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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중국영화캐기-04] 세계적 명성의 6세대 감독 자장커의 <잔타이>

중국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들기 시작한 1979년. 정부는 사회 각 분야에서 현대화를 지향한다. 덩샤오핑(邓小平)은 '최고위층 정치지도자부터 최하위층 농민들에게 이르기까지 대대적으로 역사를 변화'하자고 주창하며 농촌도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이 급격한 변화는 지방 소도시의 젊은이들에게도 바람이 불어 닥친다. 미래로의 희망을 질주하고 싶어하지만 이중삼중 현실은 더욱 가혹해진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들의 삶은 질곡으로 이어진다. 전체주의적 개혁개방의 흐름 속에서 돌파구라고는 찾기 힘든 한 가난한 마을의 삶이란 그 자체가 상처인 것에 주목한 영화가 있다. 바로 <잔타이(플랫폼, Platform>이다. '잔타이'는 기차 플랫폼이며 당시 히트한 유행가 제목이기도 하다.

프랑스 언론이 극찬한 자장커(贾樟柯) 감독의 1998년 영화 <샤오우(小武)>에서 소심하면서도 아집이 강한 시골 건달을 연기한 왕홍웨이(王宏伟).

그는 이 영화에서도 청년 지방 가무단원 밍량(明亮)으로 등장한다. 현실 때문에 고뇌하면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고 도통 얼굴은 온통 불만투성이로 가득한 캐릭터는 정말 제격이다.

산시(山西) 성 펀양(汾阳) 현(县). 감독의 실제 고향인 이 시골 마을에도 어김 없이 개혁 개방의 물결이 스며든다. 마오쩌둥(毛泽东) 고향 샤오산(韶山)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시골 마을 실외무대에 등장한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되면서 사라져 갈 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유행하는 화장품과 옷, 외국영화, 팝송 번안 곡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혁명가 대신 유행가에 맞추어 춤을 추며 젊음을 발산한다.

20대 초반의 밍량(明亮), 장쥔(张军), 루이쥐엔(瑞娟), 중핑(钟萍)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자 '국가의 자랑스런 선전 가무단원'이었지만 개혁 개방과 함께 시장경제의 물결에 따라 이제 자립해야만 한다. 어떤 이들은 그저 남아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리저리 떠도는 유랑극단으로 변해가야 하며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쥔이 개혁개방의 도시인 광저우(广州)를 다녀온다. 대도시 물을 먹고 돌아오며 이 시골에도 전자시계, 유행 옷과 녹음기 그리고 기타가 유입된다. 밍량은 장쥔이 가져온 엽서에 그려진 고층건물을 동경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돈을 모아 기타를 사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당시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독일출신 그룹의 '징기스칸'을 따라 부른다. 다 쓰러져 가는 성곽 위에서 세련된 유행 리듬을 만끽하는 모습은 역설적이고도 비장해 보이기조차 한다. 대륙을 호령했던 '징 징 징기스칸'을 부르며 짐을 나르는 모습은 신파조의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집안에 모여 디스코 춤을 추기도 한다. 가슴 속에 품은 열정을 춤으로 마구 풀어낸다.

이제 젊음의 최대 화두인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장쥔과 중핑은 서로 사랑하고 가족들과도 사이가 좋다. 여기저기 떠돌며 공연을 다니지만 함께 있으니 힘들지 않다. 그러나 중핑은 빨리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장쥔은 흔쾌히 동의하지 못한다. 둘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하기도 한다. 중핑은 함께 여관에 투숙했다가 공안에 잡혀 수모를 당한 후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밍량의 집안 분위기는 어둡다. 그래서 그 또한 어둡다. 가난한 살림에도 아버지는 바람만 피우고 급기야는 시내에 가게를 내 살림을 차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피곤함과 아버지의 바람에 지쳐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그런 어머니에게 이혼을 권유해 보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밍량과 루이쥐엔도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지기로 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밍량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루이쥐엔 부모의 반대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이후로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한다. 루이쥐엔은 가무단을 나와 취직하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다. 밍량은 연정이 남아있어 더욱 외롭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두 쌍의 가무단원 연인들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성터에서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병원을 찾아가 낙태하고 중핑과 루이쥐엔은 담배를 배우기도 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혼자 춤을 추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의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이러한 장면들은 당시 모습을 이해하는데 좋은 볼거리이다. 

밍량을 비롯해 민영화된 가무단원들은 자생하기 위해 시골을 돌며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영화는 주변인물들이지만 영화의 주제를 확연하게 살려내는 무시 못할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한 탄광촌에서 밍량의 사촌 동생 싼밍(三明)을 만난다. 싼밍 역시 20대 청춘이고 밍량보다 더 어린데도 생기가 없고 게다가 문맹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중핑은 벙어리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언덕을 넘어가는 싼밍을 카메라는 한참 동안 비춘다. 마치 죽음의 길을 가는 사람을 지켜보듯.

공연을 시작하기 전 사회자는 세 번 감사를 표시한다. '영원히 당 중앙을 보위하자(永远保卫党中央)'고. 관객들 중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누군가 무슨 말을 던졌는지 모르나 하하하, 깔깔깔 웃는다.

싼밍은 벙어리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며 탄광에서 생사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일을 한다. 그리고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가사의 노래 '워더중궈신(我的中国心)'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아니 굳이 중간에 배치했다.

그리고 이어 마을 떠나는 밍량에 뛰어 쫓아온 싼밍은 5위엔을 주며 여동생 원잉(文英)에게 '반드시 대학에 진학하고 이 마을로 돌아오지 마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한다. 벙어리마냥 말 없이 살아가는 싼밍이 누구보다 더 심지가 굳고 결연하다. 탄광으로 되돌아가는 싼밍의 모습이 길게 이어진다.

싼밍과의 에피소드는 가무단의 공연,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와 계속 서로 교차된다. 이 '의도된' 편집에는 '공산당'과 '중국'이 메시지이다. 그리고 목숨 걸고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의 삶도 함께 던지고 싶은 메시지이다.

싼밍과 헤어지고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트럭이 고장 나서 멈춘다. 밍량은 노래테이프를 튼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는 <잔타이>.

아주 긴 플랫폼, 길고 긴 기다림 长长的站台 漫长的等待
아주 긴 열차, 기나긴 사랑을 싣고 长长的列车 载着我长长的爱
아주 긴 플랫폼, 적막한 기다림 长长的站台 寂寞的等待
사랑은 시작만 있을 뿐 돌아오지 않네 只有出发的爱 没有我回来的爱

유행하던 록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기적소리가 울린다. 트럭에 탔던 일행은 모두 기차를 향해 뛰어간다. 기차는 철로를 따라 빠르고 힘차게 지나가고 철길 위에 서서 기차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은 함성을 지른다. 기차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알 듯 모를 듯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던 그들을 카메라는 한참 동안 잡고 정지하고 있다. 적막하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한 기차처럼. 그렇게 떠나버린 사랑 혹은 희망처럼 멍하니 말이 없다.

고장 난 트럭을 고치지 못하고 일행은 여관에 투숙한다. 장쥔과 중핑은 함께 여관에 있다가 발각돼 공안에 끌려간다. 결혼증명서가 없이 함께 여관 방에 있으면 법률 위반인 것이다. 상실감과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쌓여 결국 중핑은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리고 만다. 장쥔은 밍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흐느적거리며 '징기스칸'의 후렴구를 부르며 운다.

가무단은 이번에는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상설 공연을 시작하지만 반응이 형편 없다. 드디어는 미미(咪咪)와 하하(哈哈) 쌍둥이 자매를 내세워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싱가포르 공연을 막 마치고' 왔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본다.

공연을 하려고 아저씨들 앞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나, 국도 한 쪽에서 트럭을 무대로 춤을 추는 자매의 모습이 가련해 보이기조차 한다. 다시 지방을 돌아다니다 사막의 막다른 길까지 간다. 가무단은 도대체 이래도 저래도 희망이 없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인기드라마를 보던 밍량은 답답한 나머지 오랜만에 루이쥐엔을 만나지만 그저 서먹서먹하게 안부를 주고 받는다. 담배를 나눠 피고 잡담을 주고 받는다. 지붕 위에 올라가 사람들은 눈을 치우고 도시는 질퍽거린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밍량은 아버지를 찾으러 한 가게를 찾아간다. 그러나 아버지 소식을 알 길이 없다.

그리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 대사가 들려온다. '우선 이 약 먹어. 병 나으면 함께 바닷가에 가자' 하고 '네. 저도 파도 소리 듣고 싶어요' 한다. 그리고 루이쥐엔의 남편은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루이쥐엔은 아이를 안고 있다. 드라마 대사에 이어 스포츠 중계방송이 들린다. 주전자 속 물이 끓고 있다. 주전자에서 뿜어 나오는 김을 보며 아이가 재미있어 한다. 루이쥐엔은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하며 아이에게 보여준다. 주전자에서 나는 소리. 그것은 마치 기적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남편은 여전히 쇼파에 퍼져서 일어날 줄 모른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삽입곡 '잔타이(站台)'는 당시 유행가로 이 영화의 제목이다. 희망이라는 기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리라. 기차가 힘차게 떠나가듯 지금의 현실이 결코 좌절만은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꿈을 펼쳐갈 든든한 기둥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현실, 그것이 '잔타이'인 것이다.

영화는 롱테이크, 느린 패닝, 스틸을 보는 듯한 화면의 연속이다. 이 지루한 카메라워킹이 결코 가볍거나 건성으로 보이지 않은 이유는 현실의 시간과 공간의 적나라한 노출 그 자체 때문일 것이다.

사회 현실을 마음껏 드러낸 영화에 적응한 사람이 아니라면 졸립고 심지어 우울해져서 끝까지 영화를 보기 힘들 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영화산업의 스토리라인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고정된 화면 속에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회현실과 무참하게도 젊은이들의 몸부림이 소리 없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장면 곳곳에 뿌리 박혀 있는 사람들의 순수한 욕망과 좌절이 카메라의 눈속임이 아닌 감독의 진심 어린 눈으로 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장커는 <샤오우(小武)>로 성공한 후 훨씬 더 세밀하게 사회적 관계를 리얼하게 드러낸 영화 <잔타이(站台)에 이어, 2002년에는 <런샤오야오(任逍遥)>를 발표해 고향 시리즈 3부작을 완성한다. 고향을 배경으로, 기억의 편린들을 꺼내어, 지방 사투리를 전편에 걸쳐 구사하며 중국의 변화무쌍했던 80년대의 생활상을 최대한 느린 카메라로 잘 보여주는 솜씨는 중국 영화의 새로운 비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그의 영화에는 건달이거나 부랑자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젊은 날의 초상'을 표현하기 위해 라디오와 TV로부터 흘러나오는 대중음악을 모티브로 잡아내는 감각은 아주 탁월하다.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는데 음악이야말로 영화작업의 필수적 코드라 할만하다. 이 영화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혁명가곡과 유행음악이 서로 상호작용해 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현실에 발 딛고 살아도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는 시인의 말처럼 감독은 고된 현실을 모두다 늘어 놓았지만 그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의 영화가 느리지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장커는 1970년 생으로 1997년 6세대 영화감독의 산실인 베이징전영학원을 졸업했다. 중국 6세대 감독들 중 해외 인지도가 가장 높으며 6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일관되게 서민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해외영화제에서 호평 받는 중국 신세대 독립영화 제작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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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form 
7.2
감독
지아 장커
출연
양려납
정보
드라마 | 중국, 프랑스, 홍콩, 일본 | 193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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