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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호수에 잠긴 붉은 노을과 둥근 달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2008.08.31 23:48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11] 라오베이징 허우하이의 노을과 야경

 


베이징 시내 한가운데 호수가 있으니 낭만적 그림자가 많다. 아침부터 밤까지 호수에는 라오베이징(老北京)의 빛깔 같은 사람들로 잔잔하다. 허우하이(后海)는 그렇게 포근한 정서를 담았는데 관광객들까지 합세하면 그 모습은 점점 물결이 높아지듯 그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한다.

 

8월 15일 쭝런() 바이다청(白大成) 선생 집을 나서 호반을 향해 걸었다. 급할 마음이 어디 있으랴. 늦은 오후, 골목마다 저녁을 먹었거나 먹을 시간에도 사람들의 여유는 포만감이 인다. 물길이 서로 연결된 쳰하이(前海), 허우하이(后海), 시하이(西海)를 합해 스차하이(什刹海)라고 하는 곳, 원래 10곳에 이르는 불사(佛寺)가 있었기에 스차하이(十刹海)라 불리기도 했다.

 

쳰하이시제(西街)와 연결된 류인제(柳荫街)로 접어들었다. 그야말로 명성처럼 버드나무 길이다. 높은 담벼락이 나오면 도광(道光)제의 아들인 공친왕과 후손들이 살던 커다란 저택이 나온다. 물론 지금은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인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왕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허순푸(和顺府) 식당 앞에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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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청나라 복장을 하고 서 있는 아가씨의 자태와 소개자료를 보아하니 아주 고급식당이다. 궁중요리 차림상마다 그 이름이 선학(仙)이요, 사자, 기린, 공작, 금계(锦鸡), 표범(豹)까지 등장하는데 1인당 우리 돈으로 20만원 이상이니 외국손님들을 초대하는 자리라면 몇 백만 원 훌쩍 넘을 듯하다.

 

버드나무 길 끝자락 삼거리에서 양팡후퉁(羊房胡同)으로 접어드는 길 옆에 작은 공예품 가게가 하나 있다. 간판 쉰샹지(寻乡记) 밑에 ‘Return to Roots’라 써 있고 그 옆 노상에 차를 마시는 사람을 보노라니 한편에서는 궁중요리를 몇 십만 원씩에 먹는데 그 뿌리란 것이 ‘신분’인지, ‘계급’인지 주인에게라도 물어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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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하이 호반으로 내려가는 공원이 있다.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놀고 마작이나 트럼프를 즐기고 있다. 공원 안에도 비싼 식당이 하나 있다. 멋진 팔각정 건물에 유리창이 있는 정원 분위기로 안후이(安徽)요리를 파는 푸린쥬거(芾林酒阁)이다. ‘푸’는 우거져서 무성하다는 뜻이니 서민들의 놀이터이고 호수를 바라보는 나무가 무성한 쉼터이자 숲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것이리라. 찻집이기도 한데 한잔에 50위엔 정도이니 아주 비싸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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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진을 전시하면서 공원길을 양쪽으로 가득 막아버렸으니 아무리 올림픽이라도 좀 답답하다. 산책 나온 할머니들이 잡담을 하고 있고 강아지를 끌고 나온 아주머니는 조용히 산책을 즐긴다.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서로 껴안고 호수의 낭만 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웃통을 벗고 맥주를 마시는 아저씨들도 있다.

 

어느덧 서편 하늘로 불그스레한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호수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 속으로 어스름이 일렁이기 시작하니 호반은 점점 어두워진다. 호수 반대편에 있는 왕하이러우(望海楼)도 바다를 바라보려는 듯 그 이름만큼 높이 솟아 있고 흐드러지게 출렁이는 나뭇가지도 바람결 따라 흐느적거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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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길을 따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눈에 비친 노을 빛보다는 더 강렬한 것이 카메라인 듯하다. 노을의 초점은 늘 기분 좋다. 더구나 호수 위로 떨어지는 은근하게 붉은 색채는 만사를 잊고 쉬어가고 싶은 여행의 별미이니까.

 

막바지 햇살이 조금 남았는데 예야다오(野鸭岛)가 시끄럽다. 호수 안에 작은 섬 하나에는 물오리들이 바글바글하다. 길에서 던져주는 모이를 먹으려고 바삐 날개 짓을 하고, 아마 물밑에 숨은 다리도 꽤 총총거리며 다가오는 오리들이 귀엽다. 긴 목과 동그란 머리, 내민 주둥이가 모두 수면에 비친 모습이 마치 문고리와 비슷하다. 오리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배를 타고 이 자그마한 섬 주변을 돌아다니며 모이를 주는 아이들도 신이 났다.

 

섬 옆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고 수련 군집이 한데 뭉쳐 있는데 물살에 이는데도 거대한 섬처럼 조용하다. 자세히 보면 수련들이 조금씩 살짝 움직이는구나 하는데 호수 안에 작고 둥근 하얀 원 하나가 불쑥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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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달이 떴다는 말인가. 수련 사이로 달의 자태가 긴 물줄기를 하얀 포말처럼 부서뜨렸다. 어두워질수록 그 빛깔은 더욱 선명해서 주위는 더욱 검게 변해간다. 달빛 감상하기에 절묘한 자리에 한 야외 쥐러푸(俱)가 있어서 들어갔다. 호수 옆에 테이블이나 정자에 앉아서 보면 참 안성맞춤이지 싶다.

 

허우하이시옌(西沿) 길을 들어서니 육각 가로등이 한 쌍씩 호수를 따라 밝게 빛나고 있다. 가로등 밑으로 올림픽 휘장이 드리워진 것만 빼면 너무도 낭만적이 가로수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을 빼면 모두들 하늘 높이 솟은 둥근 달에 마음을 다 빼앗겼다.

 

호수는 이미 밤손님들을 맞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길을 따라 술집들이 조명을 밝히고 바깥으로 테이블을 내놓고 호수의 야경과 함께 깊어가는 취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댜오차오(鸟巢)라는 이름의 쥬바(酒吧)에는 스크린을 걸고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이름을 똑같게 한 것인데 현장에서 보는 기분을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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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홍디()는 아예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조명 간판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앞을 승용차가 주차해 가로막았으나 차의 앞면 유리에 간판 조명이 반사돼 색다른 홍보가 되는 듯하다.

 

밤에도 후퉁을 유람하는 삼륜차는 많다. 뒤편에 ‘중궈자여우(中国加油)! Come on’이라고 써 있다. 느낌표의 아래 점은 확성기 표시로 해둔 것이 재미있고 아래쪽 차 번호판에는 회사주소와 연락처도 있다. 가만 보니 오토바이 브랜드인 ‘뉴뉴(妞妞)전동차’를 유람용으로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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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셩챠오(德胜桥)를 지나 시하이로 갔다. 길 가운데에 조명이 반사된 채 오가는 사람들이 밟고 지나고 있다. 가끔 자전거와 차량도 지나친다. 뭔가 보니 맞은 편 쥬바에서 쏜 가게 이름이었다. 호객하는 홍보방법도 참 여러 가지일 터인데 참 독특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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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이는 다른 호수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고 한적하다. 밤인데도 사람들이 호반에 일렬로 늘어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한밤에 즐기는 오락이고 소일거리일 듯 싶은데 모두들 어둠 속이라 그런지 묵묵히 말이 없다.

 

건너편 구러우(鼓楼)가 드리운 조명이 호수에 잠겨 있다. 올림픽 개막 다음날 미국 관광객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중국 도시 어느 곳에서 시내 중심에는 구러우나 중러우(钟楼)가 있는데 베이징의 누각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잊어지지 않을 곳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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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노래인 ‘베이징환잉닌(北京欢迎您
)’ 뮤직비디오를 보면 베이징에 있는 명소나 번화가가 총 출동하고 가수들도 대거 참여했다. 그 중 장나라가 부르는 대목이 바로 구러우의 피살현장이니 찜찜한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지쉐이탄(水潭)역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조용해 음침하다. 그런데 고고하게 높은 담벼락을 따라 은은하게 비치는 가로등이 있어 심심하지 않은 풍경이라 다행이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주변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작년 발품취재 기분을 살려(?) 란저우() 뉴러우몐(牛肉面)과 맥주 한잔. 역시 서민들의 일상적인 먹거리는 혼자 먹어도 그럭저럭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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