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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중국 <화산>의 절경에 가슴을 열다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2008.05.15 15:52

남봉을 '기러기가 내려온 곳'이라 해서 '낙안'(落雁)이라 부른다 했다.


중국사람들은 <화산>의 서봉을 '연화(蓮花)라 부른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꽃에 비유하는 걸까.


동봉은 '해뜨는 아침'을 비유해 '조양'(朝陽)이라 하며

북봉은 '구름'을 비유해 '오운'(五云)이라 하며

중봉은 '여자'를 비유해 '옥녀'(玉女)라 한다.


모두 산봉우리에 어울릴 만하지 않은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상의 형세나 자태를 연상하고 또 비유하길 좋아하나 보다.

동서남북 방향보다는 문학적 비유법이 훨씬 사람들의 심정을 울릴 수 있으리라.

위치에 대한 구체성보다는 이런 추상법이 반드시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화산>의 봉우리를 이름짓던 사람들의 멋진 기교가 떠올라 기분이 좋긴 하다.



남봉에서 바라본 서봉인데, 온통 바위로 형성된 봉우리인데다가

서봉 오르는 길은 무협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험한 '난맥'처럼 보인다.



남봉 하산 길은 곧바로 이곳으로 연결된다.

달려내려가다가 곧추 오르면 서봉의 등산로가 반갑게 맞이 한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낮게 머물던 구름이 서봉을 타고 오른다.

이 구름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해 거의 5~10분 간격으로

서봉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맑고 푸른 하늘은 구름의 변덕을 벗삼아 변함없이 사람들을 맞이 한다.



산에서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모두가 아주 당연하다듯 찍어준다.

등산객은 서로 벗이던가.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친구처럼 말이다.


한국 항공사의 중국 황산 편 광고의 맛갈스런 카피는 그저 '니하오'(안녕하세요)가 아니던가.


<화산>에서 마주 대한 중국사람들에게 '니하오'라고 반갑게 인사하면

대부분 '니하오! 니하오!' 빠르게 꼭 두번 이상씩 답한다.

등산이 일상적인 취미가 아니거나, 이런 인사가 중국의 명산에서는 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봉에 오르면서 입고 갔던 옷이 완전히 땀에 젖어 옷을 갈아입었다.

목에 걸은 것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산 아래에서 샀던 것인데,

흰 옷으로 갈아입으니 선명하게 드러나 버렸다.



서봉 가는 길 한쪽에 고양이가 길을 막아 앉아 있다.

이런 높은 곳에 왠 고양이!

주인은 어디가고 혼자 여기 이렇게 노려보고 있는 것인가.

혹시 산고양이는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하여간 알 길 없는 고양이 한마리가 잘 다듬어진 등산길에 편하게 앉아 사람들을 관람하고 있다.



<화산> 서봉, 해발 2086.6 미터에 올랐다.

서봉에 오면서 혼자 여행하는 점잖은 중국사람 한명을 사귀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씩 섞어 대화를 했는데, 서봉 내내 같이 다니니 사진 찍기는 훨씬 편했다.

중국사람들이 혼자 여행을 하는 경우를 못 봤기도 하거니와

나이도 50대이고 사람에 대한 배려나 말투, 차림새까지 아주 인텔리였다.



그 중국친구가 조금 모험심이 많았다.

철망을 넘어 저 자리에 서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 찍어줬더니

이렇게 포즈를 취하란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몸 중심을 철망 쪽으로 두면서 제발 빨리 좀 찍으라고 좀 호들갑을 떨었다.

중국친구는 이 동물 머리처럼 생긴 바위에서 나보다 한발 더 나가 용맹을 떨쳤다.

산에 가서 모험하지 맙시다.



서봉을 내려오면서 보니 구름이 많이 사라졌다.

서봉 내려오는 길도 좌우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보통 등산을 하면 오르는 길이 늘 신났고 내려오는 길은 보통의 느낌인데

<화산>에서는 내려가는 길도 볼만한 장면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등산로가 이 거대한 암석 하나에 의지해 만들어졌으니 정말 거대한 악산이다.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 오른쪽이 케이블카 길(索道)이 있고

왼쪽으로 다시 올라가면 바로 북봉이 있다.


일일투어 여행단과의 약속시간이 1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북봉이 높지 않으니 빨리 다녀올 수 있겠다 싶어 빠르게 북봉으로 향했다.



북봉으로 오르는 길에 물고기 모양의 바위가 인상적이다.

물고기 턱 밑에 그늘진 돌의자가 여섯개 옹기종기 있다.

산꼭대기에 그늘이 많지 않으니 이 물고기가 등산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음이다.



멋드러진 나무가 참 많은 <화산>이다.

역사의 기운을 머금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무들을 만나는 게 즐겁긴 한데

뭔가 기원의 대상만 있으면 잔뜩 붉은 염원을 묶어버리니

중국에서 이런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될 날이 있을까 모르겠다.



북봉 정상에 오르니 정말 반가운 사람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바로 중국무협소설의 대가인 '김용'이다.


김용은 '의천도룡기' '천룡팔부' '소호강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녹정기'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무협영화들의 원작자로 중국사람들은 그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이고 드라마나 영화화 되어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천룡팔부'는 중국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1924년 절강성에서 태어났고 소수민족인 망족(望族) 출신이다.

그는 이미 여든 살이 넘었음에도 지금도 열정적으로 활동을 하는데

최근에는 영국의 한 대학으로 다시 유학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무협에 나오는 '화산파'가 이곳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소림사는 '숭산'에 있고 화산파는 '화산'에 있는 것인가.



다른 봉우리에는 없는데 북봉에 관광상품을 파는 가게가 하나 있다.

즉석 사진도 찍어주는데, 요즘 누가 자기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중국사람들도 <화산>에 관광 올 정도면 당연히 카메라와 함께 오는데 말이다.

그래도 즉석 사진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니 장사를 하겠지.



북봉에서 내려가다가 반대편, 그러니까 남서편으로 긴 길이 보인다.

저 길로 나도 올랐다가 내려왔다고 생각하니 위험천만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었으니 오르는 이보다는 내려오는 이가 대부분이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 산 아래를 보니 섬뜩하다.

줄 하나에 의지해 몸무게가 6~80킬로그램의 어른을 여섯명이나 태우고

일년 내내 올랐다 내렸다 한다고 생각해봐라.

아직 한번도 사고가 없었다는 이야길 들었어도 겁나는 건 마찬가지다.



다시 쳐다봐도 과연 저걸 타고 해발 2000미터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다.

하여간, 땅에 내려오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산입구에 있는 일일투어 관광버스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화산>에서 운행하는 이동차량을 다시 타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섬서 '십대괴'가 있어서 눈여겨 봤더니

섬서성의 열가지 독특한 풍물을 소개한 것이었다.

이 지방에 고추가 많이 생산되는 가 보다.

'비록 후난성과 사천성 요리가 맵다고 하나 옛 섬서성 요리의 매운 맛에 비길 수 없다'는 내용이다.

만화가 좀 촌스럽긴 했으나, 이런 순박함이 오히려 그리웠던가 보다.



중국 종업원들은 왜 이렇게 자주 조는 지 모르겠다.

관광상품이란 게 다 심천이나 광주 등 대량생산지에서 올라온 거라 지나치려고 해도

꼭 이렇게 눈에 띄는 모습이 있어 한번쯤 쳐다보게 된다.



산 아래까지 이런 길을 2~30분이나 더 내려가야 한다.

마침 맞은 편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지나친다.



<화산>은 우리나라의 여느 산과 사뭇 다른 듯 하다.

일단, 위로만 줄기차게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그렇고

맨땅이 거의 없을 정도로 험악한 암석으로만 대부분 산세를 형서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서안에 와서 <화산>을 놓치면 후회한다고 한 사람 말이 참 고마웠다.


산을 오르면 사람이 커진다 하던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배운다 하던가.


홀로 <화산>을 등정하면서 가슴 속에 남겨진 많은 편린들도 끌어올렸다.

<화산>에서 삶의 지친 흔적을 다 지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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