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라이프차이나

휘황찬란한 서안의 밤 풍경에 취해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2008. 5. 13. 18:42

티끌 하나 없이 정결한 도시 서안.

처음 버스로 시내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과연 중국이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깨끗했으니 말이다.


고대도읍의 외양을 가득 담은 각종 현대식 빌딩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지저분의 대명사 중국, 아니 적어도 북경을 떠올리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걸까.

'서부대개발'을 부르짖는 서안시 정부가 아주 강력한 도시정화 작업 중이라고 하니

적어도 시내 중심부는 환상적인 도시 분위기를 구축하는 가 보다.


택시 운전사에게 정말 도시가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하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극구 부정하는 걸 보니 그동안 지저분하긴 했던가 보다.


서안 관광 중, 낮에는 관광하고, 밤에는 야경을 구경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서안의 낮과 밤은 둘다 정말 오래 기억해두고 만나고 싶은 '친구'같다.

특히, 야경은 너무 아름다워 '첫사랑' 같은 친구 같다.



시내 한복판에는 '종루'(鐘樓)가 중심을 잡고 있다.

여기는 광장도 있고, 식당도 많고,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닌다.

한낮에 주변 광장에서 잡담하는 이, 바쁘게 걷는 이, 외국인 관광객이 엉켜있다.



'종루' 광장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고루'(鼓樓)로 가는 길에 있던 아름다운 꽃집



멀리 보이는 곳이 '고루'이다. 이 길에는 이쁜 가게들이 몇개 있다.

오른쪽 위는 유명한 중국식당들이 우람하게 솟아있다.

다정하게 걷는 연인, 무뚝뚝 떨어져 걷는 연인,

걷는 모습만으로 그들의 사랑이 진정 순수한 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오히려 떨어져 있지만 바른 자세로 걷는 연인들에게 더 진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안은 다정한 연인들과 낮이거나 밤이거나 좋은 곳인 것 같다.



꽃가게 옆에 있던 골동품 가게, 색감이나 구도가 인상적이다.



'고루'에 다가가자 길 옆에 기타치고 노래하는 청년이 눈에 띤다.

앞에 벗어 놓은 옷 위에 몇 푼되지 않는 돈이 있다.  



'고루' 옆으로 '청진사'라는 사원으로 통하는 곳이다.

사람들과 삼륜차, 자전거로 꽤 복잡하다.



'고루'에서 '종루' 쪽으로 내려다 본 광장 모습이다.

정말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 아닌가.

너무 깨끗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도 별로 본 적이 없다.

어떤 거리는 '금연'거리도 있다 하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벌금 낸다.

요즘 중국이 이상하다.

한 친구가 남방 광주에서 담배 꽁초 버리다가 300위엔인가 벌금때문에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여간, 깨끗한 것은 좋다. 잘한다 제발 계속 파이팅~



서안은 밤 야경이 아주 볼만하다.

여기는 '종루' 광장인데, 불꽃분수가 화려하게 밤을 수놓고 있다.

한 아이가 신이 났던지 돌 위에서 재롱이다.



'종루'에서 '고루' 가는 방향에 높이 솟아있다고 한 식당과 호텔이다.

밤 조명을 받고 줄줄이 걸려있는 홍등이 영락없는 중국이다.



광장 옆에 젊은이들이 데이트 중이다.

유리에 비친 파랑 조명과 보라 조명이 '종루'와 어울린다.



'종루'는 환한 조명을 받아 더욱 휘황찬란하다.

서안에 와서 야경을 보고 어떤 말이 가장 적절할까 한참 고민하다 떠오른 말이 바로 휘황찬란.

중국어도 비슷해, 서안사람들에게 '후이황찬란'하다고 하면 아마 아주 좋아할 것이다.

'종루'는 환다오(環道)라 빙빙 돌아나가는 차들이 밤이면 더욱 쏜살같다.



'종루' 쪽에서 '고루' 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아래 쪽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사통팔달로 지하도가 연결돼 있다.



아주 가까이 가서, 클로즈업으로 '종루'를 본 모습이다.

밤에 이곳에 올라가면 도시가 더 잘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입장료가 한 30위엔 정도인 거 같은데, 올라가봐야 대수로울 건 없을 것같다.

올라갔다 바로 내려올 지도 몰라서이다.

낮에 '고루'에 입장료 내고 올라갔다가 정말 10분만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고대 도읍 당나라때는 분명 이렇게 화려하게 꾸미지 못했을 것이다.

시내 중심에서 남쪽으로 10여분 걸어 내려오면 동서로 길게 늘어선 성곽이 보인다.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멋드러진다.

홍등과 어울린 노란 조명이 대비가 확실하다.

더구나, 벽면은 연한 파란색 조명을 비추고 보니

밤과 절묘하게 어울려,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벽마다 조명을 설치해 멀리서 보면 장관이다.



이곳은 남쪽 광장이다.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너무 밝아 광장의 사람들 모습이 어둡다.



남쪽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나와 줄지어 노래하고 춤추며 논다.

중국사람들 저녁 먹고 나와, 이렇게 떼지어 춤추며 노는 게 아주 일상적이다.

북경도 그렇고 가는 곳마다 이런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서안사람들이 가장 행복할 거 같다.

이런 비싼 조명을 받으며 즐기니 여간 운이 좋은 게 아닐 것이다.



광장 곳곳에 거리의 악사들이 붐빈다.

중국 전통악기 얼후(두 줄로 된 현악기)에 맞춰 노래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

메가폰으로 나오는 노래가락이 찢어질 듯 가늘어 귀가 아프다.

그런데도 중국사람들은 잘 듣고 있다.



별별 악기를 다 들고 나와 노래하며 논다.

그저 흥겨우면 그만 이라는 듯 중국사람들 정말 제멋에 겹기론 한국사람 못지 않을 것 같다.



이 길을 따라 춤추고 노래하는 길거리 악단도 많고 또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들도 많다.

나도 목이 말라 물 한통을 샀는데, 미리 잔돈 없다고 하니 괜찮다 하여 100위엔을 냈더니

잔돈 바꾸러 가서 한참을 나타나지 않아, 임시로 주인행세 좀 했다.

이 물 한 통에 3위엔 줬으니 좀 비싸긴 했다.

일반 가게에서는 대체로 1.5위엔이나 2위엔이면 살 수 있다.



남쪽광장에서 서쪽으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가

보기에 아주 이쁜 술집 하나가 있어 들어갔다.

그런데, 그냥 지여우빠(酒巴)가 아니라 일종의 클럽이다.

몸매 좋은 여자 또는 남자가 나와서 춤추는 그런 곳 말이다.

일반 손님들도 노래에 맞춰 별의별 춤을 마구 춘다.


맥주 한병에 15위엔이니 북경보다 훨씬 싸다.

북경 유명 술집거리인 산리툰은 보통 30~35위엔하지 않던가.

복무원 남자 애 하나가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더니, 자꾸 말을 시킨다.

혼자 스텐트바에 앉아 블랙러시안(20위엔) 한잔, 맥주 한병.

첫째 날 밤, 이렇게 '훠위엔' 빠에서 외로움을 달랬다.



둘째날, 찾아간 술집 거리이다.

'종루'에서 남쪽으로 어슬렁 걷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거리인데,

알고보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왼편에 2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생맥주호프을 즐기고 있다.

북경 산리툰처럼 대부분 생음악이 있다.

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북적대는 거리이다.

조용한 곳을 찾다가 한 곳을 들어갔더니 남자 통기타 가수가

중국노래와 팝송을 섞어가며 열심히 부른다.

맥주 한병을 시키니 종업원 아가씨가 '너 한국사람 맞지?' 한다.

'그렇다, 어떻게 알았냐?'했더니만, 딱 보면 안다나.

하여간 한국노래, 드라마, 한국사람 모두 다 좋아한단다.

종업원은 친구들이 놀러왔는지 친구들이랑 열심히 떠들고 논다.

하도 시끄러워 봤더니만, 주사위놀이를 한다.

나 역시 중국에서 중국친구들이랑 술 마실때 자주 하는 놀이이다.

주사위 여섯개를 서로 가지고, 1~6 숫자와 그 개수를 알아맞히는 놀이로

예를 들어, '싼거우'(三個五) 하고 부르면, 주사위 5가 세개라는 말이다.

문제는 여러가지 옵션이 있어서 특히, 약간의 포커페이스와

아이큐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거라 생각보다 쉬운 건 아니다.

하여간, 그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쓸쓸함을 달랬다.



이곳은 '주작문', 저 멀리 '종루'가 보인다.

'종루'와 남쪽광장의 니은 자 꼭지점 위치에 있는 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아름다운 야경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첫날 '훠위엔' 빠가 있고

문을 지나 '종루' 쪽으로 가다가 오른편으로 골목길을 들어가면

둘째 날 갔던 외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술집거리가 있다.

마지막 날 밤에 찾아간 곳은

여기서 봐서 '종루'의 왼편으로 광장 부근이다.



바로 이곳이 셋째 날의 술집이다.

'종루' 옆 큰 대로 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인가에 있던 빠이다.

실내와 야외 모두 이쁘게 자리를 꾸며 놓아서 젊은이들이 많았다.



서안 시내를 동서로 가르는 대로가 한눈에 보인다.

왼편에 KFC가 보인다.

10년 전에 서안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와~옛날에 비해 엄청 화려해졌군요. 그런데 컨더지(KFC)는 그때 그자리에 있네요.

라고 하는 거보니 정말 생명력이 긴 브랜드이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런 세계적 브랜드의 한국상품도 조만간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해본다.



밤 12시 가까운 시간인데도, 야경은 그칠 줄 모른다.

아마 밤새 휘황찬란하게 투자할 모양이다.

서안의 밤은 결코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한다.

무섭지 않다. 다만, 외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매일 밤, 야경에 혼이 팔려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유흥에 겨웠고, 12시쯤 귀가 후 민박 주인과 다시 양꼬치에 맥주 한잔 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병마용과 화청지, 그리고 화산 등지를 둘러본 후

어김없이 밤고양이처럼 돌아다녔으니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기억의 때깔이 휘황찬란이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