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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한마음걷기대회에 참여한 초등학생
 



지난
19일 토요일 베이징 거주 한국인이 무려 500여명이나 모였다.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모인 가장 큰 옥외행사가 아닐까 싶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이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주최한 베이징 주민 대상 한마음걷기대회행사에 7개 등산 및 여행동호회 회원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아침 8, 각 동호회는 한인타운 왕징(望京)을 출발, 9 30분경 대회 장소에 집합. 바람이 좀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지만 주최 측의 예상을 넘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중국친구에게 토요일에 한국인 수백 명이 모이는 등산대회 간다고 했더니 그거 안될 텐데요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옥외집회 허가가 쉽지 않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협의회가 공식 허가 받은 단체이니 그나마 가능했다
.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행사 장소인 베이궁삼림공원(北宮森林公園)은 식목일마다 나무심기 한중우호림지역이어서 쉽게 허용된 듯싶다.


베이징 서쪽 펑타이구
(丰台)에 위치한 공원, A 4(1부터 5까지 A 숫자 표시로 관광지 표시를 함)인 등급의 공원답게 깨끗하고 정비가 잘 돼 있다. 입장료까지 주최 측이 다 부담한다. 차량과 점심 도시락, 그리고 경품까지 많은 예산이 필요한 행사이다. 주최 측은 10만위엔( 18백만원)의 예산으로 치러지는 행사라고 한다. 자문위원들이 십시일반 출연해 경품 등을 조달했다고 한다. 베이징 최대 행사답게 경품이 굉장히 많다. 경품이 많아서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겠지만 경품 제공자 명단이 걸린 현수막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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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간단한 행사가 진행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 그리고 묵념이다. 뜻밖에도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국선열에 이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라는 말까지 나와 다소 놀랐다. MB정부가 묵념 멘트를 추가한 것인가? 궁금했다. 등산동호회 박성만(69)씨에게 물었더니 글쎄 한국을 오래 떠나와서 모르겠는데라고 한다.


이훈복 협의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베이징협의회가 생긴 경위도 설명한다. 이어 최광순 선관위 공사가 재외국민 투표 절차 등에 대해 소개한다. 협의회 자문위원들도 모두 나와 인사한다. 기존 예산 외에 경품을 자문위원들의 자비로 부담했다고 한다. 베이징 사회에서 공인의 위치에 있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하니 고맙다고 생각할 일이다.
 


사회자가 걷기대회 후 오후에 경품 제공
OX통일퀴즈가 열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협의회의 소개책자를 나눠준다. 소개책자 내용을 읽어보면 퀴즈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곁들인다. 그리고 경품은 비행기 티켓을 포함해 아이패드2, 아이폰, 고급 양주 및 중국명주 등 아주 많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어른뿐 아니라
3살 어린이부터 초등학생, 대학생까지 학생들도 다수 참가했다. 경품에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저기에서 급 호응과 환호성이 터졌다. 버스를 함께 타고 간 초등학교 6학년 지희 역시 눈빛이 반짝거렸다.


산악트레킹이자
평화통일 기원 한마음 걷기대회가 시작된다. 해발 321미터인 얕은 산이지만 500여명이 한꺼번에 오르니 참 길고도 느리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줄줄이 오르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즐거운 도보행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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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도 걸려 정상에 있는 누각 반샤거(伴霞) 올랐다. 동반자와 함께 노을을 보는 누각이란 뜻이니 참으로 낭만적이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기념사진을 찍느라 한창이다. 사람들이 사진 찍는 너머로 황폐하게 변한 산이 드러난다. 절반을 두루 깎고 아래에는 채석 가공하는 공장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한중우호림 사업의 일환으로 심은 나무들이 아직 앙상한 자라고 있다. 푸른 베이징을 만들기 위해 한국인들이 매년 엄청나게 나무를 심어대는데 한쪽에서는 산을 허물고 있구나 하는 탄식이 든다.
 



줄곧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 줄곧 지희가 협의회 책자를 들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읽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 설립연도, 전국 해외 협의회의 개수, 심지어 협의회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항목까지 달달 외운다.


지희
, 학년? 6학년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키가 ? 아직 170 안돼요. 한국국제학교 다니니? 아니요, 중국국제학교 다녀요. 그런데 책자를 외우고 있는 거야? 여기서 OX문제 나온다고요. 그럼 상품 타려고? . 아이패드는 거에요. 자신 있어? 숫자까지 외우면 되겠지요.


슬쩍
속셈을 떠봤더니 결국 아이패드 때문이다. 옆에서 5학년인 수현이도 책자에 몰입해 있다. 둘은 함께 붙어 다니며 계속 치열하게 암기를 한다. 경치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오로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속에 빠져있다.


중턱에서 잠시 앉아 동호회 회원끼리 간식을 먹는 자리를 가졌다. 지희와 수현이도 자리에 앉았다. 어른들 옆에서 끊임 없이 ~공한다. 사람들이 그럼 우린 지희 따라 가면 되겠네?라고 놀릴 정도이다.


다시
행사장에 모였다.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잠시 휴식시간이다. 역시 지희와 수현이는 다시 한쪽 구석에 모여 또다시 공부를 한다. 조금 걱정이 옆에 다가가 어른들 위한 퀴즈가 아닐까, 설마 초딩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겠냐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 한사코 신경 쓰지 마라는 진지하다. 어린이 장기자랑대회에 나가도 경품 받을 거야 했더니 오로지 아이패드 외에는 관심이 없다.


갑자기
수현이가 묻는다. 평화통일 역량 결집이라는 뜻이 뭐냐는 것이다.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여러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가는 거야라고 했더니 어른들 말은 너무 어려워라며 겨우 이해된다는 표정이다. 숫자도 외우고 낱말 뜻풀이까지 정말 굉장한 의욕이다.


드디어
퀴즈대회가 열렸다. 500여명이 좁은 행사장에 함께 모이니 정말 복잡했다. 한가운데 하얀 끈이 둘러졌다. 사회자는 사람들을 통솔하느라 마이크가 터져라 소리를 질러댄다. 자리가 서서히 잡히자 드디어 문제를 낸다.


뜻밖에도
연평도 문제이다. 책자에 없는 내용이다. 아차 싶었지만 어쩔 없는 노릇이다. 연평도 사건으로 사망한 총인원은 4명이다. 맞으면 O, 틀리면 X라니? 웅성거리는 소리, 망설이는 모양, 눈치 보거나 상의하는 눈짓. 손을 잡고 있던 지희와 수현이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봤다. 실망한 눈빛이 역력하다. 사회자가 빨리 결정하라는 소리가 소음처럼 다가온다. 둘은 나란히 X 이동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갔다.


연평도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누가 기억하는가? 하물며 초등학생 어린이로서는 통일조차 관심 밖인데 연평도라니. 책자에도 없는 시사문제에 당혹한 분명하다. 정답은 O라고 한다.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과 실망한 사람들로 분위기가 삽시간에 갈렸다.
 



그게
끝이었다. 지희와 수현이가 동상이몽 함께 다니다 손을 놓고 각자 놀기 시작한다. 지희에게 다가가 패자부활전 있다잖아, 실망하긴 일러라고 해도 ~ 필요 없어요라며 입이 삐죽 나온다.


아무리
평화통일 대회 해도 문제는 답답했다. 6.25전쟁, 대한민국 정부수립, YS정부의 실명제, 주한미군 주둔지 주제도 추운 날씨를 매정하게 했다. 변별력을 키워야 하니 사회자 말처럼 문제를 꼬아서 내야 빨리 우승자가 가려진다는 말에 그저 허허 웃음이 나온다. 점점 사람 숫자가 줄어들자 몇몇 사람들만의 집중이자 나머지 사람들의 산만으로 갈리기 시작한다.
 




경품은
푸짐하다. 50여명이 남자 라면5 1봉지를 모두에게 나눠줬다. 수없이 많은 경품이 두루 전달됐다. 최종 우승자는 88올림픽에서 한국의 성적은? 묻는 주관식 문제. 아주머니는 3위라고 했다가 아깝게 틀렸고 4위라고 아주머니가 대망의 우승, 비행기 티켓을 받게 됐다.


이어서
어린이 장기자랑대회가 열린다. 춤을 추기만 하면 초코파이와 어린이영양제가 어린이들 손에 기쁨을 선사했다. 아니 귀여운 춤을 즐기는 엄마 아빠들에게 즐거움이기도 했다. 대학생과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한바탕 춤을 추고 경품을 받아간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아직도 경품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희는 OX퀴즈에서 승리해 아이패드를 받고 싶었던 것인데 나중에서야 번호추첨으로 아이패드를 준다니 섭섭해 할지 모른다. 아이패드야말로 최고의 경품이니 당연 퀴즈 우승자의 몫이라 판단한 지희. 열심히 공부한 지희는 다시 ~ 실망하지 않았을까.


추첨하고
경품 나눠주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종류도 많고 양도 많다. 수십만 원하는 값비싼 물건도 있고 정성이 담긴 물건도 있다. 경품을 나눠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겁다. 날씨가 춥지만 가닥 기대 때문에 추운 줄도 모른다. 어린이에게 1000위엔( 18만원) 상당의 식사 증서가 당첨되자 많은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아이패드는 추첨으로 대학생이 받았다. 이제 남은 경품은 항공티켓 2. 티켓 장의 주인이 결정된 마지막 1장을 남겨두고 500여명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했다. 누구의 작사인지 누구의 작곡인지 몰랐다. 산을 오르내리며 지희가 소리 내어 외워서 귀동냥으로 알게 됐다. 안석주 작사, 안병원 작곡이라고 수도 없이 읽었던가 보다. 그래서 자연스레 알게 것이다.


지희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알아? 물었더니 몰라요. 처음 봐요라고 한다. 통일노래 보다 아이패드 때문에 외운 노래. 그래도 입을 조금 열며 어른들 따라 조용히 읊조린다. 실망이 언제였나 싶게 아빠 따라온 오늘 행사가 마무리되는 좋은 듯싶기도 하다.


주최
측은 내년에도 행사를 연다고 했다. 베이징 한국인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협의회의 성격이 무엇이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예산 외에도 많은 경품을 내걸고 호응을 얻은 것도 나쁘다고 없다. 하지만 다소 거친 진행이 아쉽다. 어린이와 어른, 노인까지 모이는 행사이니 좀더 세심한 배려와 소통의 자세로 행사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특히
, OX퀴즈 문제는 칙칙한 반공교육보다는 건전한 나라사랑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공교육 같은 통일교육이 지루하고 유치하다. 최후로 남은 경품, 비행기 티켓의 주인이 가려지고 마지막 사진촬영을 끝으로 모든 행사를 마쳤다. 행사를 마치고 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호수에 반사된 사람들 물결이 예쁘다. 맑은 호반 길을 걸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하루 종일 대통령 자문기구가 펼친 걷기대회 행사에 대해 저마다 서로 다른 느낌으로 통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각자 마음이 달랐겠지만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의 공감만은 같아 보인다.
 




호수
길에서 지희를 다시 만났다. 밝게 웃는 모습이 그저 초등학교 6학년이다. 통일 몰라도 아이패드 관심이 많은 아이다. 천안함 연평도 모르고 역사도 관심 없는, 똘똘하고 발랄한 예쁜 초등학생. 평화통일행사보다 아이의 우리의 소원은 아이패드때문에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웃을 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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