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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북경에서 <팔대괴>라 불리는 사나이들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2008. 5. 13. 18:42

북경 천안문 남쪽방향, 천단공원 서편에 '티엔치아오'(天橋)라는 곳이 있다.


청나라가 집권하자 , 명나라 시대의 길거리 문화가 이곳으로 밀려났고

지방상인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붐비면서 자연스레 찻집, 술집, 여관 등이 생겨났고

더불어, 무예와 이야기, 노래가 넘쳐나는 서민문화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했으리라.

 

여기에 기층민들의 정서를 달래주던 '팔대괴'(八大怪)의 숨결이 살아있다.

'팔대괴'라는 이름은 청말기 서태후가 이들의 공연을 보고 지었다 한다.

서태후가 왜 이들 서민문화의 꽃을 왜 즐겁게 관람하고

관심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베이징에 전해 내려오는 '팔대괴',

티엔치아오광장에는 그들의 동상이 서있다.



지금 그들의 공연은 길거리가 아닌 극장 무대에서 볼 수 있긴 하다.

광장에는 '팔대괴'의 역사를 살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고

기묘한 표정과 자세를 지닌 그들의 동상을 세워두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팔대괴'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별 대수롭지도 않은 동상 같으나, 숨 죽여 설명을 듣고 나면

서민문화의 진수를 끈끈하게 이어온 치열한 흔적과 만나게 된다.


팔대괴는 단지 여덟 명의 기예만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재주꾼들은 시대별로 모두 세 패로 나눈다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스물 명이 넘는다.

이중 티엔치아오광장에 8명의 동상이 서 있는데 아마도 가장 사랑을 받았거나

8가지 기예의 대표가 될만한 이들의 그것일 거 같다.


하여간, 2008년 올림픽을 맞아 전통문화 복원 차원에서 광장을 꾸민 것 같다.



穷不怕(궁부파)

 

치용부파의 본명은 주소문()이며 혼자 하는 만담가이면서 노래도 잘한다.

그는 공연 때 죽판 한 쌍을 부딪히면서 박자를 맞추는데, 윗 죽판에는 아주 많은 글이 있으니 궁핍을 두려워 말라아래 죽판에는 다섯 수레에 이르는 책의 역사가 가난을 멈추게 하리라라고 쓰여 있었다 한다. 치용부파라는 이름은 바로 가난을 두려워 말라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그는 매번 하얀 모래를 바닥에 뿌리고 공연을 시작하는데, 소탈하고 아름다운 그의 이야기는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란다.


한손에 죽판을 들고, 한손으로는 모래를 뿌리는 동작, 수염이 긴 걸 보니

꽤 나이도 먹었음직한데, 모자까지 쓰고 있으니 말 잘하는 사람 꼴 영락 없다.



王小(왕소변)

 

왕샤오비엔은 깃발을 머리에서 어깨, 팔로 자유자재로 옮기는 기예 솜씨를 자랑한다.

깃발은 지름이 반 척(16.5센티미터)이고 길이가 3(10미터), 무게가 수십 근에 이르는 대나무 장대로 만들었다. 절묘한 기예를 뽐내다가 제일 마지막에는 앞 이빨로 깃발을 받아낸다고 한다.


단단한 근육질, 단련된 힘이 아니라면 어찌 저 높고 무거운 깃발을 하늘에 냅다 던졌다가 받고, 거기다 이빨로 받아낸다니 대단하다. 다른 '팔대괴'와 달리 깃발을 다 사진에 담으니 남자다운 몸매를 세밀하게 담기 어렵다.



沈三(심삼)

 

션산의 본명은 심우삼(沈友三)이고 키가 크고 몸집이 웅장하면서도 기공을 배워 공중제비를 잘 했다 한다. 가슴에 있는 벽돌을 철추로 내려쳐 깨거나 벽돌을 발로 차는 기예를 주로 한다.


그의 기예를 이름하여 '双风灌耳'라고 한다는데 설명이 좀 어려운 편이라, 그저 벽돌깨기 기술이라 이해했다. 빡빡머리에 고집 무지 센 얼굴이어선지 두주불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후 관중들의 환호에 술 한대접 거나하게 마셨을 것이리라.



(정사자)

 

청샤즈는 사발을 이마에 쌓고 균형을 잡는 기예가라 전해온다. 크고 작은 사발을 차례차례 이마에 올리는데, 무려 13개의 사발을 이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발을 구르는 등 신기한 동작을 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한다. 이 기예 외에도 동물을 조련하는 능력도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신선한 것이어서, 사발묘기 후에 작은곰을 부리는 묘기도 선보였다 한다.


엄청난 균형감각 뿐아니라 튼튼한 허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예일 것이다. 다른 '팔대괴'보다 동상의 형상이 가장 힘들어 보인다.



(상사자)


창샤즈는 큰 거위 알만큼 큰 돌을 깨는 재주를 가졌다 한다. 돌을 탕탕 소리 나도록 해 진짜 돌임을 증명한 후, 기합을 넣고 나서 손바닥으로, 심지어는 손가락으로 쪼갠다. 그는 공연 후 관중들에게 자신이 만든 환약을 팔면서, 이 약을 먹으면 자기처럼 힘이 세지는 특효가 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별로 믿지 않았다고 전한다.


전형적인 약장사가 아닌가. 손바닥으로 깼다는 건 그래도 믿겠지만, 어찌 손가락으로 한다는 건 믿기지 않는다. 하여간 약을 팔려다보니, 그 기예가 출중하니 와전됐을 수도 있겠다. 표정은 정말 무서운 괴인같다.



(새활려)


‘싸이훠뤼의 본명은 관덕준(德俊)으로, 그는 천으로 만든 옷으로 당나귀처럼 변장해 다양한 재주를 부렸다 한다. 두 다리는 당나귀의 뒷발, 두 손은 앞발이 된다. 당나귀 등에 자기 부인을 태우고 꽃을 뿌리거나, 뒷발치기도 하고 앞발을 감추기도 한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손과 발을 써서 당나귀처럼 기교를 부리니 사람들이 이름하여 살아있는 당나귀라 했다 한다.


'팔대괴' 중에 유일하게 몸을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인 셈이다. 대신 자기 부인이 있으니 뭐 서운해 하지는 않겠지. 기예 내용을 모르면 '팔대괴' 중에 여자도 있나 할 것이다.



大金牙(대금아)

 

다진야는 하북사람인데 죄를 짓고 티엔치아오로 도망 와서 보는 것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그림연극을 공연했다 한다. 그는 키가 작고 살이 찐 편이며 눈은 작으나 입은 컸다고 한다. 웃을 때면 금 이빨이 밖으로 드러나서 붙여진 별명이라 한다.


처음 봤을 때는 마술도구인 줄 알았다. 마술사는 아니고 '요지경'이라 하는데, 거울은 아니지만 그림을 이용해 연극을 보여준다는 것이니 아마도 재미난 말솜씨로 그림을 잘 풀어 설명하는 것인가 보다. 더구나, 금 이빨이 번쩍거렸을 터이니 인기도 꽤 많았을 것이다.



曹麻子(조마자)

 

차오마즈는 말을 주고받으며 곡조에 맞춰 노래하는 광대극을 선보였다 한다. 키와 몸집이 컸으며 얼굴에 온통 주근깨(麻子)가 있었다. 그는 관중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에는 끈을 두르고 작은 구슬을 걸어서 분장을 했다는데 이 구슬이 흔들거릴 때마다 그 꼴이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웃었다 한다. 제자들이 음운을 띠우면, 양손으로 나무 판자를 치면서 대답하고 노래하고 했다 한다.


이 친구도 말로 먹고 살았는가 보다. '팔대괴'는 힘쓰는 재주 아니면 말재주로 보인다. 특히 말재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것을 중국사람들은 '샹셩'(相聲)이라 하니, 이것도 샹셩의 일종이겠다.



''티엔치아오'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물으니, 주변 극장에서 아마 '팔대괴'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라 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천교락'이다. 입구가 좁고 지저분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극장이라기 보다는 차관에 가깝고, 내부는 생각보다 크고 공연내용도 아주 재밌을 것 같다.



그런데, 공연은 저녁 7시 이후에 한다고 보지 못했다. 1층 앞자리부터 2층까지 가격차가 극심하다. 아마 500위엔 이상부터 50위엔까지. 극장 관계자 이야기로는 '팔대괴' 공연을 다 보려면 아주 많이 와야 한다니, 매일 '팔대괴' 기예를 다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꼭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가고 있다. 혼자 가기도 그렇고. 하여튼 조만간 다시 가게 되면 꼭 공연을 소개할 예정이다.


'티엔치아오'의 세 종류의 극장 중 하나다. 고급스런 중국전통 대중문화를 공연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또하나의 극장은 '천교잡기극장'이다. 서커스를 말하는 것이다. 온갖 서커스를 매일 공연한다. 여기도 꼭 한번 가볼 생각이다.


한국관광객들이 북경에 오면 '조양극장'에서 서커스를 많이 보는데, 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다. 다만, '조양극장'이 입장권 할인을 많이 해서 싼 편이니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은 현대식 극장인 '천교극장'이다. 국내외 현대 대중문화를 주로 공연하는데 스케일도 크고 세련된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을 공연한다. 입장료도 공연내용에 따라 다 다르겠지.



'천교극장'이 대형유리로 되어 있고 아주 투명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뒤로 보이는 곳이 광장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필자 몸 뒤쪽에 '팔대괴'의 동상이 차례로 서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천교극장'이니 앞 사진과 반대편에 있는 셈이다. 이 사진 오른편이 '천교락'과 '천교잡기극장'이 있다. 세가지 서로 다른 공연장이 있다. 여러분이 어느 곳으로 제일 먼저 가보실 것인가.

필자는 주저없이 '팔대괴' 중 한명이라도 볼 수 있다면 '천교락'으로 갈 것이다.


'팔대괴'는 거리 공연의 상징일 것이다. 광장 홍보판에도 적혀 있지만, '기층문화의 창조자'로서 살다간 '팔대괴'의 갖가지 기예는 중국 극장이나 차관, 또는 식당에서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춘지에(구정) 때도 거리 공연 형태로 등장할 수도 있다.


여러분이 혹 북경에서 이들의 숨결을 만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아는 체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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