강한다면

아마도 좋은 중국식 예술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멋진 공연 하나를 기분 참 좋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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