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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45] 중국 최대의 호수 씨닝 칭하이 호수

란저우(兰州)에서 칭하이성 성도 씨닝(西宁)까지는 기차로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6월 26일, 일찍 아침을 먹고 출발했더니 12시도 안돼 씨닝에 도착했다. 다음날 칭하이 호수 여행을 예약했고 호텔도 소개 받았다. 이처럼 중국에서 일정이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면 기차 역 앞으로 가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중국어를 잘 못해도 상관 없다. 그들이 어떻게 하던지 소통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니 말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여느 중원 땅과 다른 도시인 씨닝의 번화가가 궁금해졌다. 씨먼(西门) 부근에 공예품도 팔고 먹거리도 파는 쉐이징샹(水晶巷) 시장을 찾았다. ‘샹(巷)’은 골목이란 의미로 베이징에 많은 골목길 ‘후통(胡同)’과 같은 뜻이다. 골목 시장인 셈이다.

  
▲ 공예품가게 초원과 서역의 모습이 느껴지는 공예품
ⓒ 최종명
초원

공예품은 중국 전역 어디서나 비슷비슷하니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중국 서북쪽으로 오니 실크로드(丝路)와 둔황(敦煌)을 떠오르게 하는 공예품들이 나타나기 시작이다. 시장 이곳 저곳을 즐겁게 돌아다녔다.

역시 재래시장이어서 그런지 과일이 아주 싸다. 잉타오(樱桃, 앵두), 타오즈(桃子, 복숭아), 멍궈(杧果, 망고)와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리즈(荔枝)까지 15위엔을 주고 잔뜩 샀다.

맛있게 구워 있는 카오야(烤鸭)를 보니 군침이 돈다. 한마리에 20위엔인데 살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크고 먹고는 싶고.

시장 골목 한 켠에 우리나라 순대를 떠올리는 먹거리가 냄새를 풍긴다. 양으로 만든 순대인 셈인 양창(羊肠) 한 접시를 사서 먹었다.
 
수염 덥수룩한 외국 여행객이 자판에 앉아 맛있다며 음식 이름도 묻고 제조방법도 묻고 하니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정말 먹을 만 하냐고 거듭 물어보는데, 사실 그다지 확 입맛을 당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맛 없다고 하기도 그렇고, 매번 ‘하오츠(好吃)’라 했다. 맛있다는 뜻.
  
▲ 양탕 칭하이 씨닝에서 먹은 양고기 순대인 양탕
ⓒ 최종명
양고기

길거리에는 양고기꼬치인 양뤄촬(羊肉串)을 구워 파는 회족(回族)들이 많다. 서쪽으로 갈수록 신선한 양고기가 많으니 먹음직스럽다. 오징어를 데쳐 파는 곳 앞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섰다. 오징어를 꼬치에 꼽아 양념을 듬뿍 바르며 연신 불에 굽는 게 아주 신기하다. 게다가 기름을 부을 때마다 불꽃이 확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탄이다. 5위엔에 3개 사서 먹어보니 정말 오징어 살이 물컹 살아 있으면서 쫄깃한 게 아주 굿이다.

  
▲ 오징어꼬치 씨닝 한 골목시장에서 사 먹은 오징어 꼬치
ⓒ 최종명
씨닝

닭 파는 것은 자주 봤지만 비둘기 파는 곳은 드물다. 비둘기 고기 요리를 음식점에서는 가끔 먹었지만 시장에서 파는 것은 처음 본다. 처음 비둘기 요리를 먹었을 때 ‘이렇게 맛 있는 것을 왜 안 먹지?’라던 기억이 났다.

시장에서 오후 내내 이것저것 눈요기만 즐기다가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뒷산으로 서서히 하루 해가 저문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갈 생각으로 거리를 걷다 보니 진저우(锦州) 취재 이야기에서 만난 적이 있는 융밍즈줘화(用名字作画)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꽃, 새, 물고기, 곤충 등의 형상들이 서로 꼬여 있듯 엮어지고 서서히 이름을 드러낸다. 붓(笔)은 보통 금속으로 만드는데 다양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 그 사이에 스펀지를 끼워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스펀지가 바로 형형색색, 변화무쌍한 그림의 마술인 것이다. 그리고 종이 윗면에는 거의 중화이슈(中华艺术)라고 쓰여 있다. 아랫면에 써 있는 글씨는 찡핀즈화(精品字画). 아마도 민간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예술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하나 그리는데 5분 정도 걸리는데 한 장에 5위엔을 받는다. 보통 싸게는 3위엔 정도이고 관광지에서는 10위엔 정도 받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이 그림, 그런데 과연 어디에다 쓸까? 걸까? 기념으로 하나 그려서 가져오기에는 왠지 촌스럽다.

다음날, 6월 27일 아침 중국 여행객들과 함께 일일 여행을 떠났다. 동베이(东北)에서 온 중년의 남자, 푸젠(福建)에서 온 모자(母子), 스촨(四川)에서 온 남녀, 어디서 온 지 밝히지 않은 대학생 그리고 가이드와 기사. 오늘은 참 단출한 여행이 될 듯싶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래 마음이 마구 설렌다.

우리는 먼저 씨닝(西宁)에서 약 서쪽으로 2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1300여 년 전 당나라 태종의 딸인 문성공주 사당으로 갔다. 중국의 3대 고원인 칭장까오위엔(青藏高原)의 동남부에 위치한 이곳에는 르위에산(日月山)이 있고 그 산자락 아래에 사당이 위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향불을 지피고 그 앞에서 예를 올리고 있다.

  
▲ 장족복장의 가이드 문성공주 사당 앞에서
ⓒ 최종명
문성공주

장족 복장을 하고 사당을 소개하는 가이드 아가씨 사진을 찍었다. ‘찍지 마세요’ 하길래 ‘예뻐서’ 그랬더니 옆에 있는 중국사람들이 ‘당연하지. 그래 맞아’ 해서 모두 웃었다.

대체로 중국 가이드들은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당연한 서비스라 생각하는 편이다.

이곳은 위슈(玉树) 장족(臧族) 자치주이다. 옛날부터 장족이 자신의 민족문화를 꽃피워오던 곳인 셈이다. 사당 옆에는 탕판구다오(唐蕃古道)라는 표시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아마 적어도 당나라 시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장족과 한족의 영토 경계선이 아니었을까.

당 태종이 아꼈던 문성공주는 장한퇀지에(藏汉团结)의 선물(?)로 장족의 투판(吐蕃) 왕인 쑹첸깐부(松赞干布)에게 보내졌다.

당나라 수도인 창안(长安)에서 라싸(拉萨)로 가는 길에 공주가 가장 오래 이곳에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당 태종이 이곳까지 배웅을 했다니 공주를 보내는 심정이 참으로 착잡했지 싶다. 선행을 많이 한 마음씨 착한 공주가 떠난 후 장족들이 이곳에 사당을 지었다 한다.

공주의 석상이 서 있고 르위에산에는 해와 달을 상징하는 정자 2개가 산봉우리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다. 장족의 동물인 야크 동상도 보인다. 야크에 올라타서 사진을 찍는 중국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다.

  
▲ 야크 장족이 신성시하는 동물 야크를 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최종명
야크

칭하이성(青海省)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염수인 칭하이후(青海湖)가 있다. 이 호수이름은 원래 몽골어로는 ‘쿠쿠눨(库库诺尔)’, 장족어로는 ‘춰원뽀(错温波)라 하는데 그 뜻이 모두 ‘푸른 바다’이다. 호수 면적인 거의 3만 평방미터이고 호수 둘레는 105킬로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이다. 해발고도 3천 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에 이렇게 바다 같은 호수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곳에서 장족 아이들을 만났다.

  
▲ 바다 느낌의 호수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바라본 칭하이 호수가 마치 바다 같은 느낌이다
ⓒ 최종명
칭하이

호수가 마치 바다 같이 느껴지는 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호수를 둘러볼 요량으로 걷고 있는데 중국 사람들이 장족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민속복장을 하고 예쁘게 포즈를 취하는 것이 너무 예뻐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옆에는 아이들을 지키는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사진을 찍던 중국 사람이 아이들에게 5위엔(약 650원)을 줬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그리고 장족말로 ‘아저씨 노래하겠으니 돈 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 가이드가 한 말이다. 문제는 그 누구도 사진 찍는데 얼마라고 하지 않았고 게다가 1장만 찍어야 한다고 말해주지도 않았기에 발생했다. 그저 5위엔만 주면 되겠지 했다. 사진에다가 영상까지 찍었으니 사정이 꽤 복잡해진 것이다.

  
▲ 춤추고 노래하는 장족아이들 칭하이 호수에서 만난 소수민족 아이들
ⓒ 최종명
칭하이

가이드가 ‘이 아저씨 몰랐어’ 하면서 그냥 5위엔 받으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난감해 했다. 다른 관광지라면 아마 생떼를 쓰고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도 그냥 웃으며 넘어갔다. 시간 없다는 가이드의 재촉으로 도망치듯 버스에 올랐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꾸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과 몸짓이 떠올랐다. 돈을 더 줬어야 했나 종일 안타까웠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칭하이후(青海湖) 안에 있는 섬을 유람하려면 관광차량을 타고 옮겨 다녀야 한다. 먼저, 서북 쪽 강변 삼각주(三角洲) 안에는 냐오다오(鸟岛)로 갔다. 냐오다오는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을 샤오다오(小岛)라 하고 하이씨산(海西山) 또는 단다오(蛋岛), 즉 ‘새알 섬’이라고 부른다. 동쪽 섬은 하이씨피(海西皮)라 부른다.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철새(候鸟)들이 서식하고 있다. 1989년 자료에 의하면 모두 162종류의 새들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여러 종류의 기러기(雁)와 갈매기(鸥) 그리고 갯가마우지(鸬鹚) 떼가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단다오에서 기러기와 갈매기를 보려면 유리가 가로막힌 관망대에서 봐야 한다. 날아오르고 내려 앉는 모습이 참 예쁘긴 하지만 좀 답답하다.

다시 관광차량을 타고 갯가마우지가 많은 루츠다오(鸬鹚岛)로 갔다. 이곳 철새 관망대에는 유리도 없고, 파란 하늘과 푸른 호수 물결이 생생하면서도 난생 처음 보는 특이한 새 무리가 바위 위에 까맣게 앉았다가 비상하는 모습 자체가 장관이다. 2~3초에 한 마리씩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순서대로 날아오르는 듯하다.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이 ‘푸른 바다‘의 주인이라고 과시하듯 말이다.

  
▲ 갯가마우지 철새들의 군락지인 칭하이 호수에서 바위 위 갯가마우지 떼와 비상하는 새
ⓒ 최종명
철새

씨닝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청하이후 동쪽 진인탄(金银滩)이라는 이름의 초원을 들렀다. 이곳에는 말을 탈 수도 있고 놀이시설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이 칭하이 민가(民歌)인 ‘짜이나야오위엔더띠팡(在那遥远的地方)’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 한다.

대만 인기가수인 왕리홍(王力宏)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다. 중국의 유명작곡가인 왕뤄빈(王洛宾)의 곡으로 ‘저 머나먼 곳에는 착한 소녀가 있었지(在那遥远的地方,有位好姑娘)로 시작되는 낭만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이 푸른 초원에서 푸젠(福建)에서 온 꼬마가 말을 탔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초원 위를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 잠깐이라도 말을 타려고 하는데 가이드가 시간 없다고 꼬마를 재촉한다. 머쓱해졌다.

  
▲ 푸젠에서 온 꼬마 칭하이 호수 동쪽 진인탄 초원에서 말을 타고 있다
ⓒ 최종명
칭하이

씨닝(西宁)에서 중국 최대의 호수, 칭하이후(青海湖) 여행은 참으로 즐거웠다. 자연이 상쾌했고 역사도 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장족 여자아이 둘의 얼굴 표정이 자꾸 살아나니 다소 착잡하기도 하다. 이때 얼굴과 마음씨 모두 포근한 우리 가이드가 나와의 약속대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고원을 달리며 듣는 감칠맛 나는 ‘칭장까오위엔(青藏高原)’. 칭장 고원은 황투(黄土), 네이멍구(内蒙古), 윈꾸이(云贵)과 함께 중국의 4대 고원으로 칭하이(青海) 성과 씨장(西藏) 성을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티베트 장족의 고향 같은 노래라 그 정서가 사뭇 이국적이기도 하다.

특히, 야라숴(嗦로 쓰기도 함)라는 장족의 감탄 추임새로 끝나는 노래 마지막 부분은 갑자기 엄청나게 높게 몇 옥타브 급히 오르는 곡조를 지녔다.

초원을 달리며 듣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하다. ‘칭장까오위엔(青藏高原)’은 중국 최고의 가수 한홍(韩红)이 부르는 것이 제 맛이다.


밤낮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자 누구인가 (是谁日夜遥望着蓝天)
영원히 변하지 않을 꿈을 갈망하는 자 누구인가 (是谁渴望永久的梦幻)
찬미할 노래가 아직 남아 있으랴 (难道说还有赞美的歌)
그 장엄한 모습이야 변할 리 없으리 (还是那仿佛不能改变的庄严)
아~ 산을 보았네, 하천도 보았네 (哦 我看见一座座山一座座山川)
산과 하천이 서로 만나는 것을 보았네 (一座座山川相连)
야라숴 그건 바로 칭장 고원이네 (呀啦索 那就是青藏高原)


장족인 한홍은 씨장(西藏)에서 태어나 1998년에 데뷔했는데 2003년부터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으며 중국에서 누구도 부인 못하는 최고의 여가수로 인정한다. CCTV와 KBS가 매년 개최하는 한중가요제에 단골로 등장하니 혹시 아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남자가수 쑨난(孙楠)과 듀엣으로 청룽(成龙)과 김희선이 출연하고 불렀던 노래 션화(神话)를 부르기도 했다.

동베이(东北)에서 온 남자도 한 곡 불렀고, 나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한국 민요라고 소개하고 느리게 아리랑을 불렀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참으로 마음 편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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