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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기고/오마이뉴스

수도 베이징에서 만난 유교의 향기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2008.09.07 08:44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12] 옛 대학 국자감과 공자의 사당


- 원,명,청의 최고학부


- 공자의 사당


, 명, 청 삼대의 최고 교육기관인 궈즈졘()은 라마사원인 융허궁(雍和)과 차길 하나를 건너 있다. 또 공자의 사당인 쿵먀오(孔)와는 담을 사이에 두고 있다. 융허궁 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내려오는 거리 양 편에는 긴 향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융허궁의 매력을 보러 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융허궁을 찾아갔을 때 사원의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반대편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융허궁이 대로 옆에 있는 반면 유교의 향기를 맡으려면 안으로 한참 들어가야 한다. 거리에는 마작과 트럼프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이 주먹만한 장기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높다란 청셴제(成) 패방을 지나면 홰()나무들도 높게 자라 거리는 그늘지고 시원하다. 공예품가게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번잡하지 않다. 가로수들이 워낙 길고 굵으니 가게들 앞마다 나무 하나씩은 차지하고 있다. 궈즈졘 가기 전에 맞붙어 있는 쿵먀오 담벼락은 구궁(故)의 그것과 색깔이 같다. 검붉었으나 퇴색된 채색 감각이 도는 담 옆으로 사선 따라 멀리 투명한 햇살 속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주머니와 아이가 보인다.

 

쿵먀오 대문 앞에 3면으로 둘러선 잉비(影壁)도 구궁 다운 색채이다. 더구나 벽 위쪽으로는 유리(琉璃) 유악을 발라 만든 꽃무늬 벽돌이 모자를 쓰듯 덮여 있으니 성현의 위상이라 하겠다. 잉비를 지나면 궈즈졘 패방이 나타나니 굳이 따지면 쿵먀오와 궈즈졘의 경계라 하겠다.




 

궈즈졘은 1961년에 국무원이 공표한 전국문물보호 문화재이다. 후난(湖南)성 창사()에는 천년학부인 악록서원이 있지만 이곳은 1306년 이래 최고학부로서 명성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려니 검문이 약간 까다롭다. 가방을 열어야 하고 공항 출입만큼의 전자장치 검색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유교의 성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태도는 아주 예의 바르고 공손한데 꼭 올림픽이어서 만은 아닌 듯하다.

 

대문인 지셴먼(集贤门)을 지나고 두 번째 문인 다쉬에먼(大学门)을 지나면 아름다운 류리파이팡(琉璃牌坊)을 만나게 된다. 베이징에서 하나뿐인 류리 칠보로 만든 패방으로 청나라 건륭(乾隆)제 1783년에 만든 것이다. 네 기둥과 세 곳 문, 일곱 군데 누각 모습으로 찬란하고 유려한 자태야말로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황제의 소망을 담은 것이 아닐까.

 

건륭제는 한족 융화 정책과 통치의 이념으로 유교사상을 존중하면서 취푸(曲阜)에 있는 쿵먀오를 비롯해 황제의 지위에 준하는 건물들을 많이 세웠다. 궈즈졘에도 비융(辟雍)을 건설하고 그 앞에 바로 휘황찬란한 패방을 세운 것이다. 친필로 편액 ‘환교교택(圜槁教泽)’과 ‘학해절관(节观)’을 앞뒤로 나란히 새겼다.

 

비융 주변은 도랑으로 호수를 빙 둘렀고 다리를 지나 비융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나란히 연결돼 있다. 다리마다 배우는 이들이 둘러서서 그 연못 속에서 우러나는 배움이 오래가라는 뜻으로 보이니 절묘하다.

 

바다를 배우듯 넓은 세상을 품되 눈에만 보이는 것에 절제하라는 말로 들리니 사뭇 통찰이다. 배움터 비융과 다리와 물살을 보면서 강학을 듣던 학생들은 건륭제가 새긴 은유와 직설의 글귀에도 눈과 귀를 응시하고 경청하지 않았을까.

 

유일한 황가의 학궁인 비융 안에는 지금은 비었지만 늠름한 황제의 자태에 어울리고 구궁 황제 집무실인 태화전이나 침궁인 건청궁과 모양이 비슷한 실내 분위기이다. 청나라 시대에는 황제를 상징하는 색깔이나 벽돌, 창문, 장식은 유일하게 유교 학당이나 공자와 관련된 건축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으니 진정 최고의 교육기관이자 황제가 자신의 통치 이념을 설파하던 곳의 위엄에 걸맞다 하겠다.

 

비융이 건설되기 전에는 이룬탕(彝)이 그 역할을 했다. 비융 뒤편에 온통 붉은 빛이 감도는 이룬탕 앞에는 공자의 행교상(行)이 서있다. 이 행교상은 당나라 화가인 오도자(道子)가 그린 유명한 공자의 전신 그림이다. 이것을 참고해 공자의 사당마다 조각상이나 복제된 그림이 꽤 많이 있다. 일반 시장에서는 황금으로 만든 행교상까지 만들어 팔리기도 한다.





 

궈즈졘 좌우편으로 길게,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과거제도와 관련된 박물관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유모차에 홀로 앉은 아이가 긴 그림자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잘도 잠을 자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이렇게 그냥 두고 박물관에 들어갔을까.

 

박물관 안에 들어서니 옛날 이 최고학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꾸며놓기도 했고 각 시대별로 문관과 무관의 복장이나 형상을 전시해뒀다. 신라인인 최치원이 18세에 진사에 급제해 장쑤(江)의 한 현()에서 근무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황제의 주관하는 전시(殿)의 모습을 사람형상과 함께 진열했으며 과거에 합격한 사람의 명단을 붙인 방(榜)도 벽에 붙어 있다. 청나라 말기 동치(同治)제 때의 방으로 장원을 한 사람의 출신지역과 이름을 병기해놓고 있다.

 

최고학부의 마당을 한 바퀴 도는데 푸쑤화이(复苏)라는 홰나무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높게 자라있다. 원래 원나라 시대 처음 심었는데 건륭제 때에는 이미 고사된 나무였는데 건륭제 모친의 생일에 때맞춰 푸른 잎이 다시 돋아났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다.

 

검은 빛깔이 도는 나무줄기이면서도 반듯한 듯하다가도 서로 엉킨 나뭇가지들이 꿋꿋하게 하늘을 향해 있는 홰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다. 따가운 햇살을 다 막고 공부하는데 서늘한 그늘을 제공해왔던 역사를 뿌리 속에 숨긴 채 말이다.





 

궈즈졘 문 밖으로 나서려는데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오고 가고 있다. 바로 쿵먀오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사실 두 곳 모두 가고 싶지 않았기에 가까운 쿵먀오를 지나쳐 궈즈졘으로 바로 들어왔던 것인데 가만 보니 입장권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 아닌가.

 

다청먼(大成) 앞에는 공자의 조각상이 서 있고 중국 관광객 한 무리가 확성기에 대고 시끄럽게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 재빨리 다청먼을 지나 만세사표 편액이 걸린 다청뎬(大成殿)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의 사당마다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인데 이곳 베이징 쿵먀오 다청뎬 안에는 옛날 악기들이 전시돼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한 일본 방송국 취재진도 열심히 이 악기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는데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취재하려니 시간이 약간 지체되기도 했다.

 

화려한 용머리를 좌우로 틀고 길조 5마리가 서 있는 모양으로 위 아래 8개의 얇은 쇠 판이 각각 걸려 있는 악기는 편경()이다. 쇠로 만든 판이 엄청 크고 무거운 것은 특경(特磬)이다. 역시 편경과 비슷한 형태로 종 16개가 달린 편종(编钟)이 있고 옆에는 크고 무거운 종을 받치고 있는 박종(镈钟)도 있는데 아래 쪽에 강아지처럼 생긴 장식이 이채롭다.

 

현악기인 금(琴)과 슬(瑟)도 있고, 관악기로서 조롱박으로 만든 생(笙)이나 대나무로 만든 지(篪), 적(笛), 퉁소(洞)도 있다. 4마리의 동물이 받치고 있는 큰북인 건고(建鼓)도 있고 사진으로만 보던 재미난 2개의 악기도 봤다. 하나는 이 제례음악이 시작될 때 울리는 축()과 마칠 때 치는 악기인 어()를 본 것은 쾌 즐거운 수확이었다.






 

쿵먀오를 나오니 앵무새가 꽥꽥거리니 사람들이 몰려든다. 방금 ‘니하오(你好)’, ‘궁시파차이(恭喜发财)’니 하는 말을 따라 하더니 캠코더를 꺼내자마자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고 만다. 혹시라도 유교의 향기라도 맡고 사니 다른 곳과 달리 좀 점잖을 줄 알았더니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니 얄밉게도 입을 다물고 만다. 대신에 입을 열어 자신의 새소리만 열심히 지껄이니 서운했다.

 

거리 한 쪽 골목 속을 바라보니 살짝 간판이 보일 듯 말 듯한 찻집 하나가 보였다. 조그만 사합원을 개조해서 만든 찻집인데 마당이 참 포근해 보여 스르르 끌려들어갔다. 찻집 이름은 이청(一承).

 

햇살에 비친 찻잔 속 찻잎이 슬로우비디오처럼 가라앉고 찻잔 받침대의 붉은 색 복()자는 더욱 선명하다. 창살 밖에서 들어온 그늘은 점점 눈꺼풀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바깥 마당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낯선 말투로 지저귀고 있다. 차 한잔 마시고 일어나니 다른 방에서 고풍스런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악기인 구친(古琴)이다. 여주인은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하나하나 뜯더니 조용히 연주를 했다. 마당까지 흘러나온 소리가 문 밖으로 벗어나 은근하게 뻗는 듯하다. 마당에 대나무로 만든 칸막이에 붉은 천으로 묶어둔 연한 흑갈색 종 하나가 공명을 한 듯 눈에 살짝 비친다. 이 아담한 찻집에서 잠시 쉰 것이 땀과 마음을 다 편해진 듯 했다.







2008/08/27 - [-올림픽아웃사이드] - 베이징 전통 찻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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