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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중국영화캐기-01] 중국 6세대감독 장양의 데뷔작 <아이칭마라탕>


영화는 '소리(声音)', '사진(照片)', '완구(玩具)', '십삼향(十三香)', '마작(麻将)'의 5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사랑과 결혼,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에 관한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이지만 감독은 하나의 동선으로 묶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마라탕 속에 들어가면 다 하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훠궈(火锅, 쓰촨요리로 솥에 갖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넣고 맵게 먹는 것으로 마라탕과는 사촌)를 먹는 연인이 서서히 줌아웃으로 등장한다. 여자의 부모가 남자를 만나자고 한다는 말로 영화는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랑, 부모의 허락을 받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마다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의 동선에 따라 에피소드를 자연스레 하나씩 펼쳐가는 구성이다.


이틀 연속 매운 훠궈를 먹고 설사병이 난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부모 앞인데도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화장실 옆 칸에는 '소리'의 소년이 등장한다. 혼인신고 하러 관청을 찾은 연인의 옆 사무실에도 이혼 도장을 찍으러 온 '십삼향'의 중년 부부가 있다. 연인의 결혼'사진' 촬영 중인 촬영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저 멀리 어느 한 여인만을 찍는다. 그리고 방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이 TV에는 '마작'의 공개 구혼이 방영되고 있다.

'소리'로 이어주는 첫사랑의 슬픔 혹은 기쁨?

소년의 첫사랑을 다룬 '소리(声音)'. 어릴 적부터 세상의 온갖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심취해 있던 고독한 소년은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늘 모든 소리를 녹음하고 듣고 행복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얀 원피스를 입은 같은 반 소녀가 수업 시간에 시를 읽는 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그날부터 소년의 눈은 소녀만을 쫓고, 소녀의 웃는 소리, 말하는 소리, 책 읽는 소리를 녹음해 듣고 또 듣는 것이 낙이 됐다. 드디어 소년은 소녀에게 자신이 편집해 만든 테이프를 선물하며 마음을 고백한다. 소녀의 웃는 소리, 말하는 소리, 책 읽는 소리, 그리고 잠시 나누었던 대화를 교묘히 편집해 만든 이야기.

"나랑 있는 게 좋으니?" 소년이 묻는다. 테이프 녹음으로.
"당근 좋지" 소녀가 대답한다. 사실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대답이었지만.


소년은 자신의 고백을 받아줄 요량이면 첫눈에 반했던 그 하얀 원피스를 입고 등교해 달라고 한다. 하얀 원피스를 입으려고 준비해 놓고 잠든 소녀.

그러나 우연히 테이프를 듣게 된 소녀의 어머니는 학교에 항의하고, 소년의 아버지가 학교에 불려가고, 화 난 아버지에 의해 소년은 애지중지하던 녹음기와 함께 행복 그 자체이던 녹음 테이프들이 한꺼번에 쓰레기통으로 처박히고 만다.

이 때문에 소년은 소녀를 원망하며 첫사랑에 가슴 뛰던 소녀에게 열었던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소녀는 며칠을 머뭇거리다 결국 울먹이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뛰어나간다. 소녀 또한 소년과 같은 마음이었음을 살며시 고백한다.

사랑의 인연을 '사진'으로 찍어둬라

청년은 웨딩 촬영기사이다. 거리에서 우연하게 눈에 잡힌 청순한 여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선뜻 다가서지도 못하고 줄곧 먼발치에서 매일 셔터만 눌러대는 모습을 본 여인은 불편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 먼저 다가간다.

원래는 가 버리라고 말하려 했건만 가까이 다가서니 무언가 모를 이끌림에 비 오는 육교 위에서 아무 말도 없이 잠시 동안의 데이트를 하게 된다. 동시에 말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사랑을 느끼고 이어 청년의 작업실까지 동행하게 된다.


그렇지만 갑자기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 여인은 말없이 남방으로 떠나버리고 청년은 베이징 시를 샅샅이 찾아 다니게 된다. 결국 포기하고 말지만 여인이 없는 곳이 무의미해 버린 청년은 결국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 순간 여인은 청년이 없는 생활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청년이 떠나버린 것을 알게 된 여인은 거리를 헤매다 타이어가 고장 나 멈춰 있는 자동차 앞의 청년과 또 다시 재회한다. 그들은 재회를 인연이라 여기며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행복이 충만한 인연이 영화의 끝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연에 관한 영화가 아닐 것이다. 청년의 집에서 첫 아침을 깬 여인은 더우장(豆酱)과 여우탸오(油条)를 사러 나갔다가 어이 없게도 집을 찾고 못하고 헤맨다. 마치 인연이란 어떤 것인지 관객에게 물어보듯이 말이다.

권태로운 부부의 '완구'는 무엇?

결혼한지 5년, 남편은 일과 TV 밖에 모르고, 부부는 말 만하면 싸우고, 모든 것이 못마땅할 뿐이다. 결혼을 후회하고 둘 다 불만이 고조돼 갈 즈음 부인이 생일 선물로 완구를 사달라고 한다. 생일이니 오늘만 완구를 갖고 함께 놀아달라는 부인의 말에 남편은 마지못해 놀아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부부는 스스로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즐기게 되고 오랜만에 행복을 느낀다.

매일매일 새 완구로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겉으로는 즐거웠던 어느 날 완구를 갖고 놀다 농담이 진담이 돼 크게 싸우게 된다. 역시 허울 좋은 '즐거운 우리 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부인이 집을 나가고 남편은 그 빈자리가 허전하기만 하다. 부인이 갑자기 돌아와 거실에 텐트를 치고 수영복을 입고 베란다에서 선탠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은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수영복을 입고 함께 어울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냉랭하다가 부인도 남편을 품어주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의 말, '임신했다'고.

두 사람만의 진정한 '완구'인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 돌보기에 정신 없이 버거운 부부가 느끼는 행복, 위태롭던 가정은 비로소 온전한 "즐거운 우리 집"으로 재탄생 한다.        

'십삼향'의 온갖 약효로도 이혼을 막을 수 없는가?

어린 아들은 부모의 이혼이 싫어 결혼증명서를 숨긴다. 거리에서 점을 보는 할머니에게 이혼 못하게 해달라고 하소연 해보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다. 어린 아이를 불쌍히 여긴 점쟁이 할머니는 십삼향(十三香, 오향과 같이 13가지가 배합된 중의 약재)을 건네준다. 효과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모에게 먹여보라며.


이혼도장을 찍고 돌아온 부모를 위해 아들은 고사리 손으로 각종 요리를 만들어 대접한다. 모든 요리에는 십삼향이 듬뿍 들어간다. 효험이 있었던 것일까. 문득 엄마는 셋이서 함께 하는 식사가 너무 행복하다며 눈물을 흘린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엄마를 아빠가 등 뒤에서 껴안는다. 그렇지만 효능은 거기까지. 부부는 그만 접시를 깨뜨리고 만다.

아침이 되자 아빠는 아들과 주말마다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짐을 챙겨 나간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십삼향에 기대를 걸었던 아들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닫혀버린 문을 향해 아빠를 부르며 목 놓아 울고 만다.

'마작'에 담긴 사랑과 우정 사이

정년퇴임 기념으로 TV 공개 구혼을 한 55세 할머니에게 엄청난 편지가 쏟아진다. 무려 70여명이나 만나봤다. 비록 반려자는 찾지 못하였지만 70여 명의 친구들을 만들게 돼 너무 행복해 보인다.

낯선 할아버지들을 만날 때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워 하지만 이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는 것은 바로 마작이다. 마작을 하며 친구가 되고 스스럼없는 대화로 서로 이해하게 되니, 마작은 좋은 윤활유였던 셈이다.


마작을 함께 즐기던 늙은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는 스스로를 뽐내려는 욕심도 있다. 황혼의 여유가 담긴 질투도 담긴다. 사랑에 대한 갈구는 참으로 마작처럼 평등한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엄연한 승부가 나게 마련이다.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던 할머니에게 드디어 반려자가 나타난다. 서예학원 강사인 노신사와 다정스레 붓을 쥐고, 글을 쓰면서 핑크 빛 그윽한 제2의 로맨스 인생을 꿈꾼다.


1997년 작품인 <아이칭마라탕>은 마라탕 연인들이 결혼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지금은 유명한 스타가 된 낯 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중국AIDS 대사인 푸춘신(濮存昕)을 비롯 중견배우 궈타오(郭涛)와 뤼리핑(吕丽萍), 펑샤오강의 부인이 된 쉬판(徐帆), 총명한 이미지의 여성감독이며 스타 배우인 쉬징레이(徐静蕾), 원로배우 원싱위(文兴宇)와 탕쓰푸(唐斯复) 등 주연급 배우들이 총망라됐다.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스타가 된 가오위엔위엔(高圆圆)은 이 '소리'의 청순한 소녀 역으로 데뷔했다.



장양의 <아칭마라탕>은 인연에 관한 수많은 기억들을 편린으로 끄집어낸다. 그는 왜 데뷔작을 옴니버스, 그것도 인연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수북하게 쏟아냈을까. 그는 이 데뷔작이래 일반 서민들의 잔잔하면서도 눈물 나는 모습을 영화 속에 담는데 집중한다. 

사회 속 공동체가 수놓는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에 깊이 다가간다는 것은 그만큼 6세대감독들에게는 허위와 모순을 걷어내는 코드가 '인간'임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스피이시 러브 수프 (0000)

Spicy Love S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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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양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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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중국 | 109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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