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앉은 학을 새긴 대문차마고도 마방 저택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14> 칠채 윈난 인문풍광 동연화촌

 

윈난 남부의 푸얼차(普洱茶) 수천km 떨어진 티베트에 전달됐다. 차마고도(茶馬古道) 멀고도 험했다. 윈난의 약칭을 (), 티베트의 약칭을 ()이라 한다. 당나라 이후 교역로로 자리잡은 전장고도는 다큐멘터리에서 마지막 마방으로 끝맺을 때까지 오랜 세월을 버텼다. 거의 3개월 걸렸지만 국도로 이틀도 걸리지 않는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길, 그 흔적은 찾기 어렵다. 길 위에 흘리던 피와 땀도, 마방도 사라졌다. 마방이 살던 차마고진을 찾으면 옛날의 영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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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강좌 다섯 번째는 "운남 차마고진"입니다.  '생명'의 푸얼차를 만드는 땅입니다. 마방의 땅, 차마고진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운남의 예쁜 하늘 여행을 즐깁니다. '구름의 남쪽' 운남 자연과 소수민족의 정서를 느낍니다. 쿤밍-젠수이-위엔양-다리-웨이산-시저우-샤시-펑위-리장-쑤허-옥룡설산-호도협-샹그릴라까지 강좌와 함께 문화여행을 떠납니다.


강의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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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의 또하나의 멋진 마을을 찾았다. 얼위엔洱源에서 한적한 도로를 따라 약 15km를 달려야 한다. 생각보다 길이 좋지 않아 거의 1시간 가까이 달린 듯 하다. 봉황의 깃털...봉우고진凤羽古镇이다. 마침 장날이라 백족이 장난 아니게 많이 나왔다. 시장을 벗어나 마을로 들어서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학교로 변한 서원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마을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동안 온갖 풍물과 만났는데 이국적인 농촌 분위기라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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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꿈에서라도 가고픈 마음이 든다. 방송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남겨준 고마운 설렘이다. 험준한 산과 협곡을 넘어가는 말(), 말과 하나의 운명으로 묶인 마방(马帮)의 고단한 행로. 말과 차의 교환을 위해 생겨난 머나먼 길, 차마고도는 생명의 근원이 살아 숨을 쉬고 있다. 해발 4m가 넘는 고원에 사는 티베트 사람은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만이 영양분이다. 여기에 풍부한 비타민을 공급하는 푸얼차(洱茶)와 소금이 합류한다. 차마고도가 기나긴 세월을 견뎌온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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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중국대장정(07) – 궁부장다 지나 민가 체험 그리고 라싸 도착

 

바야흐로 티베트 수도 라싸()가 코 앞이다. 400km, 이제 오체투지로 가도 금방일 것 같다. 다시 아침부터 달린다. 차창 밖 니양허(尼洋河)도 유유히 흐른다. 하늘이 좀 묘하다. 구름은 운무로 변해 산 아래를 휘감고 자리를 비운 하늘은 새파랗다. 8월 한여름 아침에도 긴 팔을 둘러야 하니 고도가 높긴 하다. 이제 티베트 차마고도를 달리는 일은 일상처럼 편안하다. 길도 더는 공사 중이 아니다.

 

Mp-07-01 니양허와 하늘, 구름

 

휴게소 표지를 슬쩍 보이더니 차가 멈춘다. 그런데 웅성웅성 시끄러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궁부장다(工布江) 휴게소로 들어가는 길옆으로 10여 대의 차가 줄줄이 섰다. 경찰이 모두 세운 것이다. ‘통로 공사 중 진입금지 벌금 100위안인데 들어선 것이다. 팻말을 모든 차량이 통로로 들어선 후에 세운 것이 문제였다. 함정수사인지 모른다는 의심은 아무리 티베트이라도 그냥 넘어가긴 힘들다. 우리보다 경찰에게 고분고분한 중국사람들도 실랑이를 벌이니 도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Mp-07-02 공사 중인 휴게소 진입로에서 벌어진 사건

 

30분여 분만에 상황은 종결됐다. 모든 차량이 벌금을 내는 것으로 항복했으니 예상보다 빨랐다. CCTV, 블랙박스 다 동원해 증거 들이밀면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귀찮다. 벌금 100위안도 현지 경찰서에 가서 직접 내야 한다. 대부분 외지인이었는데, ‘억울을 빌어 항의한 이유는 시간때문이다. 아름다운 티베트 하늘을 달리고 있으니 정말 재수 옴 붙은 날’. 벌금 내고 오는데 다시 1시간, 라싸로 가는 길이 지체됐다.

 

Mp-07-03 라싸 가는 길에 본 태소고성 표지

 

도로 옆에 태소고성(太昭古城) 표지가 보인다. 청나라 말기 번성했던 상업과 교통의 요지였다. 티베트와 교역을 하기 위한 점포가 빽빽이 늘어서 차마고도를 따라온 푸얼차(洱茶)도 진열됐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거리도 생기고 등촉 타는 향기 가득한 사원도 세우게 된다. 벌금만 내지 않았더라면 다리를 건너 구경하자고 우기고 싶다. 구름이 사라지고 다시 하늘은 본디 모습으로 돌아온다. 구름 반, 하늘 반이 딱 좋다.

 

점심시간이다. 정확하게 1 30. 벌금이 날려버린 시간만큼 에누리 없다. 국도 옆 자그마한 동네 이름이 쑹둬일촌(松多一村)이다. 소나무와 아무 상관 없다. 티베트 말로 무슨 뜻인지도 궁금하지 않으니 식후경이나 해야겠다. 메뉴에 눈에 쏙 들어오는 게 나타난다. 바로 페이창펀(肠粉)이다. ‘페이창대단히강조나 비하할 때 쓰는 페이창(非常)’과 성조만 다르다. 보통 은 가루를 원료로 만든 국수다. 고구마 분말로 만든 국수에 돼지 내장으로 우려낸 육수가 합쳐져 맛이 페이창하오(非常好)’.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얼큰하고 시원하다.

 

Mp-07-04 ‘페이창하오인 페이창펀

 

1시간을 달려 미라산(米拉山) 고개에 이른다. 가파르게 오른다 싶더니 해발 5,013m. 여전히 숨이 가쁘다. 잊었던 심장도 박동을 시작하고 머리도 아프다. 블랙야크 조각상 옆에는 야크 뿔을 판다. 야크 목에 걸린 카딱()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려도 마냥 즐거운 인증이다. 고원을 바라보며 앉은 개는 무엇을 바라보는 것인가? 벌판으로 뛰어내려 달리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차마고도 마방처럼 숨 가쁘게 달리지 않고 고원을 바라보며 늘 파란 하늘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고 싶어진다.

 

Mp-07-05 미라산 고개의 블랙야크


Mp-07-06 미라산 고개에서 초원을 바라보는 개

 

해발 4,000m에 자리잡 은 르둬샹(日多) 마을에 온천지질공원이 있다. 일찍이 8세기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로 숭상되는 연화생대사(莲花生大师)가 르둬온천을 찾아 죄얼(罪孽)을 씻어내고 영혼(灵魂)을 정화해 자선과 관용의 마음을 간직하게 되니 공덕을 쌓게 된다.’고 불경에 기록했다. ‘백병(百病)’을 치유한다고 예언처럼 노래하기도 했다. 1,300여 년 전 조사()의 말씀 덕분인지 보물로 여긴다.

 

산천초목이 온통 약초인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어찌 보배가 아닐런가? 설산에서 흘러 깊게 가라앉았다가 끓어오른 물의 온도가 최고 83도나 된다. 겨울이면 더더욱 추운 고원에서 온천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천길 낭떠러지를 넘어온 마방에게도 신의 가호가 아니었을까? 수질도 청량하지만, 성분도 의료온천으로서 가치가 있다. 2002년 국토자원부에서 국제의료온천표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말 온천호텔에서 하루 푹 몸 담그고 싶다.

 

Mp-07-07 보물 같은 르둬온천

 

르둬샹을 조금 지나 국도 옆 티베트 민가로 들어간다. 사람 사는 일이 모두 비슷하겠지만 티베트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햇빛에 그을린 얼굴, 이목구비가 반듯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에게 우선 쑤여우차(酥油茶)를 따라준다. 청보리인 칭커 가루로 수분을 묻힌 참파(糌粑)와 함께 주식으로 마시는 음료다. 야크로부터 얻은 버터인 쑤여우는 지방질만 풍부해 비타민이 많은 푸얼차와 소금을 넣고 흔들어 섞어주면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이다. 대나무 통에 골고루 넣고 긴 작대기로 휘휘 젖는다. 고원지대에서 얻기 힘든 차를 짊어지고 끊임없이 피눈물을 흘렸던 보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5배 이상의 이문이 남는 장사이긴 했다.

 

Mp-07-08 티베트 민가에서 마신 쑤여우차


Mp-07-09 쑤여우차 마시는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

 

티베트 사람에게는 차와 소금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쑤여우차에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온다. 옛날 옛적에 A촌락의 토사(土司) 아들 원둔바(顿巴)B촌락의 토사 딸 메이메이춰(美梅措)서로 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두 마을은 오랫동안 원수 집안이었으니 문제였다. 결국, 딸의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원둔바를 살해했다. 원둔바의 장례가 화장으로 치러지는 때 메이메이춰는 불길로 뛰어들어 순정(殉情)하고 말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둘이 죽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사랑의 힘이 놀랍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결말이 좀 신비하다. 중국 4대 전설인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台)’는 결국 한 쌍의 나비로 승화한다. 티베트는 훨씬 강렬한 감동이 있다. 산화한 처녀는 차나무의 찻잎이 된다. 먼저 죽은 총각은 염호의 소금으로 환생한다. 티베트 사람들이 매일 쑤여우차를 만들 때마다 서로 다시 만나 하나가 된다. 나비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아닌가? 천추에 길이 빛날 영수불후(永垂不朽)라 할만하다.

 

Mp-07-09 티베트 민가의 어머니와 아들의 목완


Mp-07-10 티베트 민가체험 중 만난 소녀의 미소

 

쑤여우차는 버터 향 짙은 미숫가루 같다. 하루에도 50잔 이상 마시는 게 보통이다. 티베트 사람은 집에서나 외출할 때나 틈만 나면 마시기에 잔도 늘 들고 다닌다. 두루마기에 모시고 다니며 한평생 사용하는데 대부분 목완(木碗)을 사용한다. 나무 사발은 신랑을 만나 종신계약에 사인하는 신부와도 같다. 그래서 재미난 민가도 있다.

 

연인과 함께 하니 부끄럽고             带着情人吧害羞,

연인과 헤어지려니 애타네              丢下情人吧心焦.

연인이 목완과도 같다면                  情人如若是木碗,

가슴에 품어야 더 좋으리라             藏在怀里该多好.

 

Mp-07-11 티베트 민가체험 중 찾아온 친척과 동네사람

 

어머니와 아들은 평생 친구인 목완을 꺼내 쑤여우차를 마신다. 손님이 오면 함께 마시는 게 예의이자 풍습이다. 바깥에는 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찻잎이 된 처녀와 소금이 된 총각을 떠올리며 모두 차를 마신다. 수 천km를 달려온 푸얼차와 소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사람들이다. 전설로라도 오래 잊지 말자는 인지상정이다. 사람 냄새 나는 시간을 보내고 발걸음을 돌린다.

 

이제 행정구역으로 라싸 시에 속한 모주궁카(墨竹工卡)를 지난다. ‘먹으로 그린 대나무용왕 거주지라는 복합적인 뜻인데 연상도 어렵고 이해도 불가! 국도에서 5km 남쪽에 자마샹(玛乡)이 있다. 서기 617년 티베트 왕 쑹첸캄포(赞干布)가 태어난 곳으로 자그마한 왕궁(王宫)도 있다.

 

Mp-07-12 라싸로 가는 길의 모주궁카 부근 들판

 

외아들인 쑹첸캄포는 부유한 환경에서 후계교육을 받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다재다능을 드러냈으며 도덕적으로도 완벽했다. 12세에 아버지 남리쑹첸(朗日松赞)이 살해당하고 귀족과 결탁한 주변 왕국의 협공으로 위기를 맞지만 왕위에 오른 후 타고난 지혜와 통솔력으로 사태를 진정시킨다. 곧바로 군사력을 결집해 인근 왕국을 평정하고 티베트 일대를 통일한다. 알룽창포(鲁藏布) 강을 건너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져 있고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갖춘 라싸로 천도한다.

 

Mp-07-13 라싸로 가는 길의 라싸허

 

티베트 고원의 왕국 숨파(苏毗)와 샹숭(象雄)을 복속해 청장고원(青藏高原)을 통일한다. 네팔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이고 당나라와도 화친 결혼을 통한 외교정책을 펼친다. 청해성과 감숙성 일대의 선비족 토욕혼(吐谷)과 강족 일파인 탕구트()까지 복속해 굳건한 제국을 건설하지만 안타깝게도 서기 650, 33대 티베트 왕이자 최초의 제왕은 34살로 요절한다.

 

Mp-07-14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 부근


Mp-07-15 라싸로 가는 길의 다체2호터널

 

이제 봉건시대 티베트 최고의 제왕을 따라 라싸로 들어간다. 미라산을 넘어서부터 라싸까지는 라싸허(拉萨河)가 계속 따라온다. 하늘은 강물에 투영돼 밝게 빛나고 있다. 라싸의 동대문인 다체(达孜)를 지나니 터널 3개가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산 너머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구름도 숨을 곳을 찾는다 싶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조금 지나니 구름을 뚫고 내리쬐는 햇볕이 보기에도 따갑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풍광이 새롭다. 여전히 터널 속인가 싶을 정도로 하늘이 까맣게 변한다. 하늘의 조화인가 환영 인사인가?

 

Mp-07-16 라싸로 가는 길의 변화무쌍한 하늘

 

마지막 터널을 나오니 햇살도 보이고 먹구름도 보인다. 멀리서 봐도 비다. 라싸대교(萨大桥)를 건널 때는 날도 갠 상태다. 도무지 한눈을 팔기 어려운 변화무쌍이다. 갑자기 창밖에 펼쳐진 엄청난 환영(幻影)’에 차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무지개다! 쌍무지개!!”

 

누군가 외쳤다. 이 화려한 환영(欢迎)’을 위해 그다지도 오랫동안 오락가락 천변만화(千变万化)했단 말인가? 대기 중의 자연현상 무지개, ‘물이 펼쳐진 문이어서 무지개라 하던가? 중국어로 차이훙(彩虹)이라 한다. 쌍무지개는 그냥 솽훙(双虹). ‘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떠올리다가 다채롭고 찬란한 색채빈분(色彩缤纷)을 연상한다. ‘빈분손님과의 연분(宾分)’()’로 묶여있는 꼴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는 손님과의 인연, 어찌 오색찬란하지 않을 소냐? 드디어 도착한 티베트 수도 라싸다. 쑤여우차에 들어온 찻잎과 소금이 된 듯 흥분된다.

 

Mp-07-17 라싸대교에서 만난 쌍무지개


관련 동영상 보시려면 http://youyue.co.kr/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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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중국대장정(04) – 둥다라산과 란창강대협곡, 쥐에바산과 방다대초원

 

, ‘길다라는 말? 사전으로 들어가 보니 뜻도 참 다양하다. 적어도 여행가에게는 길어서 생긴 말이라고 해도 좋다. 그 길이 긴 만큼 보고 듣고 느낄 일도 많은 것이니 말이다. 꼬불꼬불 끝없이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차마고도는 이다. 푸얼차가 아니라면 어찌 그 긴 노정을 생각하기나 했을까? 발효차는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니 지혜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2천 킬로미터가 넘는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데도 숨이 가쁜데 말은 어떻게 생명이자 노동을 승화시킨 것인가? 생명을 이어주려는 노동, 이것이 차마고도의 정신이다.

 

국도 214번 도로는 여전히 북쪽을 향해 달린다. 쾌청한 날씨라 선명한 빛깔의 하늘과 구름, 연두의 칭커(青稞)까지 펼쳐진 길은 눈이 부셔 도무지 눈을 뜰 수가 없다. 2시간 만에 차를 세운다. 차창 밖 칭커를 바로 앞에서 보니 더욱 짙푸른 감촉이 향기처럼 눈을 물들인다. 볏과식물인 칭커는 흔히 쌀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노랑과 연두를 지나 연초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수확 후 말리고 갈아서 국수도 만두도 만들어 먹는다. 게다가 술로도 담근다. 티베트에서 가장 유명한 술이라면 칭커주라 할 수 있다. 손님을 초대해 접대하는 말을 칭커(请客)라고 한다. 발음이나 뜻도 아주 좋다.

 

Mp-04-01 국도 214번 도로의 칭커 밭


Mp-04-02 생 콩 먹는 티베트 아이들

 

도로 안쪽에 농가가 하나 있다. 대문 앞에 아이 둘이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먹고 있어서 다가가 본다. 푸른 콩이다. 낯선 이방인에게도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는 순박한 아이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콩에 시선이 자꾸 가니 몇 개를 넌지시 손에 담아준다. 콩을 그냥 먹고 있으니 걱정스러워서 물어본 것이었다. 정말 맛있게 훑어내며 야금야금 먹는 게 신기하다. 아이들도 먹는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껍질을 열고 한 알을 씹었다. 그런데 이 무슨 달콤하면서도 싱그러운 맛이란 말인가.

 

기사 쓰면서 콩 검색했다. 도대체 그냥 생으로 먹는 콩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티베트 고원만의 특별한 콩인가? 생김새는 자그마한 작두콩(중국어로는 다오더우刀豆라 함)과 비슷하다. 콧물이 콧잔등에 버젓이 남은 채 콩의 단 맛을 풍기는 아이들과 잠시 눈빛을 나누고 일어선다. 저 나이 때, 배고픈 시절의 동네 꼬마를 기억해내고 아련해지는 마음이랄까? 우연으로 잠시 만난 순간마다 추억은 여행이 주는 고유한 이기도 하다. 다시 길을 떠나지만, 차창 뒤로 달려올 듯하다. 싱그러운 콩의 단내가.

 

망캉(芒康) 현으로 들어선다. 티베트 말로 선묘(善妙)한 땅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지극히 신비로운 곳이라고 하면 될 듯싶다. 동경 98~99, 북위 28~30도에 위치하지만, 평균 해발이 4,317m. 그래서 8월 한여름이어도 몹시 덥지는 않다. 윈난에서 북쪽으로 온 사람과 쓰촨에서 서쪽으로 온 사람이 서로 만나는 도시다. 십자가의 가운데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남북을 가르는 국도 214번과 동서를 가르는 국도 318번이 딱 만난다. 이제부터 라싸로 가려면 318번 국도를 타야 한다.

 

Mp-04-03 완만한 둥다산 고개로 가는 길


Mp-04-04 둥다산 넘어가는 길

 

갈림길 팻말이 조금 전 보였던 거 같은데 갑자기 가파르게 꼬부랑길이 나타난다. 산 능선을 따라 크게 원을 그리며 오르는 걸 보니 앞에 고산이 가로막고 있나 보다. 둥다산(东达山) 길은 더 이상 회똘회똘 하지 않고 완만하다. 이제 바야흐로 천장선(川藏线)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길고도 사무치게 감동적이라는 길이 시작된 것이다. 파란 바탕에 흰 글씨로 해발 5,008m라고 똑똑히 적혀 있다.

 

Mp-04-05 해발 5,008m 둥다산 고개

 

쓰촨에서 라싸로 이르는 천장선에서 두 번째로 해발이 높은 고개다.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금지 구역이라고 하며 천연의 요새, 천참()이라 부른다. 다르초가 휘날리고 바람도 산을 넘어갈 듯 세차게 분다. 표지판에 무경교통(武警交通)이 담당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무장경찰은 일반경찰보다 여러모로 세다. 국무원 교통부와 업무 협조를 하겠지만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 특별한 능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둥다산이 있는 티베트는 평범한 곳이 아니다.

 

산을 넘어가면 내리막이 이어진다. 차도 쉬고 사람도 잠시 쉬어간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넘어가서인지 가는 방향으로 세상이 좀 밝아진 느낌도 난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도랑이 한 시간가량 따라오고 있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윈난을 거쳐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 셋이다. 차마고도 여행은 ()자 형태로 흐르는 삼강병류(三江并流)를 만나게 된다. 세 강을 다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진사강(金沙江)은 지났다. 가운데를 흐르는 두 번째 강이 란창강(澜沧江)이다. 강은 협곡을 만들고 유유히 하산한다. 빠른 물살로 달리는 대협곡이 눈 앞에 나타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차가 멈춰 선다.

 

도로가 끊긴 것이다. 한여름 폭우가 산비탈을 타고 미끄럽게 쓰러지면 바로 산사태다. 며칠 전부터 비가 내렸다고 해서 염려됐는데 이제 곤란이 시작된 것이다. 심하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도 빈번하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좁은 길에 차량이 줄을 섰다. 현지 가이드는 반 농담 삼아 돼지라도 한 마리 잡을까요? 라며 너스레를 떤다. 란창강 강변에서 별을 보며 돼지 삼겹살?’ 좋겠다고 딱 3초가량 기뻤다.

 

Mp-04-06 국도 318번 도로에서 산사태로 길이 막혔다!


Mp-04-07 국도 318번 도로에서 본 란창강대협곡 강물

 

하늘이 내린 사고 탓에 란창강대협곡의 물살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강의 총 길이는 4,909km. 아시아에서 가장 긴 창강(长江) 6,300km, 황하(黄河) 5,464km만큼은 아니어도 길긴 긴다. 중국 대륙에서만도 2,139km라고 하는데 약 1,000km인 한반도의 두 배가 넘는 기나긴 강이다. 중국을 벗어나면 메콩강(Mekong River)으로 이름이 바뀌어 라오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 바다로 흘러간다.

 

세계지도를 따라, 강물의 부유물을 따라 바다까지 흘러간 망상에 사로잡힌 시간으로 따지면 30분 정도 됐을까?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무 싱거운 거 아닌가 싶었지만 큰 사태는 아닌가 보다. S자 도로가 이곳뿐일까마는 위험해 보이는 길이긴 하다. 불도저가 길을 뚫고 있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운전사가 버럭 화를 낸다. 사진 찍으면 안 된다는 무장경찰이 작업 중이었다. 야단맞아서 살짝 서운했지만 또렷이 무장경찰이라고 쓰여 있는 불도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Mp-04-08 란창강 강변의 작은 마을 루메이진

 

자그마한 강변 마을 루메이진(如美)에 도착했다. 참 이름이 예쁘다. 마을 자체가 깨끗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개도 사람도 한가한 동네다. 6시 반이 지났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국수와 볶음밥으로 빨리 저녁을 해결했다. 가게에서 수박도 사서 나눠 먹고 다시 서둘러 길을 떠난다.

 

주카촌(竹卡村) 다리를 따라 란창강을 건넜다. 강을 왼쪽을 보냈는가 싶었는데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번에는 해발 3,911m의 쥐에바산(觉巴山) 고개를 넘는다. 지그재그와 꼬불꼬불, 8km에 이르는 고갯길이 정신 차릴 새도 없다. 길옆에는 집 몇 채만 달랑 모인 촌락이 계속 이어진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니 어둠으로 사라져 가는 집을 따라 달리고 달린다.

 

Mp-04-09 쥐에바산 고개 넘어 가는 길

 

차마고도를 새와 쥐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양의 창자로 비유한다. 고산을 넘어야 하고 안전한 발걸음을 만들다 보니 생긴 말이다. 말이 다니던 길보다 곧은 길이지만 창자 같은 국도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여행객들은 산 아래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울타리를 횡단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산 아래로 내려가니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1시간이나 더 달려 오늘의 숙소 쭤궁()에 도착한다. 쭤궁은 티베트 말로 밭 가는 편우(犏牛)의 등이라는 뜻이다. 황소와 야크(牦牛)의 잡종을 편우라 하는데 아주 큰 수소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등처럼 넓다는 말인가? 힘세고 덩치도 큰 소를 상징하듯 가로 408km, 세로 220km에 이르는 면적이다.

 

Mp-04-10 쭤궁 현의 아침 거리


Mp-04-11 방다대초원의 쌀보리 칭커와 운무

 

아침 햇살이 밝았다. 청아한 하늘과 산 능선에 두루 걸쳐져 있는 구름이 햇살을 받아 아주 새하얗다. 밭에는 역시 초록의 칭커가 반듯하게 자라고 있다. 차마고도를 달리는 상쾌한 기분. 차창 밖 산은 하늘과 가깝고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은 친근하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산세라 해도 믿겠다. 완만한 강물은 호수처럼 흐르고 푸른 초원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방다대초원(达大草原)이다.

 

란창강과 누강(怒江) 사이에 있는 고원 초원이다. 130km에 이르며 물과 풀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초원이다. 해발 4,200m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몰라도 포근한 느낌이다. 방다 진()으로 들어서니 시골 마을답게 단층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었다. 차마고도의 오랜 도시답게 말을 끄는 사람이 조각돼 있다. 처절하게 산을 넘고 협곡을 건너온 그들이 일심동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쉬며 또다시 떠날 준비를 했으리라.

 

Mp-04-12 고요한 방다대초원의 아침 모습


Mp-04-13 방다 진 광장의 차마고도 상징 조형물

 

고등학교 때인가 본 영화 <초원의 빛>이 생각났다. 나탈리 우드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마음을 담아 워즈워스의 시를 읊는 마지막 장면의 강렬한 인상. 그러나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를 떠올리기에는 티베트 초원, 참으로 복잡하다. 화물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길을 뒤따라 오체투지로 걷는 사람이 나타났다. 온몸을 바닥에 붙이고 일어나는 무한한 반복 동작으로 몇천km를 여행하는 사람들.

 

오토바이로도, 자전거로도, 자동차로도 질주하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그들의 영혼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초원의 빛이여! 그 빛이 빛날 때, 그때 그 찬란한 빛을 얻으소서!”라고 새겨봐도 찬란한영혼의 빛은 아침 햇살이 아무리 환상적이라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생명을 이으려고 횡단과 종단을 반복한 노동을 통해 하나가 된 그들의 고운 영혼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됐다는 감사한 마음만을 알게 됐다.

 

Mp-04-14 방다대초원 옆 도로 위의 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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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티베트 1번지 샹그릴라 최종명의 중국대장정(01)

 

샹그릴라(香格里拉)는 티베트 말로 마음에 담은 해와 달이란 뜻이다. 중국어권 특급 가수로 손색없는 왕리훙(王力宏) 2004 <신중더르위에(心中的日月)>를 발표했다. 티베트 일대를 여행하며 수많은 민가를 채취해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달콤한 음색은 이상향샹그릴라로 가는 길을 소풍 떠나는 아이처럼 설레게 하는 읊조림 같다. 여름에 가면 푸르고 겨울에 가면 하얗다. 물론 하늘은 늘 파란데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마다 색감이 다른 오묘한 곳이다.

 

리장고성(丽江古城)에서 샹그릴라까지는 180km, 3시간 30분 걸린다. 강줄기를 따라 달리다가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는 오르막이다. 고개를 넘자 숨 가쁘게 달려온 차를 쉼터가 반갑게 맞아준다. 넓게 펼쳐진 시야를 따라 맞은 편을 바라보면 해발 5,396m의 하바설산(哈巴雪山)이다. 겨울이면 설산의 위용을 곧잘 드러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연두색과 초록색이 엇갈리는 바둑판 밭이다. 누가 더 싱그러운지 다투는 듯한 모습이다. 잠시 쉬어가지만,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Mp-01-01 샹그릴라 가는 길 (여름)


Mp-01-02 샹그릴라 가는 길 (겨울)

 

점점 티베트 분위기가 풍긴다. 시내로 들어서면 마을 어귀마다 하얀 불탑인 초르텐(mchod-rten)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성스러운 물품을 보관하는 성지로 여겨졌다. 지금은 사원 앞이나 광장 등에 만들어 두는데 예불의 의식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티베트는 양, 돼지와 야크의 세상이다.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임신한 돼지는 제 몸 가누기도 힘든데 왜 어슬렁거리는지 모르겠다.

 

Mp-01-03 거리를 활보하는 임신한 돼지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았는데 시끌시끌하다. 운이 좋으면 진풍경을 자주 만난다. 마침 결혼식 피로연이 벌어지고 있다. 수백 병이나 되는 맥주를 상 위에 올려놓고 연거푸 축하주를 건넨다. 말끔한 양복과 붉은 치파오(旗袍)를 입은 신랑 신부는 얼굴 가득 미소가 넘친다. 샹그릴라는 디칭짱족자치주(庆藏族自治州)에 속한 현이다. 짱족은 티베트 민족을 중국인이 부르는 호칭이다. 티베트 자치의 땅이지만 여느 소수민족 자치가 그렇듯 실질적인지는 다른 문제다. 이미 한족이 자리를 잡고 희로애락을 즐기는 세상으로 변한 지 오래다.

 

마오뉴(牦牛)라 불리는 야크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동행한 일행도 있어서 주문했다. 부드럽지만 한우보다는 다소 텁텁하다. 쫄깃한 맛의 조림과 담백한 국물이 먹음직스런 탕, 싱싱한 채소를 반찬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후식으로 나온 노란 메밀 빵도 색깔만큼이나 구수하다. 우리가 먹는 메밀과는 조금 다르고 쿠챠오()라고 부른다. 보통 타타르 메밀이라고 부르는데 예부터 타타르 민족이 지나는 초원에 쿠챠오가 자란 것인지도 모른다.

 

Mp-01-04 결혼식 피로연


Mp-01-05 야크 고기


Mp-01-06 메밀 빵

 

베이징과 가까운 위현()에서 쿠챠오허러(荞饸饹)라는 메밀틀국수를 먹은 적이 있다. 메밀 반죽을 틀에 넣고 누르면 면발이 주르륵 흘러내려 통 속에서 익는다. 곧바로 그릇에 담아주는 생생한 맛이었다. 지금은 잊힌 우리의 시골과도 같은 감동이었던 것이다. 지금 타타르 민족은 볼가강 부근에 있는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샹그릴라는 원래 중덴(中甸)이란 지명이다. 2001년 중국 정부는 샹그릴라로 이름을 바꾼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이 1933년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이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이름을 바꾼 후 관광 수입으로 지역이 크게 발전했다. 드넓은 중국에서 왜 꼭 이곳이어야 했을까? 그럴만한 명분이 있긴 했다. 이곳에는 고성이 하나 있는데 두커쭝(独克宗)이라 부른다. ‘바위에 세운 성이자 월광성(月光城)이다. 푸얼차(洱茶)를 차마고도(马古道) 따라 운반하는 마방에게는 티베트로 진입하는 첫 마을이다. 당나라 이후 차와 말이 교환되었으니 천 년 전에는 티베트의 영향 아래 있었다. 지금은 행정 지역으로 윈난에 속한다.

 

명나라 시대에 이르러 리장의 나시족(纳西族) 토사(土司)가 힘을 길렀다. 샹그릴라에 진출해 또 다른 요새를 지었는데 니왕쭝(尼旺宗)이라 부른다. 일광성(日光城)이란 뜻이다. 두 성곽이 짝을 이루게 된다. 바로 해와 달이 모두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월광성만 남았지만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샹그릴라 위치를 특정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역사 속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Mp-01-07 티베트 사원 송찬림 전경

 

샹그릴라에는 윈난 최대의 티베트 사원 송찬림(赞林)이 있다. 보통 송찬림사라고 알려지는데 송찬은 천상에 있는 신이 거처하는 지방이고 은 사원을 뜻한다. ‘를 굳이 쓰는 이유가 있겠지만 역전 앞과 비슷하다. ‘작은 포탈라 궁이라는 호사를 누리는 사원이다. 고개를 끄덕일 만큼 독특하고 웅장한 자태를 품고 있다. 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어 정문에서 바라보면 하늘색과 어울려 화사하기조차 하다. 구름이 두둥실 스치면 풍성하기까지 하다.

 

송찬림에는 계율을 받은 승려가 거주하는 캉찬()이라는 건물이 8채 있다. 연꽃의 여덟 잎을 상징한다. 승려 20여 명씩 공동생활을 하는 미찬()도 많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광장으로 들어서면 본전인 자창() 앞에 이른다. 자창대전은 승려의 학원으로 1,600명을 수용할 만큼 큰 공간이다. 왼쪽 오른쪽에는 각각 티베트 불교의 종교개혁가이자 최대 교파인 겔룩파의 창시자인 총카파(宗喀巴) 대전과 석가모니 대전이 위치한다. 석가모니 불상에게 봉공하면 반드시 응답한다고 알려져 있다. 1936년 여름 장정 중이던 홍군의 허룽(贺龙) 장군도 이곳을 찾았다. 수많은 병사를 거느린 장수가 전쟁 중에 참배했다면 덕장이라 할만하다.

 

Mp-01-08 송찬림 자창대전


Mp-01-09 법륜과 사슴 한 쌍

 

5층 높이 대전 지붕은 화려한 장식으로 눈부시다. 비첨에는 맹수가 노려보고 있고 원통의 마니룬(玛尼轮)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법륜 옆 사슴까지 햇살의 울림이 상당하다. 모두 도금으로 장식한 까닭이다. 티베트 사원 지붕에 법륜과 함께 등장하는 사슴 두 마리는 석가모니의 최초 설법지인 녹야원을 상징한다. 수레바퀴처럼 부처님 말씀이 널리 온 사방에 퍼져나갈 듯 송찬림 지붕은 유난히 금빛 찬란하다.

 

총카파에 의해 발전한 겔룩파 법왕이 달라이라마(达赖喇嘛). 노란 모자를 쓰는 황모파라고 부른다. 티베트 불교에는 다양한 교파가 존재하지만, 겔룩파가 가장 많다.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라마 14세 텐진가쵸(丹增嘉措)는 현재 대부분의 티베트 승려와 서민의 존경을 받는다. 눈 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지켜온 역사와 문화를 남기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송찬림은 달라이라마 5세 말기인 1681년 준공된 사원이다. 우여곡절 속에도 달라이라마의 지위를 간직하고 온 고난의 역사는 차분하게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서서히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따라 고성으로 향한다. 고성은 거북처럼 야트막한 구이산(龟山)과 접해 있다. 산자락에 대불사라는 자그마한 사원이 있다. 사원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마니룬(또는 마니차)이 나타난다. 여섯 글자의 주문인 옴마니밧메훔을 새긴 원통이다. 대부분 손에 쥐고 다니거나 사원이나 광장에 아담하게 설치돼 있다.

 

Mp-01-10 두커쭝고성의 거대한 마니룬

 

높이가 21m, 지름이 6m에 이르고 무게가 60톤이나 되니 열 명 정도가 돌려도 끄덕하지 않는다. 여덟 가지 길상인 소라, 깃발, 매듭, 연꽃, 항아리, 물고기, 양산, 법륜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모여 영차 하며 힘을 쓰면 서서히 돌아가는데 모두 신바람이 난다. 불자가 아니어도 한바탕 신나게 돌리고 나면 온갖 시름을 씻은 듯하다.

 

고성으로 들어서면 왁자지껄하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서민적인 마을과는 사뭇 다르다. 세계적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니 객잔, 까페, 공예품가게, 식당이 즐비하다. 처음 고성에 갔을 때가 2013년인데 이듬해 1 11일 새벽 커다란 화재가 발생했다. 한 객잔 주인이 만취 상태에서 자던 중 침실 난로에서 발화했다. 목조건물인 고성은 순식간에 큰 피해를 봤다. 2016 1월과 8월에도 다시 갈 기회가 있었다. 이제 다시 복원돼 옛날의 화려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고성에 밤이 오면 카페에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밤 늦도록 이상향이라는 착각이어도 좋은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Mp-01-11 고성의 밤

 

러시아인 피터 굴라트는 1955년 출간한 <읽어버린 왕국>에서 수많은 말발굽과 마방 무리로 넘쳐났다고 고성 분위기를 기록하고 있다. 차마고도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을 때이다. 지금은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차를 싣고 티베트로 향하는 마방의 안식처이던 고성이다. 관광의 성지라고 해도 과거의 흔적을 다 태워버릴 수는 없다. 여전히 티베트의 향기가 고성 곳곳에 풍긴다. 마음속에는 어떤 해와 달이 뜨는지, 향내 나는 추억을 담으며 늘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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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테마여행’이 진행한 티베트 차마고도 여행…“검문검색조차 추억”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땅, 티베트에 사는 사람은 토템과 불교를 융합했다. 야크 버터의 지방과 푸얼차(보이차) 속 비타민을 섞어 마시는 지혜도 발견했다. 쥐나 새만 겨우 지날 수 있다는 길 대신 포장된 국도를 따라, 지금은 사라진 마방(馬幇, 말등에 차를 싣고 운반하던 상인)의 마음으로 티베트 하늘을 달렸다. 협곡과 강을 건넜고 설산을 넘어 7일간 달리고 달렸다. 지난 7월31일~8월11일 ‘한겨레 테마여행’이 진행한 ‘티베트 차마고도 여행’에 참가했다. 리장 호도협(후탸오샤)~샹그릴라~옌징~망캉~쭤궁~방다~바쑤~란우~보미~구샹~린즈(바이)~궁부장다~라싸, 가는 곳마다 검문검색으로 우리의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들조차 추억인 여행이었다.


한겨레 지면에서 보기 

푸얼차를 실은 마방은 다리, 리장을 거쳐 본격적으로 차마고도에 접어든다. 설산 사이를 흐르는 진사강은 호랑이도 건넌다는 호도협의 깊고 빠른 물줄기로 드러난다.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다. 마방은 푸얼차를 운반하는 데 가장 적절한 무게를 계산했다. 병차를 오른쪽, 왼쪽에 각각 84개씩 30㎏으로 균형을 맞췄다. 357g 병차 무게는 차마고도의 피와 땀이 만든 표준이다. 구름도 하늘도 온갖 조화를 부리는 호도협은 그저 무아지경이다.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 낭만적인 마을 중뎬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이곳을 샹그릴라로 개명했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이 1933년 펴낸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등장하는 히말라야 산속의 이상향 샹그릴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계산이었다. 샹그릴라는 티베트말로 ‘마음속 해와 달’이라는 뜻. 그 옛날 티베트 왕국이 만든 일광성과 윈난 왕부(지방정권)가 건설한 월광성이 나란히 위치한 샹그릴라는 차마고도 마방에게는 윈난과 티베트를 잇는 가교와도 같은 곳이다.


일행은 샹그릴라의 송찬림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샹그릴라에는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파 사원 송찬림사(쑹짠린사)가 있다. 5세 달라이 라마 시절인 1681년 준공됐다. 불교에서 길상을 상징하는 팔보 문양이 휘날리고 사슴 한 쌍과 법륜이 금빛 찬란하다. 본전은 ‘자창’이라 부르는데 지금도 약 700여명이 학습하는 승원이다. 주변 건물에는 미륵불을 비롯해 달라이 라마 7세, 종교개혁가 총카파를 봉공한다.


본격적으로 랜드크루저로 달린다. 때때로 산사태로 도로가 무너지기도 하고 가끔 비포장도로도 지나야 한다. 일부 구간은 대중교통도 다닐 수 없는 험로가 수두룩하다. 해발 4292m 바이마설산 고개를 넘어간다. 육자진언 ‘옴마니밧메훔’을 새긴 마니석, 바람처럼 휘날리는 타르초(불경을 적어 만국기처럼 줄줄이 매단 깃발) 앞에서 호흡을 고른다. 고산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지만, 반드시 나타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지만 경솔한 태도를 버리고 하늘에 순응하는 자세라면 별 탈 없이 지나간다.


말과 차를 맞교환하던 길 높고 험해 아름다운 절경

쑤유차 건네는 사람들 미소는 고산병·멀미도 잊게 만들어


연회색과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룬 하늘은 일행을 신비한 설산 앞으로 안내한다. 메이리설산을 관망하는 영빈대에는 13개의 티베트 불탑 ‘초르텐’이 나란히 서 있다. 평균 해발 6000m가 넘는 13곳 봉우리를 품고 있는 설산을 예우하고 있는가? 설산 앞에 높이 솟은 룽다(불경을 적어 장대에 매단 깃발)는 저마다의 색감이 하늘빛에 물든 듯 은은하다. 불경을 매단 타르초가 고원 바람 따라 부처의 진리를 전하려는 바람이라면, 깃대에서 펄럭이는 룽다는 마방에게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반가웠을지 모르겠다.


더친 마을 영빈탑의 룽다.


금단의 땅인 옌징에 이른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들어왔던 곳이긴 해도, 입경 허가제도가 생긴 이래 이번 테마여행처럼 외국인이 단체로 통과한 일은 없다고 한다. ‘천년 염전, 매력 옌징’ 앞에 섰다는 것은 곧 사건이다. 현지 가이드나 주변의 중국 전문가들 모두가 보내준, ‘불가능하다’는 염려와 시기를 뚫고 당당하게 관문을 통과한다. 해가 저물고 어둠 속에서 살포시 드러난 창문, 집안 불빛이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염전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다. 홍토와 황토가 섞여 있고 나무와 풀이 운치를 높여주는 마을로 들어선다. 검붉은 강물이 세차게 흐르지만 그저 마냥 한가로운 마을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으로 오로지 오롯하게 남은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11세기께 티베트 왕 게세르(게사르)가 나시족 왕 창바와 염전 이권 전쟁에서 승리했다. 얼마 후 창바의 아들 유라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나시족 민족향이긴 해도 티베트 문화와 나시족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토양의 영향을 받아 붉은소금과 흰소금이 생산된다니 흥미로운 공생이다.


천일염 생산지 옌징 마을. 좌우 산자락이 모두 염전지대다.


잇몸을 다 드러내고 웃는 나시족 아빠와 부끄러워 시선을 자주 돌리는 아들을 뒤로하고 옌징을 떠난다. 여전히 공사 중인 도로에서 아빠 따라 공사판에 나온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을 거쳐 나란히 흐르는 세 개의 강이 있다. 진사강에 이어 란창강을 따라 끝없이 돌진한다. 강만 있다면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해발 4000m도 넘어야 한다. 마침 산사태로 앞길이 꽉 막혔다. 덕분에 차에서 내려 란창강의 검붉은 질풍노도를 바로 옆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티베트 고원에서는 화장실을 찾기가 꽤 어렵다. 노상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방다 마을에서 화장실을 찾는 사이 화물차가 지나는 길로 오체투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온몸을 바닥에 붙이고 일어서는 동작으로 정말 몇천㎞를 끊임없이 걷는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성지를 찾는 사람이나, 우리처럼 자동차로 질주하는 사람을 민망하게 한다. 정말 말없이 지켜볼 따름이다.


북상하던 국도는 망캉을 지나 서쪽으로 향한다. 라싸까지 직진이다. 물론 직선도로는 어디에도 없다. 해발 4658m 예라산 고개를 지나자마자 바로 하늘로 가는 길, ‘천로’라고 불리는 ‘99고개’ 앞에 멈춘다. ‘길은 백 보도 평탄하지 않고 끊어질 듯 험난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차마고도에서도 가장 걸출하다.


예라산 천로.


굽이굽이 돌아 오르내리는 길은 좌우로 너무 돌아 정신도 혼미하다. 고산반응과 멀미가 여진을 지녔는데, 그 고통조차 ‘환상적인 드라이브’ 앞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다. 1시간의 주행 끝에 차가 멈춘 곳도 예사롭지 않다. ‘삼강병류’ 중 가장 서쪽을 흐르는 누강대협곡. 다시 한 번 호흡을 멈추고 대자연의 선물에 감사를 연발한다.


보미마을의 미퇴빙천.


고원은 협곡도 만들지만 호수도 만든다. 언색호(산사태·지진 등으로 계곡이나 강이 막혀 생긴 호수)인 란우호는 설산이 장관이라는데 구도에 맞춘 데칼코마니 장면이 없다. 여름철이라 눈도 쌓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쉬운 마음은 곧바로 풀린다. ‘미퇴빙천’은 보기 드문 절경이다. 융기한 산자락에 눈이 쌓이면 호수에 비친 설산은 ‘은빛 뱀이 요동치는 듯하다’는 과장조차 현실로 보인다. 이 마을에서도 마방은 여정을 숨 고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라싸까지는 하루면 도착한다. 해발 5013m 미라산 고개에서 멈춘다. 이제 고산반응 정도야 적응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호흡곤란은 줄기차게 따라온다.


티베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차마고도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누기 위한 줄기찬 운반이 아니던가? 집 안에 들어서자 모자는 감자와 함께 쑤유차(쑤여우차)를 내오고 술도 대접한다.


궁부장다 마을 민가의 쑤여우차 마시는 티베트인.


사람 키만한 죽통에 푸얼차와 버터를 넣고 소금을 살짝 넣어 맛을 낸 쑤유차는 맑은 미숫가루 같다. 매일 50잔 이상 마신다는데 나무 잔을 들고 온다. 외출할 때도 언제 어디서나 마시기 위해 잔을 들고 다닌다. 탕구라고 부르는데 비싼 잔도 많다. 평생 사용하는 잔이니 가격이 무슨 상관이랴. 티베트 고원에서 생산되는 보리과의 칭커 가루로 만든 짠바(참파)와 함께 주식으로 마시는 쑤유차. 환히 웃으며 쑤유차 마시는 모습이야말로 차마고도가 창조한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라싸에 도착해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을 보고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바르코르 광장의 오체투지도 본다. 이역만리 말과 함께 당도한 푸얼차는 티베트에게 영혼을 안겨준 것일까?


조캉사원 앞에서 만난 오체투지하는 사람들.


당나라 때부터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차마고도. 송나라에 이르러 말 한 필과 1080㎏에 맞교환되던 푸얼차, 가치 이상의 신비를 거두던 차마고도는 21세기의 문명으로 대체됐다. 지금은 사라진 마방의 마음으로 차마고도를 달렸다. 칭짱열차 타고 33시간을 달려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에 도착할 때까지 티베트 향기는 목젖을 타고 내리는 듯했다.


글·사진 최종명 작가·<13억인과의 대화> 지은이



라싸 조캉사원에서 바라본 바코르 광장.


산소 확보하려면 목욕도 삼가야


차와 말의 교역이 시작되자 마방은 라싸에 이르는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열었다. 리장에서 샹그릴라와 소금밭으로 유명한 옌징을 거쳐 라싸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 도로만도 1700㎞에 이른다. 외국인은 옌징부터 입경허가증을 받아야 진입할 수 있다. 허가를 받아도 각 마을을 통과하면서 반드시 행적을 등록해야 할 정도로 관리가 철저하다.


검붉게 요동치는 협곡과 해발 4000~5000m의 설산을 통과해야 하는 험로다. 사람마다 다르나 해발 3000m가 넘으면 고산반응이 가슴과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산소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목욕까지 자제해야 할 정도인데, 가끔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푸얼차와 소금,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쑤유차는 티베트 생명수로 일컬어진다. 보리과 식물인 칭커를 분말로 만든 주식인 짠바(참파)와 함께 먹어보면 티베트 여행의 재미가 솔솔 풍긴다. 온 천지에 펄럭이는 룽다와 타르초에 담긴 불심은 티베트 사람들의 영혼과 닮아 있다. 오체투지하는 순례자의 모습엔 고개가 숙여지고, 티베트 사원에 담긴 역사와 문화도 접할 수 있다. 차마고도,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다.

Posted by 최종명작가 최종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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