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차이나

베이징 서민들의 먹자골목 맛보세요!

최종명작가 2008. 8. 21. 20:25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7] 라오베이징 샤오츠






다스랄(大栅栏) 거리 중간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베이징 토속음식들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로 먼쾅후퉁(框胡同)이다. 휘황찬란한 다스랄 거리를 불과 몇 십 미터 벗어나면 서민들의 삶의 향기가 진동하는 맛깔 나는 동네가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퉁런탕(同仁堂)에서 우황청심환이나 사고 주단 가게에서 치파오(旗袍)나 보는 게 지겨우면 골목으로 쏙 들어가 보는 것도 좋으리라. 서민들의 냄새가 느껴지는 곳으로 말이다. 샤오츠(小吃)는 간단한 먹거리, 우리의 떡볶이처럼 싸고 정겨운 맛을 풍긴다. 8월 15일 하늘은 정말 파랗고 솜털 몇 개뿐인 구름이라 청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스랄에서 바라본 모습, 가운데 골목으로 들어가면 토속 먹거리들이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먼쾅후퉁 골목


좁은 골목에 커다랗고 넓은 간판마다 요리이름들이 낯선데 자세히 보면 또 한두 번씩은 들어본 듯도 하다. 궈톄(锅贴) 파는 가게 앞에 한 중국 아가씨가 전화를 걸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니 밝게 웃는다. 궈톄는 군 만두인데 함께 파는 좁쌀 죽인 샤오미저우(小米粥)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한끼 끼니로 충분하다.

 

바쁜 서민들은 아침마다 만두와 죽 한 그릇으로 재빨리 해결하고 출근하는데 시내 곳곳 길거리마다 만두(包子)와 죽(粥) 파는 가게가 엄청나게 많다. 작년 발품취재 때 엄청나게 많이 먹었던 이 조합은 값도 싸서 기껏해야 한끼에 5위엔(약 7백 원)이니 지극히 생계 형일지도 모른다.

 

마라탕(麻辣)도 훌륭한 샤오츠이다. 스촨(四川) 음식이지만 지금은 보편화돼 온 동네마다 자주 보게 된다. 갖가지 약재가 들어간 매운 국물 속에 생선 완자인 위완()이나 두부, 미역, 버섯 같은 먹거리를 꼬치로 만들어 판다. 우리의 오뎅꼬치와 비슷한데 맛은 아주 차이가 나니 맑은 국물을 기대하면 낭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유난히 파란 하늘, 전선줄에 매달린 빨래


 
골목 안 사거리 갈림길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3층 건물의 2층 베란다에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있다. 날아가지도 않고 창 틈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민 듯 모이를 쪼는 듯 고개만 까닥한다. 건물 아래에 있는 새장에도 비둘기가 몇 마리 있는데 옆에 오리와 토끼가 함께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식용인 듯하다. 몇 년 전 구운 비둘기 요리를 먹었던 기억이 나서 그런지 우리 속의 비둘기들이 애처롭다.

파란 하늘에 걸린 빨래가 서민들이 사는 동네답다. 전봇대에서 나온 전선가닥이 사방으로 뻗었는데 전선줄에 매달린 옷들이 햇살에 보송보송 마르고 있는데 어찌 좀 불안하기도 하다. 골목 사거리에 커다란 방송카메라가 등장했다. 마이크를 든 남자 리포터가 골목 입구에서 멘트를 날리고 있는데 아무리 들어도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골목마다 먹거리가 곳곳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포르투갈 방송국 취재 중


 
한 서양 아가씨가 주민들을 섭외하는데 중국말을 유창하게 잘 한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푸타오야(葡萄牙)’라고 한다. 포르투갈 방송국이었다. 그런데 자기는 ‘이다리(意大利) 사람’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포르투갈 방송의 ‘현지 매체가이드’를 하는 것이 다소 이상했다. 명함을 서로 주고 받았는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다. 시민기자? 뭐 비슷하지 싶다.

아무리 언어의 뿌리가 같다고는 하지만 두 언어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배웠는지 궁금했는데 촬영 중이라 정신이 없다.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보자고 했다.

 

아주 깊은 골목까지 들어와 서민문화를 취재하니 올림픽 영향이 큰 것이리라. 우리나라 매체들도 활기찬 서민들의 정서가 숨 쉬는 곳을 많이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관광지나 대로, 큰 식당, 아름다운 곳도 좋지만 이런 곳이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 아니던가.

 

졘빙(煎)도 부치고 옥수수(玉米)도 찌고 감자(土豆)도 볶고 러우빙(肉)도 튀겨 판다. 구수하기도 하고 매워서 눈이 따갑기도 하지만 코로 배를 채운다. 조선냉면(朝冷面)을 파는 곳도 있다.

 

러우빙을 파는 가게에 동그랗게 생긴 마퇄(麻团儿)이 있다. 이것은 찹쌀(糯米)을 반죽해 깨(芝麻)를 입혀 기름에 튀긴 것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마()’가 입을 마비시키는 매운 것으로 오해하는데 깨를 묻힌 경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퇄이라는 깨 묻힌 경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조선냉면 파는 가게


사용자 삽입 이미지군만두와 죽 가게 앞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라탕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랑팡얼탸오(廊坊二)가 나온다. 보통 골목보다 더 샛길을 탸오()라고 하던가. 정말 구석까지 왔다. 이곳에 베이징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민적인 음식점인 바오두펑(爆肚)이 있다. 바오두는 소와 양의 내장을 재료로 만든 요리로 청나라 말기부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양고기는 주로 서역에서 온 회교(回敎) 무슬림들의 전통음식에 많이 사용된다. 펑씨의 바오두 가게 바오두펑도 간판에 회교의 상징인 칭전(清真) 두 글자와 함께 바이녠라오뎬(百年老店), 중화밍샤오츠(中名小吃)라고 선명하게 쓰여있다.

 

내장을 깨끗이 씻어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내는 이 바오두는 샤브샤브인 훠궈(火)의 형태로도 먹는다. 이를 쉐이바오(水爆)라고 하는데 글자를 뜯어보면 ‘물이 폭발’한다니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이곳도 유명한지라 사람들이 줄을 섰다. 바깥에도 탁자 3곳에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다. 아저씨들이 웃통 벗고 낮부터 맥주랑 곁들여 먹는 모습이 이채롭다.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온다. 바오두런(爆肚仁)이란 내장 요리가 2000년에 중국정부가 46가지 종류의 요리와 과자를 중궈밍차이뎬(名菜点)으로 선정돼 명성이 꽤 자자하기 때문이다. 이 별미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혼자 먹기도 그렇고 사람도 많아 아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백년이 넘는 가게 바오두펑


사용자 삽입 이미지길거리에서 먹고 있다


다시 골목을 빠져 나와 다스랄 서쪽 거리로 옮겨갔다. 다시 봐도 다스랄은 사람들로 홍수다. 차길 하나 건너면 관인쓰제(音寺街)가 나오는데 역시 굉장히 서민적인 분위기이다. 이곳에는 배낭 족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아 외국인들이 자주 활보하는 곳이다. 주변에 사합원을 개조한 호텔도 있고 자전거 빌려주는 가게나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카페도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스랄 거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스랄에서 류리창으로 가는 길거리 관인쓰제


베이징카오야(烤鸭)를 훈제로 해서 파는 가게가 있다. ‘백년역사(百年)’, ‘황원어선(皇苑御膳)’ 홍보도 과장이라면 맞으리라. 황제의 음식을 만들던 어선(御膳)에서 온 오리훈제는 40위엔이면 살 수 있다. 닭이나 오리 등을 이렇게 훈제로 만들어 포장상태로 파는 것이 전국 방방곡곡에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훈제 베이징카오야


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또 섰다. 식당이름은 톈하이(天海)이고 베이징자장면도 팔지만 주 종목은 루주훠샤오(煮火)이다. 이 샤오츠는 순수한 베이징 토속 음식인데 원래 청나라 말기 광서()제 때 궁중에서 만들어 먹던 것인데 민간으로 흘러나온 먹거리라고 한다.

큰 통 속에 어떤 종류인지 도대체 모를 갖가지 내용물을 하나씩 끄집어내더니 묵직하고 둔탁해 보이는 중국 주방 칼로 잘게 썰어낸다. 가만 보니 두부도 있고 고기 창자와 허파, 비계나 속살인 것 같기도 하다. 훠샤오라는 말이 불에 굽는다는 말이니 아마도 두부나 고기를 구워낸 후 국물에 푹 담그는 듯하다. 국물은 약간 연한 갈색 빛깔이 도는 것이 된장국과도 비슷해 보이고 토속 냄새가 팍 풍겨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루주훠샤오 파는 톈하이 가게


칼질도 예술이다. 두부나 고기를 끄집어내더니 후다닥 다닥다닥 거리며 빠르게 잘라내는 솜씨가 숙련공이다. 잘라낸 것을 그릇 속으로 같은 양과 개수로 정확하게 재빨리 배분한다. 촬영을 하면서 주인에게 ‘이거 양고기인가?’ 물었다가 혼났다. 옆에 있던 중국사람들도 아는 체 하면서 ‘맞아 양고기’ 했다가 한꺼번에 쌍으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어떻게 돼지 주페이(猪)랑 양페이를 비교해!’ 말도 되지 않는 소리 말라는 것이다. 자존심 강한 주인은 감히 돼지고기의 속살과 창자 앞에서 양고기를 거론, 끄집어내느냐고 엄청 잔소리를 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민망할 정도니 나 역시 미안하다고 할밖에. 그래 자기 요리에 이 정도 자부심은 있어야지. 아마 그래서 맛도 좋아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기다리는 것이리라.

 

고기를 다 썰어 넣자 주방장이 그릇에 국물을 붓고 연이어 주인이 샹차이(香菜)를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한 그릇에 12위엔 하는 요리를 먹으려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서로 받으려고 성화다. 하지만 돈 낸 영수증이 순서대로 못에 꼽혀 있다. 주인은 차례를 지키라며 연신 호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길 끝은 류리창으로 이어진다. 오랜만에 ‘세계청년의 집’, 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찾았다. 이 부근에 오면 꼭 시원한 자리에 앉아서 맥주나 음료수 한 잔 하면서 쉬어간다. 배낭 메고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라 굉장히 강렬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파란 하늘이 좋은 오늘 이 집이 더욱 정겹다.

마당에는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이 연신 떠들고 있다. 라오베이징 샤오츠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베이징 문화를 보고 듣고 냄새 맡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에 있을까. 조금 더 가면 정리정돈이 잘된 류리창인데 한번쯤 호흡을 가다듬기 좋은 곳이다.

참고 태극기도 펄럭이는 '세계청년의 집' 게스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