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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사원이며 유교 학당인 난징의 푸즈미아오(夫子庙), 과거를 준비하는 유생들의 터전이던 곳이 이제는 난징 최대의 유흥지이며 관광지로 변했다.

푸즈미아오 바로 앞, 남쪽으로는 친화이허(秦淮河)가 흐르고 있으니 유유자적했을 법한 선비들의 낭만이 그대로 남아있다. 밤이 되면 더욱 그 화려한 빛을 더하는 밤거리.

푸즈미아오를 가운데 두고 주변은 온통 골동품이나 잡화를 파는 가게들이다. 중국식 엔틱스토어(Antique Store), 골동품 가게들은 사실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똑같은 골동상품을 만들어내는 지 말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들이 중국의 간자체 쓰는 게 일반화되어 있지만, 난징이나 씨안(西安) 등 고대 도읍을 지키고 있는 곳의 관광지는 여전히 번체를 많이 쓰는 게 다소 특이할 뿐이다.


푸즈미아오를 둘러싸고 동쪽시장과 서쪽시장으로 나누어지는 골동품거리는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다. 좁은 골목을 끼고 양쪽으로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둔 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조명을 따라 아이쇼핑을 해도 나쁘지 않다.


검을 파는 가게다. 피파(批发)라는 뜻은 우리말로 '도매'이니 일반소매보다는 값이 싸다는 뜻일 게다. 중국에는 무협지에 나올만한 멋진 검이 많아 하나쯤 사고 싶으나, 세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아 늘 구경만 한다.

골동품거리에 늘 등장하는 그림가게이다. 사고싶은 마음은 거의 없지만 독특한 중국 풍이 살아있는 그림을 보면 눈길을 머물고 꼭 새겨본다. 이곳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경극의 주인공이지 싶은 그림에 발길이 섰다.

연을 파는 가게다. 중국 사람들은 꽤 연 날리기를 좋아한다. 명절때는 물론 가끔 천안문광장에 가면 연날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만큼 연을 좋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캐릭터 중 하나도 제비연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이렇게 사행심을 조장하는 가게들이 있다. 관광지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밤이 저물어가는 시장 작은 광장이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녀서인지 좀 답답했는데, 작지만 포근한 이곳에 오니 정겨웠다. 골목을 다니면서 친화이허의 야경이나 볼 걸하고 약간 후회했는데 잠시 쉬며 사람들 오가는 걸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먼저 푸즈미아오에서 공자와 만나고 친화이허 야경을 보기 전이라면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을 것인데 그때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말만 골동품거리지 잡다한 물건이 많으니 이리저리 구경해도 좋을 것이다. 바깥은 친화이허를 둘러싼 야경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으리라.  

푸즈미아오를 보고 골동품거리를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야경이라 부를만한 모습이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설레임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친화이허는 동서로 흐르는데 그 중심에 판츠(泮池)가 있다. 이곳에서는 단오가 되면 배에 용머리를 단 롱쪼우(龙舟)를 타고 경주를 하던 곳이라 하는데 밤이 되니 그 너비를 잘 가늠하기 힘들다. 친화이런지아(秦淮人家)라고 보이는 곳은 난징의 유명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아쉽게 혼자 여행했으니 먹어보지 못했다.

친화이허 야경의 백미는 유람선을 타는 것이란다. 유람선을 타려고 많은 연인들이 줄지어 서있었는데, 이 역시 혼자 타기는 뭐해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친화이허는 옛 난징 문화의 원천이다. 동에서 서로 4.2킬로미터에 이르는 강으로 육조(六朝)시대 이래 귀족들의 주거공간이며, 상업중심지이자 문인과 유생들의 요람이었다. 지금은 젊은 연인들이 밤이 되면 모두 이곳에 모여 데이트를 하는 명소로 변했다.

두마리 용이 구슬을 내뿜는 모양을 얼롱씨쭈(二龙戏珠)라 한다. 벽면에 용이 조명으로 살아나니 정말 가관이다. 앞면에 어둡게 보이는 게 유람선이다. 크고 작은 쪽배를 타고 연인들이 즐기기엔 금상첨화다. 눈과 마음이 다 즐거울 터이니 말이다.  

용의 여의주 불빛이 너무 강한가. 강물에 유유히 떠가는 쪽배에 앉은 연인들이 겨우 보일 듯 말 듯 하다.

비록 배는 타지 못했지만 이 총천연색 불빛과 하나가 되고 싶기도 했다. 더불어, 난징의 상징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친화이허는 난징의 상징이지만 동서로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풍수지리 상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진시황이 진링(金陵, 지금의 난징)에 들러 배반의 기운을 느낀 이래 역사상 도읍으로 정한 정권이 단명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인 듯하다. 삼국시대부터 송(宋)도 그랬고 명(明)도 난징에서 오래 도읍을 유지하지 않았다. 태평천국도 그랬으며 쑨원의 공화국정부도 생명이 길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일본제국주의는 최악의 학살을 저지른 곳이기도 하지 않은가.

동서로 강이 흐르니 남북으로 작은 다리들이 많다. 위는 등불이 있고 아래는 파란조명이 상반된다. 그 아래를 쪽배들이 오가니 정겹다. 배들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

오색빛깔 난무하는 강물을 따라 우산을 쓴 듯한 연인들의 밀항이 아름답다.

좀 어두워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정말 끝내주게 멋있다.

사방 어느 곳을 봐도 다 아름답다.

친화이허(秦淮河)판츠(泮池)의 북단은 푸즈미아오이고 남단은 온통 식당거리다. 한 식당 겸 호텔 앞

메이쓰지에(美食街), 식당가다. 200여종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1997년에 1억5천인민폐를 투자해 조성한 거리라 한다. 난징의 대표적 먹거리를 맛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하는데 온사방을 돌아다녀도 다 음식점.

식당거리를 발품 팔다보니 배만 고프다. 그렇지만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과 가볍게 들리는 노 젓는 소리, 밤 야경만으로도 마음은 넉넉해진다.

푸즈미아오 주변은 그야말로 관광의 요람이다. 친화이허가 정서를 메마르지 않도록 해준다. 관광객들의 흥겨운 여유도 한 몫 한다. 그리고 적막한 밤이 상업적 냄새를 덮었다. 그저 푸근하고 푸르는 정취만 남았다. 걷도 또 걸어도 보이는 건 아름다운 밤 풍경뿐이니 눈 한번 정말 시리도록 잘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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