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기고/한국일보발품기행 105

페미니스트의 오래된 미래... '아버지가 없는 나라'의 어머니 호수

“어머니의 나라” 가모장제의 모쒀족이 사는 루구호를 가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윈난 민족 ④ 루구호 이 세상 마지막 남은 모계사회의 땅에 루구호(瀘沽湖)가 있다. 모쒀족은 ‘어머니 호수’라는 뜻으로 세나미(謝納米)라 부른다. 모계사회만큼 신비한 호수까지 있으니 출발부터 설렌다. 가깝지 않은 오지라 한번 마음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호수 가운데를 경계로 윈난과 쓰촨으로 나눠져 있다. 쿤밍에서 출발하면 쓰촨 남부 도시 판즈화(攀枝花)를 통과해 끝도 없이 북쪽으로 달려야 한다. 약 550km 거리다. 윈난 다리를 거쳐 가는 길보다 가깝다. 하루 종일 달려야 한다. 2015년에 호수 근처에 공항이 생겼다.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발품의 맛을 보긴 어렵다. {계속}

토림·석림·사림... 흙·돌·모래가 빚은 예술의 숲

모래, 돌, 흙의 삼림(三林)인 사림, 석림, 토림의 풍광을 유람하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윈난 민족 ③ 루량, 스린, 위엔머우 갑골문의 나무(木)는 단순했다. 나뭇가지와 뿌리가 글자가 됐다. 나무가 모여 숲(林)을 이뤘다. “시경”의 기회여림(其會如林)은 ‘그 깃발이 마치 숲과 같다’는 상나라 장병에 대한 비유다. 회를 모임이라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군대 깃발이 맞다. 고대부터 ‘숲’은 이미 나무만이 아니라 ‘여럿이 한군데 모인 사람이나 사물’로 변모했다. 선비가 모이면 사림(士林)이고 모래가 모이면 사림(沙林)이다. 석림(石林)과 토림(土林)도 있다. 윈난 삼림(三林)이라 부른다. 쿤밍 부근에 모두 있다. {계속}

꽃 자수에 구슬 총총… 여성만 쓰는 싸니족 모자의 비밀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모자를 쓰고 살아가는 민족이 있다니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윈난 민족 ② 멍쯔, 추베이, 뤄핑 1910년 쿤밍과 베트남 하노이를 잇는 철도가 개통됐다. 프랑스의 식민지 수탈 노선인 전월철로(滇越鐵路)다. 쿤밍보다 1년 먼저 벽색채(碧色寨) 역이 생겼다. 쿤밍 남쪽 260km 지점이다. 총 길이 855km의 철로는 해방 후 국제 물류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운행이 중단됐다. 기차역은 옛 모습을 간직한 관광지가 됐다. 훙허하니족이족자치주(紅河哈尼族彝族自治州) 주도 멍쯔(蒙自) 시 북쪽 30분 거리다. 그냥 역일 뿐인데 관광객이 꽤 몰린다. {계속}

'구름의 남쪽' 운남... 땀과 빛의 합작품 하니족 다랑논

구름의 남쪽, 신부의 연지 같은 다랑논에 취하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윈난 민족 ① 젠수이, 위엔양 ‘구름의 남쪽’이라? 지구 어디에나 있으니 분명 ‘구름’은 구름이 아니다. ‘윈난(雲南)’이란 명칭은 원나라 시대 처음 등장했다. 기원전 한나라 무제의 꿈에 등장한 지방이라는 소설은 잊자. 남조국(南詔國) 왕이 당나라 장안을 방문해 ‘남변운하(南邊雲下)’에서 왔다고 했다. ‘구름’은 운산(雲山)이었다. 지금의 다리(大理) 북쪽 계족산(雞足山)이다. 현이었다가 군, 다시 성 이름이 됐다. ‘구름’에서 내려와 지도를 보면 정답이 보인다. ‘한서(漢書)’는 전국(滇國)이라 했다. 쿤밍 남쪽 뎬난(滇南)으로 간다. {계속}

벼랑 위의 도로... 현대판 '우공이산'인가

절벽 뚫어 길을 만든 ‘현대판 우공이산’ 태행산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태행산 ② 창즈 징디 괘벽공로, 신용만천폭협 2004년에 중편소설 “한산(喊山)”이 발표됐다. 루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다. “산이 울다”로 번역됐다. 소녀가 납치돼 절름발이 남자에게 팔려간다. 살인자인 줄 알게 돼 혀를 뽑히고 벙어리가 된다. 시간이 흘러 남자는 남편이 됐다. 아이 둘과 함께 산촌으로 숨어든다. 남편은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다. 집으로 실려온 남편을 몰래 죽인다. 복수였다. 산자락에 올라 세숫대야를 두드리는데 무음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여인의 운명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번진다. 그렇게 슬프게 우는 산, 태행산이다! {계속}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태행대협곡'으로 충분

‘중국의 그랜드캐년’, ‘태항산’과 ‘타이항산’도 아닌 ‘태행산’이라 쓰는 이유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태행산 ① 린저우 태행옥척과 대협곡, 왕상암 태행산맥은 베이징, 허베이, 산시, 허난에 걸쳐 있다. 마치 길쭉한 한반도 모양으로 면적은 남한(대한민국)과 비슷하다. 예로부터 베이징부터 황하까지 ‘팔백리태행(八百里太行)’이라 불렸으며 명산과 협곡이 수두룩하다. 고개를 넘어 동서로 오가는 험준한 지레목도 8곳이나 된다. 산둥과 산시로 나누는 기준이기도 했다. 동남부에는 ‘중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대협곡이 있다. 허난과 산시의 경계에 위치한다. 먼저 린저우(林州)를 찾아간다. {계속}

꿈에라도 다시 한 번... 해발 4718m, 설산 품은 ‘하늘호수’

해발 4,718m, 설산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하늘 호수’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티베트 ④ 시까쩨 따씨휜뽀, 얌드록초와 남초 8세기에 토번에 온 인도 고승 빠드마삼바바가 ‘설원(雪原)의 중심은 라싸(拉薩)이고 다음은 녠마이(年麦)’라는 예언을 남겼다. 부처에 버금가는 고승의 혜안은 놀라웠다. 토번이 멸망한 후 영토가 분열됐다. 서부는 구게와 라다크 왕조가 지속됐고 본토는 왕조의 교체가 빈번했다. 싸꺄(薩迦)에 이어 파그루(帕竹) 왕조가 이어졌다. 14세기에 파그루 왕조는 황무지이던 녠마이에 궁전을 쌓았다. 17세기에 달라이라마 5세가 정권을 잡은 후 시까쩨(日喀则, gzhis ka rtse)라 불렀다. {계속}

티베트 불교 사원은 왜 마녀의 나신에 그렸을까

18금이 상상되는 마녀의 옆구리에 그린 티베트 최초의 불교 사원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티베트 ③ 쌈얘사와 윰부라캉 고대 인도에 어린 아이를 잡아먹는 마녀가 살았다. 나찰녀(羅剎女)다. 아이 잃은 부모들이 비통에 빠졌다. 석가모니가 교화를 시켰으니 법화경에 기록이 남았다. 전설이나 신화, 소설에 악녀로 자주 출몰한다. 수호지에 요괴로 등장해 손오공과 싸운다. 삼국유사는 수로왕의 설화를 빛내는 조연을 부여했다. 토번에도 등판한다. 1990년대 노블링카의 문물을 정리하다가 나찰녀가 그려진 탕카를 발견했다. 정확하게 언제 제작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모습이 꽤나 독특하다. 다리와 팔을 벌리고 벌렁 누운 나신의 형상이다. 상상해보면 18금에 가깝다. {계속}

달라이라마의 ‘아가씨’와 한용운의 '님'

달라이라마 6세의 ‘아리따운 소녀’가 티베트 식당 이름이 된 까닭?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티베트 ② 라싸 노블링카와 조캉, 바코르 달라이라마 6세 창양갸초(倉央嘉措, Tshangs dbYangs rGya mTsho)는 리탕에 간 적이 없다. 연인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는데 근거는 희박하다. 청나라 조정의 호출을 받고 이동 중에 행방이 사라지자 내분이 일었다. 달라이라마를 참칭하는 기간이 13년이었다. 시가 예언은 아니었다. ‘선학을 타고 인도에 가서 부처를 만나고 돌아오고 싶다’는 대목도 있다. 시가 예언이 됐다. 리탕에서 환생을 증명해 후세로 판명되는 전세영동(轉世靈童)이 나타났다. 라싸로 와서 교육을 받은 후 달라이라마를 계승했다. 7세 깰상갸초(格桑嘉措, bsKal bZang rGya mT..

봇·토번·티베트… 볼수록 감동, 고원 왕국의 포탈라궁

왜 ‘티베트’라 부르는 거야? 세계문화유산 포탈라궁을 세운 토번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티베트 ① 라싸 포탈라궁 해발 3,650m 고원에 위치한 궁가(貢嘎) 공항에 착륙했다. 구름을 뚫고 미끄럼틀 타듯 활주로에 내렸다. 구름은 눈높이에 있다. 날씨는 쾌청하고 공기는 하늘이 하사한 선물 같다. 2007년 7월, 티베트에 처음 도착했다. 지금은 기차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렸다. 라싸(拉薩, Lhasa)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모두 4번 갔는데 늘 짜릿한 걱정이 앞선다. 코앞이 바다인 곳에서 살았으니 당연하다. {계속}

모친에겐 먹통, 아내에겐 대패... 고대 천재 발명가의 지혜

노모와 부인을 위해 만든 먹통과 대패, 기원전 발명가의 지혜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제노 문화 ④ 짜오좡 제노 문화의 땅 산둥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1.5배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도시도 여러 곳이다. 중국은 성 하나도 넓다 보니 동남서북으로 나눠 시장이나 문화권을 이야기한다. 산둥의 약칭은 루(魯)다. 루난(魯南)의 중심인 짜오좡(棗莊)으로 간다. 짐작하듯이 예로부터 대추나무가 많았다. 지급시인 짜오좡 산하 현급시인 텅저우(滕州)로 간다. 취푸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져 있다. 기원전 5세기에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이 살았다. 시내 룽취안광장(龍泉廣場)에 두 기념관이 이웃하고 있다. {계속}

'공자님 말씀' 하면 꼰대? 배움에는 끝이 없다

노자를 만난 공자가 산비둘기를 데리고 간 까닭은?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제노 문화 ③ 취푸 공자가 노자를 여러 번 방문했다. 예(禮)에 대해 물었고 무위(無爲)라 답했다. “사기”, “좌전”, “공자가어” 등이 기록하고 있다. 노자 고향으로 추정되는 루이(鹿邑)에 가면 도관인 명도궁(明道宮)에 문예정(問禮亭)이 있다. 당시 최고의 석학인 노자를 찾아 문답하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오른손 검지를 곧추세우고 설명하는 노자다. 셋만 모이면 반드시 배울만한 스승이 있다고 공자가 말했다. 전국을 주유하던 공자가 노자를 만난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계속}

끝없는 계단, 갈수록 태산... 13황제는 어떻게 올랐을까

황제도 오른 ‘하늘 아래 뫼’ 태산에 올라 일출을 보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제노 문화 ② 지난, 타이안 산둥 땅으로 들어서면 핸드폰 메시지가 뜬다. 미사여구 다 필요 없다. 태산과 공자만으로도 익숙하고 친근하다. 기원전 제나라와 노나라 땅의 환영 인사다. 제나라는 쯔보, 노나라는 취푸가 도읍이었다. 지금 성의 수도는 지난(濟南)이다. 72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샘물이 솟아나기에 천성(泉城)이라 불린다. 한걸음에 천성광장에 있는 표돌천(趵突泉)으로 간다. ‘높이 뛰어오르는 샘’이라니 듣기만 해도 용솟음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