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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로 만든 원숭이? 뽀뽀하는 조롱박?

최종명 작가 2008. 8. 18. 07:57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5] 민간공예를 전시하는 바이궁팡에서



[뽀뽀하는 조롱박, 탕후루]


[매미가 변한 원숭이, 마오허우]

베이징올림픽, 스포츠 천국이다. 4년마다 즐겨 못 보던 경기들이 두루 펼쳐지니 흥겹다. 역시 스포츠는 경쟁이라 어떤 종목이라도 보상이 있어야 국민 모두가 열광하는가 보다. 흥분되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맥박이 뛰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불문하고 새로운 문화와 만났을 때가 아닐까. 베이징에서 전통 민간공예와 만나는 것도 이와 같다.

 

중국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가체육총국이 있는 광밍루(光明路)에는 징청바이궁팡(京城百工坊)이라는 민속공예백화점이 있다. 8월 14일, 톈탄둥(天坛东)역에 내리니 약간 비가 내릴 듯하더니 결국 폭우가 쏟아진다. 바이궁팡이 실내이기 망정이지 베이징의 공예품 거리인 판자위엔(潘家)이나 류리창(琉璃)이었으면 낭패를 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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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는 민간예술가나 공예가들이 가게를 내고는 작품들을 판다. 그런 가게들이 2개 층에 걸쳐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 중 공예품을 직접 제작하는 곳도 있어 제작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빨간 문 위에 조롱박 하나가 대롱 걸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후루(葫芦)공예품들이 줄줄이 놓여있다. 이 조롱박을 이용한 공예 제작기법이 40여 종류나 되는데 조롱박에 인두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 넣는 뤄화(烙)인 탕후루(葫芦)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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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를 쉬에주(雪竹)라 하는 쉬칭(续清)씨는 조롱박에 뜨거운 인두질을 보여주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재미있는’ 공예기술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정다운 이웃집 아주머니 같다. 1954년생인 그녀는 꽃과 새를 주로 그리는 화가이면서 조롱박 공예기술도 지닌 셔우후이이슈(手绘艺术) 전문가이다. 중국중양(中央)TV인 CC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자료를 보여준다.

 

작은 공간의 세 벽에는 뽀뽀하는 모습, 담배 피는 모습, 꽃병처럼 조롱박의 오목하고 볼록한 모양새를 절묘하게 이용했거나 마오쩌둥(毛泽东) 등 유명인물들의 얼굴이 새겨진 갖가지 후루들로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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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표면이 말끔해 간명하면서도 독특한 공예로 알려져 있어 중국의 문화거리에서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행복’, ‘번영’의 뜻을 지닌 푸루(福)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해 중국사람들은 상서로운 공예품이라는 뜻으로 바오후루(葫芦)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이궁팡에는 종이오리기 공예인 졘즈(剪), 병 안쪽 면에 그림을 그리는 비옌후(鼻烟), 중국식 매듭인 중궈제(中国结), 점토로 얼굴만을 만들어 작대기에 꽂는 샤오몐런(小面人), 작대기 없이 만드는 토우인 니런(泥人), 동물의 털로 뜬 마오슈(毛) 등 다양한 공예와 만날 수 있다. 2층 한 켠에는 비단공예품도 있고 진주나 옥으로 만든 보석공예품도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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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둘러보다가 들어간 가게에서 아주 독특한 공예와 만났다. 마오허우(毛猴)는 베이징의 민간공예로 청나라 말기에 남경인당(南仁堂)이라는 약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중의(中)의 약재를 이용해 동물 형상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털 난 원숭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팔다리와 머리는 주로 허물을 벗은 매미(蝉蜕)의 팔다리와 머리, 몸체는 가을에 피는 자목련(辛夷)의 꽃 봉우리, 표면은 동물이나 식물의 솜털()을 사용해 만든다. 아주머니 두 분이 껍질을 벗고 변태를 한 매미를 꺼내 보여준다. 이 매미를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었다는 것도 창의적이지만 이를 약용으로 쓴다니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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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에 들어선 매미 공예품들을 하나하나 보니 참 신기한 것이 많다. 주로 중국 전통생활을 표현하는 것이 많은데 ‘원숭이가 된 매미’들이 혼례 하는 장면, 생일잔치 하는 장면, 가마 끄는 장면, 길거리 먹거리를 먹는 장면, 가무를 즐기는 장면 등도 흥미롭지만 올림픽 시즌이라 그런지 탁구, 철봉, 역도하는 장면도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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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연출하는 장면도 많지만 단 한 마리의 매미 혹은 원숭이도 있다. 전통민속을 상징하는 마오허우가 많아서 두 개를 샀다. 작대기 위에 올라가서 춤 추는 가오챠오(高)와 죽방울을 돌리는 전통 놀이인 더우궁주(抖空竹)을 고르고 골랐다. 전통을 담은 전통공예이니 두고두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가오챠오는 긴 막대 중간에 다리를 걸치고 말처럼 움직이는데, 목마 태우기도 하고 작은 북을 치며 걷다가 뛰다가 하는 민속놀이다. 작년 발품취재 중 룽청()에 있는 장보고기념관과 카이펑()의 칭밍상허위엔(明上河)에서 봤는데 볼수록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있다.

 

더우궁주는 베이징의 베이하이(北海)공원을 비롯 일반 시민공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죽방울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 그걸 받아 다시 돌리는데 서커스처럼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팔 운동은 물론 전신운동까지 된다. 그래서, 중국사람들은 타이지췐(太极拳)과 함께 아침에 하는 단련인 천롄(晨练)을 하는 사람 중에 이 더우궁주를 하는 사람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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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다 찾아 다니면 전통공예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 오늘은 탕후루와 마오허우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날씨가 무덥고 바깥에는 비가 내리니 후덥지근하다. 바깥으로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부니 좀 낫다. 마침 관광버스 두 대에서 내린 학생들로 왁자지껄하다.

 

단체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전시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자세히 보니 올림픽 기간을 맞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공예품을 팔기 위해 상술이 개입돼 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신기한 듯 공예품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흥정을 하고 있다. 초록색 깃발을 든 학생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티셔츠에 쓰여진 글씨를 보여준다. ‘마카오는 올림픽과 함께 한다(澳门与奥林同行)’이라고 써있다. 여름방학 여행으로 올림픽경기 참관(观赛)을 위해 온 마카오(澳) 중학생들이었다.

역시 올림픽인가. 학생들은 올림픽 마스코트 푸와를 빚어 만든 샤오몐런에 관심이 많다. 빙 둘러서서 만지작거리며 고르고 고른다. 짧은 시간 동안 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 하니 바쁘다. 중국의 일반 백화점처럼 살 물건을 고르면 결제는 다른 곳에서 한다. 결제 확인증을 다시 가져가야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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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교사가 호루라기를 부르며 다 모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단체로 이끌고 다니는 모습은 우리나 중국이나 마카오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약간 산만한 중국 대륙학생들에 비해 마카오에서 온 학생들은 오히려 좀 순진해 보였다. 인솔자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도 자유롭지만 조용하게 말을 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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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다시 바이궁팡 안으로 들어갔다. 공예품 가게 속으로 학생들을 자유롭게 풀었으니 자기가 관심이 있는 곳을 마음대로 들어가서 물어보고 사기도 한다. 한 학생이 ‘한국에서 왔죠?’라며 당돌하게 물어봐서 놀랐다. 눈치가 꽤 빠르다. 그렇다고 했더니 진짜 반갑다며 자기는 한국영화 좋아하는데 한국사람을 처음 본다고 한다. 어떻게 한국사람인 줄 알았을까. 그리고 보니 아까 깃발을 든 학생이 물어봐서 잠시 이야기를 할 때 말한 것을 옆에서 들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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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궁팡 복도에 새장이 하나 걸려 있다. 짹짹거리는데 새소리 못지 않게 아이들도 재잘거리며 이리저리 탐구하고 있다. 매미로 만든 원숭이, 인두로 지져 뽀뽀하고 담배 피는 조롱박을 그들로 신기한 듯 봤으리라. 말로만 듣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느낌이 남 다르듯 그들도 혹 책에서 배운 공예품들을 직접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직접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들 다 같은 마음일까. 아니면 나라마다 다 다른 생각일까.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 와서 '탕후루'나 '마오허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좋아하고 신기해할까. 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서울에 있는 아들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