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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기고/오마이뉴스

베이징 오페라 '옥팔찌'를 보다

최종명작가 최종명 작가 2008. 5. 12. 17:42

[중국발품취재39] 베이징 이모저모 그리고 후광회관

동생들과 김태송씨가 베이징으로 왔다. 6월 9일 밤 늦게 도착해서 며칠 쉬고 있는 사이, 마침 산둥에 출장왔다가 그야말로 중국발품취재 위문공연을 온 셈이다. 6월 14일, 우리는 베이징의 밤 거리를 찾았다. 먼저 맥주 한 잔을 마시러 쿤룬호텔로 갔다.

 
  
▲ 베이징 꾸이제 귀신거리로 알려진 마라룽샤 거리
ⓒ 최종명

 
시내 야경을 빙빙 둘러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본 길거리와 야경이 멋지다. 2시간이나 앉았더니 심심해졌다. 마라롱샤(麻辣龙虾)가 생각났다. 꾸이제는 여전히 길 양편을 붉은 홍등이 수 놓고 있다.

홍등이 붉게 빛을 비추고 시끄러운 곳 꾸이제의 민물가재인 마라룽샤는 정말 맛있다. 푸드 사업을 하는 동생들 입맛에도 그 기억이 살아있는 것이라면 나름대로 대단한 것이다. 실제로 귀신이 있을 리 없지만 '귀신 나오는 거리'로 오해하기도 한다.

원래 명칭은 꾸이제(簋街)인데, '簋'가 쓰기도 복잡하고 그 뜻도 '제사 지낼 때 물건 담는 그릇'이어서 자연스레 발음과 성조가 같은 귀신 '鬼'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몇년 전 만해도 개발이 안된 곳이어서 풋풋하고 약간은 지저분한 낭만이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상업화되어서 아주 깨끗해지고 화장실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대신에 갈수록 비싸고 맛이 없어지는 룽샤가 안타까울 뿐이다. 언론에 룽샤가 청결에 문제가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즐겨먹는 야참으로 손색이 없다.

  
▲ 마라룽샤 꾸이제에서 파는 민물가재
ⓒ 최종명
꾸이제

다음날, 왕푸징을 거쳐 짝퉁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왕푸징이야 베이징의 명동으로 알려진 곳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물론 명동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지만 골동품거리, 식당가, 포장마차 거리, 대형쇼핑몰 등이 즐비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포장마차 거리에서 진귀한 각종 먹거리를 보고 놀라는 곳이다.

왕푸징 입구 베이징판뎬 옆에 있는 샤오츠제도 한번 가볼만 하다. 각종 먹거리와 골동품이 있고 때로는 작은 공연도 벌어진다. 역시 왕푸징의 상징은 홍콩 최고의 부자 이가성이 건설해 중국에 기증한 신동방광장 백화점이다. 명품가게로 꽉 들어차 있어 호화롭기 그지 없다.

  
▲ 쎠우쉐이 시장 베이징의 짝퉁시장
ⓒ 최종명
베이징

베이징의 쇼핑몰 중 여전히 짝퉁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쎠우쉐이이다. 베이징에 오면 장성을 오르고(登长城), 카오야를 먹고(吃烤鸭), 쎠우쉐이에서 쇼핑(逛秀水)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베이징의 시내 창안제(长安街) 동편, 대사관 밀집지역인 르탄 동남쪽이며 지하철 역이 위치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노점상 거리였던 이곳은 부동산 기업인 씬야셩홍(新雅盛宏) 그룹이 재개발해 건축했다. 지금은 아주 세련된 쇼핑몰로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여유 있게 쇼핑하는 재미도 괜찮다. 동생들은 물건값 깎는 재미가 더 좋은 듯하다. 이곳이 명소가 되더니 1층에는 세계적 브랜드의 커피숍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옷과 신발 등을 사고 짐을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잡은 옌샹삔관(燕翔宾馆)은 예전에도 묵은 적이 있다. 이곳은 예전에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 숙소였다고 한다.

2001년도에 묵었을 때에 아침 먹는 식당에서 김일성배지를 단 북한사람들이 몇명 보여 놀라기도 했던 곳이다.

보통 하룻밤에 867위엔인데, 호텔과 협약이 된 회사를 통해 할인하면 아침 포함해서 450위엔 정도에 묵을 수 있다. 다만, 한국부를 통해도 되긴 하지만, 그럴 경우 1층에 있는 약간 오래되고 냄새나는 방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 옌샹빈관 베이징의 한 호텔
ⓒ 최종명
베이징

옌샹빈관 부근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그래서 좋은 레스토랑이 많다. 우리는 한국사람이 경영하는 한 퓨전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맛갈스런 음식도 좋지만 아담한 공원 내 호수를 끼고 있고 천정과 벽이 유리로 장식된 분위기, 게다가 라이브 노래도 있어서 분위기가 사뭇 포근해진다. 사촌동생은 예전에 SBS 인생역전 프로그램 주인공이기도 한 푸드전문가이다.

어떤 음식이든 맛과 냄새로 재료를 다 알고 그대로 만들어내는 절대미각을 지녀서 늘 부럽다. 자동차엔진 컴퓨터엔지니어 출신인 친동생도 같이 사업을 꾸려가면서 어느덧 입맛 까다로운 전문가가 다 되었다.

정말 부러운 것은 동생들이 입맛이 워낙 탁월해 언제든지 최고의 음식만 선별해 먹는다는 점인데 이 까다로운 친구들에게 소개한 이 음식점에 실망하지는 않아보여 다행이라 하겠다.

룽청의 한국어 뉴스를 만드는 김태송 아나운서와 함께 아름답고 맛있는, 그래서 좀 비싼 식당에서, 아마추어 가수가 부르는 노래, 피아노 반주와 함께 베이징의 밤이 깊어간다.


  
▲ 베이징 퓨전 레스토랑 사방이 유리로 된 베이징의 한 레스토랑
ⓒ 최종명
베이징
16일 동생들은 다시 산둥으로 떠났다. 거기서 일을 보고 한국으로 들어갈 것이다. 나도 다시 발품취재 여정을 떠나야 한다. 다음날 밤 기차를 예매하고 하루를 또 쉬었다.

17일 아침 다시 배낭을 메고 베이징 씨잔(西站)으로 갔다. 짐을 맡겼다. 밤 기차시간이 되기까지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늘 보고싶었던 후광회관에서 경극 공연을 볼 요량이다. 베이징 천안문광장을 거쳐 치엔먼(前门)을 휘돌아 류리창(琉璃厂)에 이르는 거리, 그 사이에 따스란(大栅栏) 거리가 있다. 라오베이징(老北京)의 상업 중심지이었고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곳.

언제 가봐도 재미있고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곳이라 할만하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해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거리이며 배낭여행객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유명한 북경 동인당도 있고 장일원도 있다. 100년 역사의 중국영화 발상지인 대관루도 있다.

따가운 햇살이다. 따스란(大栅栏) 거리를 더 지나면 관인쓰(观音寺) 거리가 있는데 베이징 배낭여행객들이 많은 곳이다. 세계청년의 집,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짝 쉬기는 했지만, 쉼 없이 걸었더니 목이 몹시 말랐다. 늘 자주 가던 류리창(琉璃厂) 거리에 이르니 거의 기진맥진이다.

거리를 동서로 가르는 도로 옆 2층에는 한적한 찻집이 있는데 갈 때마다 어김없이 꼭 찾는다. 커피도 팔지만 중국 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니 쉬어갈 만하다. 찻집 이름은 지구거(汲古阁), 알 듯 모를 듯한 이름이다. 차 도구도 파는데 전시된 물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대로 눈요기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큰 차 주전자가 눈에 크게 들어오는 이 찻집을 베이징 류리창을 찾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것이다.

  
▲ 후광회관의 경극 베이징 후광회관에서 관람한 경극의 한장면
ⓒ 최종명
베이징

류리창에서 남쪽으로 500미터 가량 가면 사거리에 '후광회관'이 있다. '후광회관'(湖广会馆)은 공연무대와 식당이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구락부'나 '클럽'이다. 청나라 가경제 때인 1807년 경에 만들어진 이 회관은 근대화의 선구자인 쑨원이 수차례에 걸쳐 정치 강연을 했던 곳이며 국민당 창립대회를 연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경극' 예술가들의 조용한 터전으로, '시취'(戏曲) 박물관과 후베이 요리 식당, 따씨러우(大戏楼)인 공연무대가 있다.

경극 공연 관람료는 꽤 비싸다. 150, 200, 280위엔이 보통 표이고 580위엔은 귀빈석이다. 앞자리일수록 비싸다. 그리고 가격에 따라 나오는 차와 과자가 약간 다르다. 가만 보니 맨 뒤에도 좌석이 있어서 물어보니 100위엔이라고 한다. 어차피 촬영하느라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하니 그러면 100위엔도 좋을 거라고 한다.

첫 번째 공연 제목은 스위줘(拾玉镯)인데, ‘옥 팔찌를 줍다’는 뜻입니다. 소년 푸밍(傅明)이 소녀인 쑨위쟈오(孙玉姣)를 사모한다. 그래서 일부러 소녀의 문앞에 옥팔찌를 떨어뜨린다. 그걸 본 류매파(刘媒婆)는 소녀에게 온 꽃신과 같은 증표라 여겨 중매(撮合)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약간 지루하다.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곡조이긴 하나 전통적 악기 소리에 맞춰 코믹한 내용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화장이나 복장, 동작들을 자세하게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다. 30분 정도 이어지는 공연인데 지루하면 차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약간 여유를 부려도 된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 대나무 공예품 후광회관에서 파는 대나무 공예품 동물
ⓒ 최종명
베이징

한편이 끝나자 10분 정도 휴식이다. 따시로우(大戏楼)로 옆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총사도 있고 삼장법사의 얼굴도 있다.

그리고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있다. 대나무를 소재로 동물들을 뜬(Knitting) 공예품이 관심이 갔다. 한번 두번 세번을 물어보고 깎아서 처음에 50위엔을 부른 매미 한마리를 10위엔에 겨우 샀다.

두 번째 공연 제목은 따오션차오(盗仙草)로 ‘신성한 풀을 훔치다’ 정도로 하면 될 듯하다. 직역하니 이상하지만 어떤 한 상황을 경극이 보유한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으로 승화한 것이니 공연 모습 그대로 느끼면 될 듯하다.
 
그 내용은 단오제(端阳节 또는 端午节) 때에, 허선(许仙)이 백소정(白素贞)에게 슝황주(雄黄酒)와 바이주(白酒)를 마시게 했더니 본 정체를 드러내니 이를 본 허선이 깜짝 놀랐다.

백소정은 허선에게 도움을 청해 선산으로 들어가 신성한 풀을 훔쳐 온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4대 민간 전설 중 하나인 백사전(白蛇传)을 배경으로 희곡화한 것이다.
 

  
▲ 대나무로 만든 매미 대나무 공예품인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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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광회관 경극 탈을 전시하고 있는 경극 공연장
ⓒ 최종명
후광회관
중국의 4대 민간 전설은 허선과 백사가 변한 백소정 이야기를 그린 백사전(白蛇传)을 비롯,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양산백과 축영대'(梁山伯与祝英台), 만리장성 축조에 동원된 남편을 그리는 정절녀 맹강녀(孟姜女), 견우와 직녀 이야기 우랑직녀(牛郎织女)를 말한다.

이렇듯 전설이나 민간소설 등에서 경극이나 곤극, 천극 등의 중국 희곡의 바탕이 된다. '경극'은 원래 '안회이(安徽)' 성에서 발생한 것인데, 청나라 건륭황제 생일 잔치에 초대돼 공연한 후 인기를 얻어 그대로 베이징에 머물게 되는데 점차 발전해 번창한 것이라 한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해가 완전히 넘어갔다. 다시 역으로 가서 짐을 찾고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제 밤 기차를 타고 산씨(山西)의 따퉁으로 간다.
 
2006년 5월에 간 적이 있는 윈캉 석굴을 보러 간다. 그리고 네이멍구 초원과 사막을 향해 가는 일정이다.

베이징에서 편하게 며칠 묵었더니 좀이 쑤신다. 빨리 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

  
▲ 후광회관 입구 경극 전문 공연장 입구
ⓒ 최종명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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