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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46] 칭하이성 씨닝에서 깐수성 짱예까지

6월 28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버스터미널에 가니 25인승 규모 버스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 지붕 위에 짐을 싣고, 묶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에는 갖가지 크고 작은 버스들이 있는데, 이렇게 좀 작은 버스는 짐을 지붕 위까지 싣는다.

칭하이성(青海省) 씨닝(西宁)에서 깐수성(甘肃省) 짱예(张掖)까지 가는 버스 노선이 있는 것이 아주 다행이었다. 일정을 짜면서 공교롭게도 씨닝 다음 코스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우루무치로 방향을 잡았는데, 만약 이 길이 없다면 다시 란저우까지 동쪽으로 갔다가 가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도 상에도 높은 산이 2개나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교통편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하루에 단 한 대이지만 분명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기뻤다. 비용도 줄이게 되며 색다른 여행 길이라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전날 지도를 펴놓고 과연 이 길을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거듭 고민 끝에 227번 국도인 닝짱꿍루(宁张公路)를 타기로 하고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다. 씨닝에서 짱예까지 347km 밖에 안 되는, 중국에서는 아주 짧은 국도이긴 해도 8~9시간 가량 걸릴 정도로 가파른 산을 넘는다 하고 중형 버스라 다소 걱정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비가 약간 내리는 207번 국도를 달리자마자 바로 가파르게 산을 넘기 시작했다. 드디어는 거의 해발 3000m에 이른다는 라오예산(老爷山) 부근 능선을 넘는다. 거의 수직으로 오른다 싶을 정도다.

해발 3000m를 넘어 다시 내려가는 길 역시 그야말로 곡예다. 꾸불꾸불한 길이 끝없이 이어져 내려가고 반대편에서 화물트럭은 수도 없이 올라온다. 산세가 ‘투우(突兀)하다’고 하는데, 우뚝 솟았다는 말이겠다. 봉우리들이 정말 하나 같이 아름답게 솟아 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과 어울리고, 마침 비까지 멈추니 환상적인 모습이다.

그 옛날 실크로드(丝绸之路) 남단 길의 한 갈래라 하는데 어떻게 그 당시 이 험한 산길을 넘었을까 모르겠다. 버스도 지쳤는지 점검하느라 한 작은 마을에서 잠시 멈췄다. 계속 버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브레이크 누르는 소리가 꽤 심하게 들렸는데 다행히 점검하고 나니 조금 나아진 듯하다. 정말 그러고 보니 멋진 산세에 취해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잊었던가 보다.

주변에는 유채꽃(油菜花)도 푸르스름하며 노랗게 피어 올랐으니 더욱 금상첨화다. 칭하이성 곳곳은 그야말로 유채꽃으로 뒤덮인 곳이라 해도 될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지금 버스가 지나는 지역인 먼위엔(门源) 시는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중국 유채꽃 식용유 생산의 40%에 이를 정도로 유채꽃밭 천지다.

  
▲ 유채꽃 노란 유채꽃이 도로변에 엄청 많이 피어있다
ⓒ 최종명
유채꽃

버스가 다시 출발. 그런데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제 9시간 중 채 2시간도 안 지났는데 국도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예전에 한두 번 국도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던지라 좀 시간이 걸리겠구나 했는데 무려 4시간이나 양쪽 차선을 가로막아 버렸다. 대형트럭이 사고가 났으니 좁은 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 그 옛날 실크로드를 걸었던 사람들은 이런 막막한 기다림의 고통은 없었을 것이리라.

거리로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대부분 산길이고 고원지대라 빠르게 질주하기 어려워 9시간이나 걸렸던 것. 게다가 버스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으니 한두 시간은 더 참아야 하리라. 그런데 교통사고로 4시간을 하릴없이 기다렸으니 죽을 노릇이다.

겨우 도로가 풀리고 1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조그만 시골마을 칭스쭈이(青石嘴)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다. 마침 치린(麒麟)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터미널 옆에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치린은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데, 속칭 사불상(四不像)이라 하기도 하는 동물인데 이 시골 구석의 식당 이름이 거창해 약간 웃었다.

  
▲ 국수 치렌산맥을 넘어가는 길, 칭스쭈이 마을 한 식당에서 먹은 점심
ⓒ 최종명
치렌산맥

어디선가 ‘헬로우’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꼬마 녀석 하나가 신기한 듯 유리창 밖에서 계속 웃고 서 있다.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꼬마와 그의 형과 셋이서 함께 놀았다. 이마에 빨간 인주가 찍혀 있는 6살 ‘아이뿌’는 어디서 배웠는지 영어를 몇 마디 한다.

  
▲ 아이들 치렌산맥 넘어가는 길, 칭스쭈이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 최종명
치렌산맥

꼬마 녀석이 귀여워서 돈을 주니 받지 않는다. 거듭 받으라고 하자, 형이 귓속말을 한다. 그랬더니 냉큼 받는다. 그리고 뛰어가더니 풍선 껌을 사서 다시 오더니 받으라 한다.

버스에 타고 헤어질 때 다시 뭔가를 주려는데 사양했다. 아마도 먼 길을 가니 주머니 속에 남아 있던 껌을 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여간 참 인정머리가 있는 녀석이다.

다시 버스는 치롄(祁连) 산맥 남쪽 고원을 달렸다. 오른쪽으로는 해발 4~5000m의 설산이 드러나고 왼쪽으로는 푸른 초원 위에 양떼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약간 낮은 평야지대에는 말들도 있다. 전봇대 사이로 멀리 눈 덮인 설산이 보이고 평야에는 말들이 거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에서 내려 마음껏 보고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버스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달린다. 정말 언젠가는 다시 이곳을 찾아오리라. 그때는 지프차를 몰고 가는 여행이면 좋을 듯싶다.

멋진 광경을 사진에 담기도 하고, 양치기들과 대화도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평지에서부터 초원 능선을 넘어 하얗게 끝도 없이 이어진 설산을 향해 올라가고도 싶다. 두고두고 보고 또 보리라 다짐했다.

  
▲ 설산과 초원 치렌산맥 설산과 넓은 고원지대인 초원의 말
ⓒ 최종명
치렌산맥

버스가 또 멈췄다. 치롄(祁连)현 어뿌(峨堡)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그 아래 파란 하늘을 막고 하얀 구름이 층을 이루고 있다. 그 아래 설산이 하얀 눈을 간직한 채 산맥으로 이어져 있고 다시 아래는 푸른 초원 지대이다. 황량해 보이는 도로 위에 서 있는 아주머니와 마을 사람들까지 한 장의 사진 속에는 갖가지 형태로 층층이 연결돼 있다.

  
▲ 어뿌 치렌현 어뿌마을의 전경
ⓒ 최종명
치렌현

주위 산 능선은 온통 양떼들의 천국이다. 산 형태와 무관하게 온통 흰 양털이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풀이 있는 곳이라면 산을 타넘기도 한다. 파란 하늘과 새털구름 아래에서 햇살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 치렌산맥의 양떼들 해발 4000m 이상의 치렌산맥을 넘어가는 중국 227번 국도에서 본 산 능선의 양떼들
ⓒ 최종명
치렌산맥

버스는 어뿌를 지나 치롄산맥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치렌산맥은 칭하이성과 깐수성을 가르는 산맥으로 허씨저우랑(河西走廊, 실크로드 주요도로로 깐수성의 좁고 긴 고원 평야 길)의 남단에 위치한다. 최고봉은 퇀제펑(团结峰)으로 해발 5808m고 산봉우리는 대개 4000m 이상의 설산으로 이뤄져 있다.

버스가 달리는 산 능선은 해발 3000m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해발고도를 1000m 이상 올라가서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버스는 지그재그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 무리의 양떼가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당연히 버스는 또 멈췄다. 양떼 주인도 버스 기사도 마냥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끊임 없이 양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으니, 빵빵거린 후에도 또 얼마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도로 끝으로 서서히 비켜선다.

  
▲ 양떼들 도로를 막고 선 양떼들
ⓒ 최종명
치렌산맥

브레이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버스도 너무 늦었는지 과속이다. 원래 도착지인 짱예에서 다시 씨닝으로 되돌아가는 버스다. 버스터미널에서 손님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산맥을 넘어간다. 산맥을 넘으면 민러(民乐)라는 현(县)이 나타나고 1시간 정도 직선도로를 달려가니 드디어 짱예(张掖)에 도착이다. 거의 8시가 다 되어, 14시간만에 도착.

  
▲ 설산 치렌산맥을 넘어 깐쑤성에서 바라본 설산
ⓒ 최종명
설산

중국의 국도는 생명 줄처럼 곳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중국 국도는 3자리 숫자로 1,2,3으로 시작되는 3가지 분류가 있다. 1자로 시작하는 국도(1字头国道)는 101번부터 112번까지 주로 베이징을 기점으로 동서남북 끝까지 이어진다. 그 중 109번 국도는 라싸(拉萨)까지 3901km나 된다.

2자 국도는 주로 남북으로 수직 형으로 된 도로로 201번부터 227번까지 있다. 닝짱 국도처럼 짧은 거리도 있지만 네이멍구(内蒙古) 동북의 씨린하오터(锡林浩特)에서 장쑤(江苏) 동쪽 해변도시인 하이안(海安)에 이르는 3738km나 되는 긴 도로도 있다.

동서를 수평으로 가르는 3자 국도는 301번부터 330번까지 있다. 상하이(上海)에서 네팔 접경지역인 씨장(西藏) 여우이챠오(友谊桥)까지 5476km에 이르는 중국에서 가장 긴 국도도 있다.

227번 국도를 무려 14시간 버스 타고 겨우 짱예(张掖)에 도착해 곧바로 기차 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다음날 티켓이 없다. 원래 짱예에서 하루 묵을 예정이었는데. 다시 새벽 1시 19분 자위관(嘉峪关) 행 밤 기차표를 끊었다. 바로 출발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시간이 서너 시간 남았다. 서민들이 즐기는 민속악기 소리에 이끌려 시내 공원에 가니 노래하고 춤 추는 사람들의 저녁 풍경이 정겹다. 만도린(琵琶)과 두 줄 현악기인 얼후(二胡)를 비롯해 피리인 띠즈(笛子), 태평소라 하는 쒀나(唢呐), 생황이라 하는 따셩(大笙) 등 온갖 서민 악기 연주에 맞춰 민가를 합창하고 있다. 또 그 옆에는 부채 춤을 추면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중국은 도시마다 작은 공원에는 저녁 시간을 맞춰 노래연습실을 열어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 거리 노래연습실 짱예 시내 한 작은 공원에서 서민악기에 맞춰 합창하고 있는 사람들
ⓒ 최종명
짱예

한참 동안 그들의 서민적 정서에 기대 피로를 풀었다. 근처 야시장에서 맥주와 민물가재인롱샤(龙虾)를 곁들여 간단한 요기를 하고 새벽 기차를 탔다.

  
▲ 맥주와 민물가재 중국의 야시장 별미인 민물가재 롱샤와 맥주
ⓒ 최종명
민물가재

청두(成都)를 지나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K453편)인데 자리가 꽉 찼다. 좌석 없이 우줘(无座) 표로 3시간을 더 가야 자위관(嘉峪关)이다.

버스에 이어 또 기차에서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끔직하다. 배낭을 내려놓을 곳도 마땅하지 않을 정도로 만원이다. 통로에 내려두고 잠시 서 있는데 한 여학생이 화장실을 간다.

너무 피곤했던가. 체면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깜박 졸았나 보다. 눈을 뜨니 그 여학생이 옆에 서 있다. 일어나려니 ‘메이설, 따슈(没事儿 大叔)’ 괜찮아요 아저씨라니? 모양새가 영 피곤해 보였는지 그냥 앉아 있으라 한다.

중국에서 자리 양보도 받아보고 참 의외이고 기특한 일이다. 스촨(四川)성 청두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길이고 ‘벌써 32시간을 앉아왔어요’하며 양보해준 것이다.

48시간을 꼬박 가야 하는 기차 여행을 중국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쉽게 말한다. 뭐 이제는 그럭저럭 적응이 되긴 했지만.

자위관에 도착하니 새벽 5시다.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 타고 새벽에 문을 연 호텔을 찾아다녔다. 30분 헤맨 끝에 간신히 숙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냥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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