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중문화

조선족 여가수여, 중국으로 돌아가라!

최종명 작가 2009. 5. 6. 16:49

SBS의 보도로 한국 온 중국조선족 여가수 김미아


지난 4월 중순 SBS TV보도가 된 이후 우리 언론이 중국의 한 여가수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가수가 우리 언론에 화제가 된 일은 거의 드물다. 중국 정상급 가수라도 우리 언론은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 시청자들이 중국가수의 품질에 대해 상품성을 갖지 않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미아, 한국에 오다 … 그녀의 ‘아리랑’ 속 의미” (SBS TV)

“中서 스타 된 조선족 가수 김미아 ‘스타킹’ 출연 위해 한국 오다” (국민일보)

“조선족 가수 김미아 ‘인순이 선배처럼 되고 싶다’” (스포츠칸)

“’꽃보다 미아’ … 그녀가 왔다” “13억 중국을 사로잡은 ‘아리랑’” (SBS TV)

 

우리 언론, 특히 SBS는 화제를 주도하고 있다. 4월 13일 처음 ‘13억 중국을 사로잡은’ 김미아(金美儿)를 느닷없이 TV보도하면서부터이다. 이어 별의별 인터넷언론과 지면언론 연예면은 온통 그녀가 부른 ‘아리랑’을 화제의 뉴스로 거듭 카피해 재생산하고 있다.

 

뛰어난 노래 실력과 미모에, 우리 말로 부른 아리랑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중국 관영 CC-TV가 주최하는 '스타탄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무려 3천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김미아 씨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SBS TV)

 

SBS 보도에서 언급한 ‘스타탄생’은 바로 CCTV의 ‘싱광다다오(星光大道)’라는 종합오락프로그램이다.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 형식의 가수 등용문 비슷한 콘테스트를 겸하고 있는데 김미아 씨는 2008년 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위 기사로 생긴 선입견만큼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다고 봐도 좋겠다. ‘3천여 명의 경쟁자’ 그리고 ‘우리 말로 부른 아리랑’, ‘중국 관영’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 언론의 입맛에 딱 맞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인터넷 기자들에게 별 생각 없이 쓸 기사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바로 조선족 동포이며 ‘아리랑’을 부르고 중국CCTV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발탁’됐다는 사실 등이 그녀를 서서히 스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SBS 오락프로그램 ‘스타킹’에도 출연해 노래를 하기도 했다.

 

처음 SBS TV뉴스를 본 후부터 ‘어? 지난해 말 싱광다다오가 넉 달이나 지나 왜?’, ‘조선족 여가수에 왜 갑자가 관심을 가질까?’ 다소 의아했다. ‘싱광다다오’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고 보도하는 걸까?

 

‘싱광다다오’는 가수의 꿈을 지니고 신청한 일반인들이 매주 경쟁을 벌인다. 월 결선을 치르고 1년에 한번 최종 결선을 펼쳐 우승자를 뽑는다. 그러니 3천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2008년 연말 김미아 씨가 우승했을 당시 모두 9팀이 결선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 중 동상(季) 1팀, 은상(亚军) 2팀, 금상(冠) 3팀이 뽑혔다. 이상하게도 금은동이 반대로 된 듯하다. 김미아 씨는 3팀의 우승자 중 한 명이다.

 

왜 그럴까? 최종 결선에 오른 팀들은 대체로 이미 가수에 가깝다. 김미아(본명 金梅) 씨 역시 이미 <신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불러 가수로 입문했으며 CCTV와 KBS의 한중 가요제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공동 우승한 장위() 역시 2006년 모 청년가요제에서 상을 받아 가수로 활동 중이었다. 쥬위에치지(玖月奇迹)라는 남녀 듀엣 역시 공동 우승했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배우 및 가수로 활동 중인 팀이다. 은상 동상은 물론 최종 결선에 오른 팀 대부분 상황이 엇비슷하다.

 

그러니 신인 발굴을 위한 콘테스트는 아니다. 그런데도 수 천명의 일반인들이 참여해 꿈을 키우고 있다. 그야말로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우승자를 정하는 방식도 구태의연하다. 가수나 코미디언, 배우나 작곡가 또는 유명인 등 4~5명이 심사위원으로 나와 소감을 말하고 우승자를 정한다.

 

김미아 씨가 우승한 2008년도는 4회 째였는데 대체로 매년 비슷한 포맷이다. 그러니 1회부터 지금까지 우승한 팀들은 현재 중국대중음악계에서 그다지 별볼 일이 없다. 그나마 제1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펑황촨치()라는 남녀 듀엣만이 ‘위에량즈상(月亮之上)’이란 노래를 히트시킨 정도.

 

<싱광다다오>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국의 수 많은 가수지망생들에게 갈 수 없는 길을 열어놓고 기존 신인 가수들을 위한 나눠먹기식 쇼’나 다름없다. 쇼 프로그램이지 노래자랑대회나 가수등용문은 더욱더 아니다. 설사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 해도 그것은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스타와는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그래서, SBS가 호들갑을 떤 ‘3천명’이나 ‘스타탄생’은 정확하게 평가하면 ‘순진한 가수지망생을 우롱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탄생’이 될 지 안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싱광다다오’는 2004년 중국대중문화산업에 일대 획을 긋는 대성공을 거둔 ‘차오지뉘셩(超), 이하 차오뉘’를 모방하고 있다. ‘차오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가수가 되는 길을 완전 개방했다. 중국사람들은 가수가 되려면 ‘돈’이나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꺼번에 바꾸고 실력만 있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방방송국 후난(湖南)TV가 보여줬다.

 

신청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매번 자신의 실력을 그대로 뽐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이 핸드폰을 통해 직접 우승자를 뽑는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 일어났고 전국의 13억 중국사람들이 그야말로 흥분했다. 그렇게 최종 결승에 오른 여가수들은 지금도 스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4년도에 배출된 안여우치(安又琪)와 장한윈(含韵)은 전 국민의 뜨거운 인기로 지금까지 변함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5년도는 스타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1등을 차지한 리위춘(李宇春)은 중성적 이미지와 보이스칼라로 일약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으며 저우비창(周笔畅), 장징잉(张靓颖), 지민자(敏佳), 황야리(雅莉)까지 전국적 스타가 됐다. 2006년도에는 최종 결승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치열한 실력 발휘로 상원제()가 우승했지만 탄웨이웨이(谭维维)와 리나() 역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후난TV를 통해 인기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왼쪽부터) 리위춘, 저우비창, 장징잉.ⓒ 후난TV


[참고] 중국의 가수 등용문, 2006년 초급여성 대단원의 막 내려
 

어느 정도 인기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리위춘은 가는 곳마다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리위춘의 소속사인 TR뮤직(太合)를 인수한 SK텔레콤의 김광섭 총재는 ‘리위춘을 비롯 중국가수들은 한국의 비에 비해 10배, 100배 이상의 인기스타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아마추어로서 정규 음악수업을 받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가수에 오르는 뛰어난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었다. 실력과 개성을 갖추고 광범위하게 TV프로그램에 뛰어든 것도 공정한 심사와 실력 발휘의 기회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싱광다다오’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오락프로그램의 하나일 뿐이다. 방청객들도 직장, 노인정 등에서 다 동원된 듯한 모습이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열성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를 치는 차오뉘에 비해 점잖다. 과연 어느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더 열광할 것인지 유치원생도 알 일이다.

 

우승자가 세 팀이라는 것도 정말 우습지 않은가.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 혹시 기획사와 짜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당연한 의문을 품는다. 김미아 씨의 소속사 베이징바이디에문화(北京百碟文化)는 4인조 조선족 그룹 ‘아리랑중창단(阿里演唱)’ 등과 몇몇 조연급배우를 키우고 있으며 한국배우 및 가수들의 중국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니뮤직이나 TR뮤직 등 메이저 소속 가수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4인조 그룹 ‘아리랑’으로 재미를 본 김에 아예 이번에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김미아 씨에게 ‘신아리랑’이라는 컨셉을 잡았다. 2007년도에 한 같은 기획사 소속 남자가수와 함께 이미 듀엣으로 부른 노래를 들고 나왔다. 예선전을 거치며 팝송과 중국노래를 부르더니 느닷없이 결선에서 이 ‘신아리랑’을 불렀다.

 

정말 김미아 씨가 중국에서 제대로 스타로 대접 받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 소수민족의 정서를 포장해 노래를 부르는 수준으로는 스타로서의 대접을 받기 어렵다. 티베트 출신으로 중국 내 최고의 가창력 있는 가수로 인정 받는 한홍(韩红)도 있다. 또한, 조선족 가수로서 정상급에 오른 중국가수들의 맥을 이었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조선족 가수로는 중국 로큰롤의 대부 최건(崔健)이 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중국 대중음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지금도 그의 콘서트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대형 가수이다. 중국음악계에서는 ‘천재’ 가수로 평가되는 그는 ‘중국의 신중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존경 받는 인물이다. 또한, 중국의 젊고 세계적 명성을 지닌 6세대 리얼리즘 감독들인 장위엔(), 장원(姜文)과 <베이징잡종(北京杂种)>, <일본 놈 왔다(鬼子)> 등에 영화음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중국대중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최고의 음악가로 추앙 받는다.

 

조선족 여가수로는 김해심(金海心)을 꼽을 수 있다. 본적이 연변조선족자치주이고 베이징에서 출생한 그녀는 피아노와 플루트를 전공했으며 가창력과 스타성을 인정 받아 소니뮤직을 통해 데뷔한 이래 특급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상급 가수들이 함께 부른 2008 베이징올림픽 노래인 ‘베이징환잉니(北京)’에도 참가했으며 최근 발매된 앨범 <호흡. 사랑(呼吸.)>은 한때 랭킹 1위에도 오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부러 조선족이라고 내세우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특히 김해심의 경우는 중국사람들조차 조선족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즉, 조선족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미아 씨가 ‘우리 말로 아리랑을 부르고 CCTV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결코 자랑스럽거나 뿌듯하다거나 하지 않다. 우리 언론입장에서야 그녀가 ‘대단한 자랑거리’ 또는 ‘눈요기’가 될 지는 모르지만 ‘민족’에 기대어 마케팅을 하려 한다면 반갑지 않다. 설마 한국 대중음악시장에 뛰어들 요량이라면 아무리 봐도 그 생명력이 길어 보이지도 않는다.



[참고] - 박진영의 'JYP' 소속 중국가수 장샤샤
 

중국 최고의 레이블 회사인 TR뮤직를 인수하고 박진영의 JYP와도 합작해 유명해진 SK텔레콤의 중국 엔터테이먼트 사업을 총괄하는 김광섭 총재는 ‘이제 한류를 팔던 시대는 지났고 From china to Global을 지향’해야 한다고 하면서 중국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가수를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한류의 대안이라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의 가수 비보다 훨씬 인기가 높은 저우제룬(
周杰伦)이 지닌 실력과 스타 기질을 겸비한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어로 부르는 그 어떤 노래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며 외국인이 중국대중문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베이징에 있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 JYP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20살의 장샤샤(沙沙)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녀는 매일 춤과 피아노를 배우고 치열한 노래연습으로 가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대중문화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그녀의 열정을 보면서 속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다.

 

25살의 김미아 씨는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자랑도 아니고 열등감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지 않으면 그녀가 갈 곳도 없다. 치열하게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 언론이 결코 그녀를 가수로서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오락프로그램의 '스타킹' 같은 일회용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국'의 호들갑에 너무 기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미아 씨가 인지도를 높이는데 '아리랑'이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노래, 자신의 혼을 담은 앨범으로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더 큰 레이블사, 더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최건이나 김해심처럼 조선족을 대표하는 훌륭한 가수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민족이란 공감대에 의존해 성공한다는 것은 허망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언론에 알려지고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중국 내 조선족 동포와의 공감대 형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겠지만 대중문화 시장에서는 오로지 개성과 실력, 그리고 창의적인 접근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현실일 것이니 말이다. 한눈 팔지 말고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추신 1) 오후 7시 10분

연합뉴스를 비롯해 우리나라 언론 중에 그녀의 소속사를 백첩문화예술유한회사 등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네이버나 다음의 '인물정보'를 참고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는 백접문화(百碟文化)의 잘못으로 보여집니다. 첩이 아니라 접시라고 할 때의 접입니다. 크리티칼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제 캡션에 대해 시비를 걸지도 몰라서 댓글을 남깁니다.

다만, 제가 소속사 회사의 블로그 등을 통해 확인하고 네이버 등의 전자사전을 참고했는데, 이 과정이 문제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분명 '첩'이 아닌 '접'입니다.

참고하세요!



추신 2) 오후 7시 12분

이 글은 조선족 동포 여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혹시 보시기에 지나친 면이 있더라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 읽었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