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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겨울에 먹는 훠궈, 제갈량이 처음 발견했다?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2009.01.07 08:40

베이징에 가면 늘, 자주, 그러니까 도착하는 날 저녁에 먹고 한국으로 되돌아오기 전날 저녁에 먹는 훠궈(火锅).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지랄하게 매운(麻辣)' 마라훠궈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 맛이 현지만큼만 하지 않아서 아쉽다.

지난 연말, 중국 관련 모임에서 먹은 훠궈이다. 서울 대방동에 조선족동포가 운영하는 '동북미식성'이란 곳인데, 다소 실망이다. 역시 고기 색깔도 다르고, 가장 중요한 국물 맛이 기대와 어긋난다.    



훠궈는 중국에서 그 기원이 지금으로부터 1700~19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들을 참조하면 중국역사에서 동한(东汉)시대와 위 촉 오의 삼국시대 즈음이다. <위서(魏书)>에 위문제(魏文帝)인 조비(曹丕)가 집권하던 시기에 먹었다는 기록도 있고, 일설에는 제갈량(诸葛亮)이 소년 시절, 유랑할 때 평민들이 즐겨 먹는 것을 봤으며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동하는 병사들이 배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먹게 했다는 유래도 있다. 사실, 조조(曹操) 군대가 적벽전쟁에서 패배한 이유가 전염병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에 더 가까우니 이런 정황이 신빙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듯하다.

하여간, 훠궈는 긴 역사를 지닌 것만큼 각 지방마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이어왔다. 사실, 큰 솥에 재료를 넣고 국물을 끓인 후 고기와 야채 등 산이니 들에서 나오는 갖가지 먹거리를 집어넣어 푹 삶아 먹는 방식이니 아주 간단한 요리 방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숱하게 많은 이름으로, 지방마다 저마다의 훠궈가 있다. 충칭(重庆), 광둥(广东), 쓰촨(四川)은 물론이고 홍콩(香港),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 윈난(云南),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등 온갖 지방에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오늘날의 독특한 매운 맛을 자랑하는훠궈는 단연 충칭 지방의 훠궈를 말한다. 거의 대명사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매운 맛과 맵지 않는 맛으로 솥을 반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갖가지 약재로 국물을 만든 위엔양궈(鸳鸯锅)가 대표적이다. '원양' 한쌍처럼 한몸처럼 구성됐으니 이름 또한 아주 적절하다. 이것이 삼국시대 위문제 조비가 기록으로 전한 오숙부(五熟釜)와 같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훠궈는 기록 등으로 볼 때 한족들이 영토이던 중원지방의 음식이 아니다. 아마도 쓰촨을 비롯해 장강 이남에 광범위하게 번져 있던 월족(越族)이나 강족(羌族) 또는 저족(氐族)이 만들어 먹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기록에는 없는 이야기이지만 소수민족들이 점점 한족화하듯이 역사에서 이 훠궈도 자연스레 한족화한 것이 아니었을까. 중국사람들이 이 훠궈에 대해 제갈량을 엮어 신비롭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마도, 마치 훠궈처럼 모든 것을 '한족의 것'으로 함께 삶자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 베이징에 가면 자주 가는 훠궈 식당이다. 이제 환율이 거의 피부로 느끼기에 '2배 이상'이니 비싼 곳을 가기가 부담스러워 조용히 찾아, 새로 단골이 된 곳이다. 이 식당의 벽면에 잔뜩 새겨진, 그러면서도 정말 중국적인 모습이 멋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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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의하면 벽면 왼편에 있는 솥이 초기 훠궈의 솥 모습이다. 바로 동으로 만들어진 동정(铜鼎)인 것이다. 솥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바로 '파촉풍정(巴蜀风情)'이란 문구이다. 충칭 또는 쓰촨 지방의 훠궈라는 뜻이다.

'촉'이야 삼국시대 유비의 바로 그 촉나라이니 알기 쉽지만 '파'는 무엇일까. 바로 한족들이 이 지방에 침입하기 전부터 살아오던 파저(巴氏) 또는 파저족이란 뜻이다. 중국 역사에서 촉한(蜀汉) 이후 위진남북조 시대가 열리는데 그 사이에
 중국 한족이 이야기하는 다섯 오랑캐(五胡), 즉 흉노(匈奴), 선비(鲜卑), 갈(羯), 강(羌)과 함께 파저(巴氐)족이 두루 왕조를 세워 중원을 넘보던 시대가 있었다. 주로 중원의 서북 방면의 흐름이었는데 이때 간쑤(甘肃)와 쓰촨북부에서 힘을 길러온 이웅(李雄)이 대(大成)을 건국했는데, 그는 바로 파저족이었다. 원래 한족이 쓰촨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 파인(巴人)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던 고향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쓰촨은 유비의 촉나라가 진입하기 전에는 중북부 지방에는 강족이나 저족, 서부 지방은 티베트민족 장족(藏族)들의 근거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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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에는 정말 양고기가 궁합이 잘 맞는다. 아마도 양고기야말로 서북지방에서 살아오던 민족들의 오랜 먹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위엔양훠궈에 들어가지 못할 재료는 없다. 고기는 물론이고 야채와 버섯, 때로는 물고기도 서슴없이 풍덩 들어간다.

가장 인상적으로 먹었던 기억이 미꾸라지와 돼지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혐오(?)라 해서 먹기 힘든 것이긴 해도, 겨울철 영양과 보신으로 훠궈 속에 미꾸라지를 비롯해서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보통 좀 큰 훠궈 식당에 가면 주문이 가능한 재료가 150에서 200여가지가 넘는다. 신기한 입맛과 눈맛에 대해 호기심이 넘치면, 중국어를 약간 배워서 가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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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외국인들도 많이 먹고 꽤 유명해져서 그 신기한 것들을 많이 만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찾아보면 많다. 물론 평범하게 먹으려면 패키지된 것을 주문할 수도 있으니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훠궈를 먹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은 뷔페식 훠궈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베이징 짠란중신(展览中心) 부근에 뷔페 훠궈가 있었는데, 입장료(당시에 45위엔)만 내면 마음껏 무한대로 먹는 곳이 있었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로 별의별 신기한 것들이 많다. 중국어 공부하기에도 이만한 소재가 없을 것이다.

다음에 베이징 가면 뷔페식 훠궈 식당을 하나 찾아볼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훠궈 식당들이 너무나 유치하게 맛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껏해야 고기와 야채 몇가지만 제공되는 것도 불만이다. 진정한 맛을 담고 있으며, 재료가 무한한 훠궈. 이것이 진정 마라훠궈(麻辣火锅)의 맛이다. 똑 쏘는, 그래서 혀끝을 마비시켜 대마초처럼 오랫동안 그 자극을 담고 있는 훠궈야말로 진정 겨울철에 먹기에 안성마춤이 아닐까. 훠궈 속에 담긴 뜻도 곱씹어가면서 먹는다면 더 흥미로울 지도 모르겠다.

아 정말, 우리나라에 있는, 맛 있는 훠궈 집 좀 소개해주세요. 이 겨울 가기 전에 한번 가게요.

원래의 <겨울에 먹는 훠궈, 그 유래를 생각하며 먹자> 제목이 좀 밋밋해 <겨울에 먹는 훠궈, 제갈량이 처음 발견했다?>로 바꿨습니다. 널리 양해를...


댓글
  • 훠궈 중국에서 먹은 바로 그맛이 나는 집이...
    논현동에 '불이야' 라는 훠궈집이 있네요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찡쪼우 (경주) 한잔 곁들여 먹으면... 크...
    2009.01.07 09:58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아 그래요? 한 중국학생이 건대 앞에도 오리지날 있다고 해서 한번 가려고 하는데, 논현동에도...음 감사합니다. 2009.01.07 10:24 신고
  • 11 당신 참 매너 없으시군,동북미식성이 맛없다고 꼭 식당이름을 밝혀야 하나?남의 장사 말아먹을려구 작정을 하셨구먼,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였으면 당신이 감히 이름을 밝힐수 있을까?항상 선입견을 갖고 있는 당신은 진정한 훠꿔맛을 평생 못찾을것이네,기본부터 바꾸세요 2009.01.07 10:15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꼭 이름을 밝힐 필요까지는 없긴 하죠!
    한국인이 운영하던지 아니던지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 한국인이 그렇게 훠궈를 판다면 더 심하게 '장난치지 마세요'라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집 아주 친절하고 양고기꼬치도 맛있고 다 좋은데, 훠궈는...하여간 친절하기 그지 없는 주인아주머니께 다소 죄송하긴 합니다. 다음에 찾아가면 죄송하다고 해야겠네요. ^_^

    '장사 말아먹을려구 작정'하지 않았고요, 동북미식성 꽤 유명해서 손님들이 인산인해입니다. 다른 요리들도 많고, 아주머니 그런 걱정 전혀 안하실 거니 걱정마세요~
    2009.01.07 10:25 신고
  • 로미오78 훠궈, 정말 맛있게 보이네요. 항상 재미있는 정보 감사합니다. 2009.01.07 10:40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보는 것만으로도 맛이 땡기는 것이 역시 훠궈인 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2009.01.07 12:19 신고
  • Favicon of http://hitme.tistory.com BlogIcon 최면 발견은 다른 사람이 했겠죠.. 오래 전부터 몽골 지방에서 있었다는 사료도 있는데;;
    기록은 제갈공명이 먼저인건지..

    암튼 제가 중국에서 살 땐 火锅가 제 주식이었죠 ㅎㅎ 한국에선 비싸서;; 그리고 양고기도 잘 없고;;
    2009.01.07 10:41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주식이 훠궈라 정말 속이 제대로 계신가요? 저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환율때문에 영~ 감사합니다. 2009.01.07 12:20 신고
  • Favicon of http://blog.daum.net/cartoonist BlogIcon 맛객 훠궈 하나에서 역사와 문화까지 아우르는 글 잘 봤습니다. 이 글을 읽고 훠궈가 당기지 않는다면 입이 고장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한가지 궁금증...훠궈가 정말 겨울철음식 맞나요? 우리 음식중에 어복쟁반이라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겨울철음식으로 알고 있더군요. 실은 여름철음식인데 말이죠.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2009.01.07 11:41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훠궈가 겨울음식이라는 상식은 사실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겨울에 먹으면 더욱 좋은 훠궈'라는 뜻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_^
    정말 맛객님 대단하세요...가끔 블로그 찾아서 보는데 정말 글맛을 내실 줄 아는 전문 맛객님이십니다....
    2009.01.07 12:22 신고
  • aa 아래 논현동에 있는 '불이아'의 본점은 홍대에 있는데..

    중국에서 많이 드셨으면 좀 약하다고 느끼실 지도..메뉴도 소고기와 양고기로 단촐합니다만..

    전에 훠궈관련 다큐를 보니 중국 어딘가에 "어두(생선머리)" 훠궈도 있던데..

    훠궈의 세계는 참 다채롭죠...^^
    2009.01.07 12:57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불이야~ 굉장히 솔직하게 말씀하신다는 느낌~입니다. 훠궈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기에는 참 어려운 듯합니다.....^_^ 댓글 감사합니다. 2009.01.07 23:47 신고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북경에 출장 가면 가끔 주재원들이 사줘서 먹긴 했는데
    서울에서도 그런 맛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몰랐네요.
    조근 조근 다양한 얘기를 잘 풀어주셨어요. 역시 형님 포스트를 읽으면 배우는것도,
    느끼는것도 많습니다.

    제갈량 얘기가 나오니 .. 제갈량이 남만의 맹획을 정벌 할때에도
    병사들이 먹을 물 때문에 고생하던 기억도 나고 ... 촉의 흥망성쇄가 떠오르네요.
    그 허망함의 끝이 못내 아쉽기도 하군요 ..
    삼국지를 다 읽고 덮을때의 ... 그 밀려들던 덧없음들 ...

    요즘 일간스포츠에서 고인이 되신 고우영 선생의 삼국지가 다시 연재 되고 있는데
    촉의 오호대장군 중 하나였던 조자룡이 유비에게 합류하는 그런 즈음이
    스토리로 전개되고 있더군요 ... 제갈량이 나오려면 아직 ^^ ...
    2009.01.08 10:11
  • Favicon of https://youyue.co.kr BlogIcon 최종명작가 중국문화여행 역시 삼국지...오호장군 중 황충이 있죠? 그 장군을 주제로 한 <정군산>이란 영화가 중국 최초의 영화인 거 아세요? 최근에 여명과 장쯔이가 나오는 <매란방>이란 경극주제 영화가 개봉됐는데, 거기 보니깐 이 <정군산> 경극 장면이 나오더군요...조만간 포스팅하려고요..

    그나저나 해를 넘겼네요. 얼굴 한번 보자고 해놓고 짠이아빠는 연락도 없구, 뉴질랜드 가고 ㅎㅎ ...^_^
    2009.01.09 00:42 신고
  • 비밀댓글입니다 2010.05.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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