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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공연 '변검'의 원조를 보다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2008.05.17 03:17

[중국발품취재52] 청두 친타이루 슈펑야윈

충칭(重庆)에서 청두(成都)로 옮겼다. 스촨(四川)성, 그 옛날 촉나라 땅에 온 것이다. 라싸로 들어가는 퍼밋과 비행기 티켓팅을 부탁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박집은 늘 여행객들로 붐빈다.

7월 15일 저녁, 몇몇 사람들과 어울려 문화거리 친타이루(琴台路)로 갔다. 중국 최고의 공연이라는 <변검>을 보기 위해서. 문화거리 친타이루에는 식당도 많고 찻집도 많다. 각종 공예품도 팔고 유행 옷도 파는 거리이다. 저녁을 먹고 시간이 남아 이곳저곳을 거닐었다.

거리 서쪽에는 공연이 벌어지는 칭양꽁(青羊宫)이 있고 남쪽에는 바이화탄(百花谭) 공원이 있다. 이 작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가는 길은 호수 위에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넌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춤추며 놀고 있다. 엄마 아빠랑 산책 나온 한 꼬마 여자아이가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다. 춤 좀 춰 보라고 했더니 수줍어한다.

  
스촨 청두의 문화거리 친타이루 슈펑야윈 공연장
ⓒ 최종명
청두
그 옛날 촉(蜀)나라 땅이던 스촨(四川) 청두(成都)에는 예쁜 이름의 운치 있는 분위기의 공연장이 있는데, 바로 슈펑야윈(蜀风雅韵).
 
실외 공연장인 이곳에는 매일 밤 1시간 동안 아름다운 공연이 벌어진다. 아마도 지금껏 중국에서 본 대중공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9가지 레퍼터리이다. 공연장 분위기는 관객들이 많아 다소 어수선하다. 그러나 홍등과 조명이 어울려 시작부터 마음이 설렌다.

공연 분위기를 띄우려 나오타이(闹台)를 시작한다. 뤄(罗), 구(鼓), 친(琴), 띠(笛)의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로 이루어진 하모니. 불고(吹), 켜고(拉), 튕기고(弹), 두드리고(敲) 하는 조화로운 소리가 중국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띠즈(笛子, 피리), 후친(胡琴, 두줄현악기), 피파(琵琶, 비파), 쒀나(唢呐, 태평소), 샤오뤄(小罗, 징), 따구(大鼓, 북), 따셩(大笙, 생황) 등 여러 중국 민속악기들을 동시에 보고 듣는 즐거움이 있다.

타오나이는 사천지방 촨쥐(川剧)나 찡쥐(京剧)를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돋우는 연주이니 바야흐로 다양한 촉나라 풍 민속공연 관람이 시작된다.

영화 <패왕별희>에서 봤을 배우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다

  
각종 악기들이 총출동한 합주곡인 나오타이
ⓒ 최종명
슈펑야윈

슈펑야윈(蜀风雅韵)에서는 촨쥐 중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 선보이는데 그것을 저즈씨(折子戏)라 한다. 일종의 토막극이라 봐도 된다. 양(杨)씨 집안의 장수이야기라 해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양자장(杨家将)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양문여장(杨门女将)인 듯하다. 등에 깃발을 꼽고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전형적인데 영화 <패왕별희>에서도 봤을 것이다.

중국 촨쥐(川剧)는 찡쥐(京剧)와 유사하다. 경극의 유래는 원래 안후이(安徽) 지방에서 전래되던 것이 베이징에서 발전된 것이라 해서 찡쥐라 하는 데 비해 촨쥐는 스촨(四川) 지방에서 고유하게 전래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일반인이 보기에는 크게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통무대극의 토막극인 저즈씨
ⓒ 최종명
슈펑야윈

고전 이야기를 민속악기의 반주와 화려한 민속 전통의상을 가지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노래극인데 정밀하게 보면 손이나 몸동작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찡쥐가 좀더 동작이 기교적이고 아기자기한 반면 촨쥐는 좀 더 정통극에 가까울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통 붉으나 연보라와 연녹색, 연한 파랑 등이 섞여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무대 복장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두 줄로 이뤄진 현악기인 후친(胡琴) 독주이다. 그 소리가 바이올린보다 더 맑고 또 때로는 경쾌하다. 후친은 원래 서역 지방에서 중국 중원지방으로 전해온 악기인데 거의 중국 한족화된 전통악기로 취급된다. 두 줄로 이뤄진 현악기는 몽골에서는 마터우친(马头琴)가 있는 등 소수민족들도 각자 자신의 전통문화를 연주하는 악기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청두 친타이루에 있는 전통 공연장인 슈펑야윈 무대
ⓒ 최종명
청두

후친은 두 줄 현악기의 통칭이며 중음을 내며 연주에 자주 사용하는 쭝후(中胡), 고음을 내며 찡쥐에서 많이 사용하는 찡후(京胡), 광둥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까오후(高胡), 송나라 이래 북방 지역에서 사용해 온 얼후(二胡), 동북지방에서 유래해 전해 온 빤후(板胡)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 후친이라 하면 얼후를 말하고 우리도 보통 두 줄 현악기를 얼후라고 기억하고 있다.

후친은 그 음색이 바이올린과 비슷하지만 보다 동양적인 색채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짙고 둔탁한 소리부터 슬프고 처량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심금을 울리는데 탁월한 감성을 품고 있다고 하겠다.

무어우씨(木偶戏) 또는 쿠이레이씨(傀儡戏)라고 하는 꼭두각시 놀음이다. 손으로 인형을 조종하는 것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겠다. 그런데 짱터우(杖头), 즉 나무막대를 가지고 조종한다고 해서 이곳에서는 짱터우무어우씨(杖头木偶戏)라고 소개하고 있다.

  
꼭두각시 놀음인 무어우씨의 한 장면
ⓒ 최종명
슈펑야윈

원래 한나라 시대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이라 하는데 스촨 지방 특유의 음감과 무대극이 접목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한다. 베이징을 비롯해 북방지역에 있는 퉈어우씨(托偶戏)가 무대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것에 비해 약간 차이가 난다. 가죽으로 만든 인형을 무대 뒤에서 조정해 그림자로 보여주는 피잉(皮影)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멀리서 보면 아리따운 아가씨가 간드러진 춤사위를 추는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나무막대와 연기자만 보이지 않는다면 꼭 그럴 것이다. 분장이 아름다운 이 인형은 참 동작이 자연스럽다. 할 건 다 한다. 수건도 하늘로 날리고 또 받고 발 재간도 하고 애교도 만점이다. 꽃도 뽑아 들고 머리에 꼽기도 한다. 나비도 잡으려 하고 인사도 참 예쁘장하게 한다. 관객을 향해 입맞춤도 하니 박수소리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퇴장하는 뒷태 역시 여성스럽고 교태만만이다.

관광지에서 맛 보는 희곡은 정통 중국 전통무대극에 비해 훨씬 재밌다

스촨(四川) 지방의 전통무대극을 사천극, 즉 촨쥐(川剧)라고 한다. 경극, 찡쥐(京剧)도 그렇지만 여간 마니아가 아니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토막극 형식으로 재미난 부분만 골라 무대에 올리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슈펑야윈(蜀风雅韵)이 소개한 이 사천극의 이름은 찡디엔씨취(经典戏曲)라고 한다. 찡디엔이란 말은 소위 클래식이라는 의미, 고전이란 뜻이고 씨취는 놀아본다는 희(戏)와 노래가락이라는 곡(曲)이니 이런 무대극을 통칭하는 말이다.

고전희곡이라는 것인데, 말을 그렇게 붙인 듯하고 실제로는 지루한 희곡을 보다 대중화하기 위해 곡예나 중국무술인 쿵푸의 동작을 곁들여 재창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관광지에서 맛 보는 이러한 희곡은 정통 중국 전통무대극에 비해 훨씬 재미있다.

물론, 정통 희곡에서도 주제에 따라 장군이 등장하거나 전쟁이 벌어지거나 하면 무술동작이 가미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대중적인 컨셉은 아닌 것 같다. 촨쥐의 기본기를 잃지 않으면서 붕붕 날고 싸움도 하고 코믹하면서도 다이나믹한 한판의 무대니 흥미진진하고 즐겁다. 소림무술을 수련한 사람이 이런 무대극을 하면 어떨까. 이 배우들이 소림무술을 배워 시연하면 어떨까. 재미난 상상도 해봤다.

손으로 하는 그림자 놀이 셔우잉씨(手影戏)다. 이것 역시 중국에서 아주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우리 어릴 때 할머니가 밤 불빛에 문풍지를 무대 삼아 해주던 아련한 기억이 있는데 그 동심을 일깨우기 충분한 공연이다. 그림자 놀이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손으로 하는 셔우잉씨도 있지만 종이인형으로 하는 즈잉씨(纸影戏)도 있고, 가죽인형으로 하는 피잉씨(皮影戏)도 있다.

  
그림자놀이 장면을 캠코더 영상에 담는 모습
ⓒ 최종명
그림자놀이

그러나, 종이나 가죽으로 만든 인형으로 무대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놀이와 손으로 하는 그림자놀이는 근본적으로 좀 다를 것이다. 손의 마술과 손동작의 마술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다 같은 손이라 하더라도 주연배우인지 조연배우인지 그 차이는 분명할 것이다.

새가 사람의 입을 쪼고, 날갯짓을 하고 거위도 나타나고 강아지가 멍멍 짖는다. 토끼도 등장하고 닭도 등장한다.

그리고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는 올빼미이다. 아니 올빼미의 눈이다. 다시 새가 나타나 머리를 쪼더니 두 마리의 새가 서로 사랑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덧 슬금슬금 말이 나타나는데 점점 빨라지더니 마구 달린다.

두 마리의 토끼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한 마리는 사라지고 늑대가 나타난다. 그리고 토끼를 집어삼킨다. 에구 무서워라. 냉큼 삼키더니 목구멍까지 집어넣고서는 켁켁 거리는 늑대. 환하게 불이 켜지자 무대 앞으로 등장하는 연기자. 그의 부드러운 두 손 자체가 마술처럼 보인다.

고음을 내뿜는 악기인 나즈(呐子) 독주이다. 나즈는 날라리라고도 부르고 쒀나(唢呐)라고도 하는 태평소와 같은 악기의 통칭이다. 높은 소리를 내다보니 새소리를 자연스럽게 흉내 낼 수 있겠다. 그래서 연주하는 곡 이름도 바이냐오차오펑(百鸟朝凤)이다. 시작하자마자 마치 새가 날아드는 듯 슬프게도 울고 화들짝 거리며 날아오르며 울기도 한다. 혼신의 힘으로 태평소의 고음을 아주 절묘하게 불러내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후반부이다. 여전히 태평소가 관객들의 귓가를 사로잡는다 싶더니, 갑자기 태평소 대신에 왼손에 감춰진 작은 나즈의 소리이다. 그런데 때로는 사람 목소리가 그냥 터져 나오는 듯 착각이 든다.

이러한 연주방식, 즉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나즈 악기를 불며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것을 카씨(卡戏)라 부르는데, 이것은 원래 스촨(四川) 서북지방에서 사라진 절기였는데 슈펑야윈(蜀风雅韵)이 발굴해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연주하는 카씨의 제목은 려우챠올(刘巧儿)이라고 한다.

찢어질 듯 나오는 목청도 눈 감고 들으면 태평소이거나 새소리다. 정말 신의 목소리인가. 또 다른 나즈가 입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 어느덧 태평소와 목소리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더불어 그 표정도 사뭇 장난기가 서려있다. 연기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말이다.

스촨(四川)의 어릿광대 무대극, 즉 샤오처우쥐(小丑剧)인 군덩(滚灯)이다. 머리에 흔들리는(滚) 촛불 등(灯)을 얹어서 부리는 묘기를 무대극으로 승화한 것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 온 이 군덩은 스촨의 독보적인 절기이기도 하다.

배꼽 빠질 정도로 웃기는 코믹한 연기이면서 신나는 묘기

  
스촨의 어릿광대 무대극인 군덩
ⓒ 최종명
스촨

연기가 시작된다. 어릿광대(小丑)로 분장한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인 피진(皮筋, 또는 皮金)이 도박에 연연하는 것을 알게 된 부인(妻子)이 화를 내며 버릇을 고치려 한다. 머리 위에 등이 있는 사발을 올리고 나무걸상을 오르내리라고 벌을 주고, 불어서 등불을 끄라고도 하는 것이 이야기의 설정이다. 이 벌이 바로 군덩이라는 묘기로 둔갑한 것이다. 배꼽 빠질 정도로 웃기는 코믹한 연기이면서 신나는 묘기이다.

변할 변(变)자에 뺨 검(脸).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이 삐엔리엔(变脸)을 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듯하다. 나 역시, TV나 영화, 드라마 중에 본 것 말고도 베이징 등지에서 몇 번 봤다. 단골인 베이징의 라오써(老舍) 차관의 주요 메뉴이니 꽤 본 셈이다. 그리고 유명 고급식당인 따짜이먼(大宅门)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스촨에서 직접 보니 그 격이 다르다. 우선 등장하는 배우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무대의상에서부터 음악, 동작의 세련된 맛과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는,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 난다.

순식간에 얼굴, 즉 표정이 바뀐다. 아마도 삐엔미엔(变面)이라 하지 않고 삐엔리엔(变脸)이라고 하듯이 그 표정이 변하는 뜻이 담긴 것이다. 표정 변화의 무기는 역시 열 가지 이상 된다는 홍(红), 뤼(绿), 란(蓝), 황(黄), 헤이(黑), 바이(白), 즈(紫), 화(花)로 변하는 리엔푸(脸谱)라 할 수 있다.

  
변검 공연
ⓒ 최종명
청두
4천여 년 전 유물로 최근에 평가 받는 청두(成都) 부근의 싼씽뚜이(三星堆)에서 발견된 청동 미엔쥐(面具)가 있기는 하지만, 북제(北齐) 시대에 이르러 중국 무대극에서 처음 등장하고 당(唐)나라 시대에 발전했다고 한다. 삐엔리엔이 무대극에서 선보인 것은 청(请)나라 건륭(乾隆)제 시대인 듯하다. 당시 스촨 어느 시골 마을에서 새해 맞이 축제에서 간혹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20세기에 이르러 보다 그 기술이 세련되기 시작해 촨쥐(川剧)를 대표하는 특색을 갖췄다고 전한다. 삐엔리엔 기술의 전수에는 매우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남자에게는 전수하되 여자에게는 전수하지 않고, 내부인에 전수하되 외부인에게 전수하지 않고, 장자에게 전수하되 서자에게 전수하지 않는다(传男不传女,传内不传外,传长不传庶)’고 한다. 지금이야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여자배우가 삐엔리엔을 시연하는 것을 베이징에서 본 적도 있다.

스촨 삐엔리엔에는 투훠(吐火)가 함께 곁들여져 있다. 입에서 뿜는 불꽃이 무대를 달군다. 여러 가지 색의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가 펼치기도 한다. 갑자기 관중들에게로 다가가서 코 앞에서 불쑥 표정을 확 바꾸니 환호를 보내게 된다.

그저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뀔 듯 말 듯 약간의 뜸을 들인다. 그것은 음악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련만 쩌렁쩌렁 울리고 빠르게 두두두두웅 울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확 바꾸는데, 그 과정이 절묘하다.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연기력이 있다. 이 감동의 바탕은 단순히 ‘변했다’는 사실도 흥분 그 자체이지만 농축된 절기, 고도의 훈련, 창조된 예술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까지 다 끌어내는 듯하다.

연속으로 얼굴이 팍 팍 팍, 띵 띵 띵 바뀌면 그저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트맨처럼 반만 얼굴을 가린 가면, 리엔푸를 쓰고 나타난 진짜 얼굴은 인간의 얼굴이다.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물 따르는 장면 시연
ⓒ 최종명
슈펑야윈

처음 삐엔리엔을 보면서 과연 어떤 기술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게다가 이것은 비전이라 하여 아무에게나 전수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분장한 도포 속에 리엔푸를 줄줄이 엮어두고 줄을 당기는 것인가. 고개를 휙 젖힐 때마다 자동으로 하나씩 리엔푸가 내려오는 것인가.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삐엔리엔 배우들이 취급 받는데 정말 놀라운 속도로 감췄던 리엔푸를 뒤바꾸는 것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여전히 열 번 스무 번 수백 번 봐도 알 수 없다. 엄격한 기준을 거쳐 삐엔리엔을 전수 받으러 들어가야 하나. 외국인에게도 그런 훈련생의 길이 열려 있을까. 하여간 상상할수록 재미있다.

그래서 삐엔리엔을 볼 때마다 그저 얼굴만 보지 않는다. 머리도, 부채나 옷과 같은 분장도 보고, 손을 비롯해 걸음걸이, 앞뒤로 도는 동작도 유심히 본다. 그러니 더욱 재미있고 신기하다. 어느 평론가가 삐엔리엔의 리엔푸를 평하길, ‘미(美)와 추(丑)의 모순이 통일(美与丑的矛盾统一)’되어 있다고 했다.

  
청두 친타이루의 슈펑야윈 공연장 입구
ⓒ 최종명
청두

정말 1시간 동안 숨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낭만적인 공연이다. 삐엔리엔의 원조를 본 것은 두고두고 자랑할만하다. 섭씨 30도가 넘는 한여름, 정말 오래오래 기억을 남을 공연을 봤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화려한 공연장에서 시연되긴 하지만, 서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민속적인 악기와 연기가 한 곳에서 어우러지니 여행객들에게는 행운이라 하겠다. 게다가, 레퍼토리마다 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찾다보니 참 많은 공부를 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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